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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Jun 26. 2021

카카오 음, 처-음(mm) 만나서 반가워요!

음.......?

6월 8일 오전 11시, 일명 한국형 클럽하우스라고 불리는 카카오 음(mm)이 론칭했다. 이제는 기업가치가 4조를 넘어선 클럽하우스의 대항마가 될 것인지를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 사용자의 대화의 장임에는 분명하지만, 본인 인증, 18세 이상 가입, 초대장이 필요한 부분 등, 가입이 까다롭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클럽하우스.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의 거의 100%가 사용한다는 카카오톡을 연동해 오픈 챗방을 운영할 수 있고, 14세 이상의 사용자라면 누구나 오픈 프로필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음(mm)은 왠지 '개방성' 면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어는 카카오 음이, 특성이 동일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로서 과연 어느 누가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인가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 아직도 그렇게 핫한가 -


클럽하우스의 폭발적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설 연휴를 앞뒤로 엄청난 사용자가 신규 유입되고, 일명 '현생을 포기한 클하 폐인'들이 생겨나면서, 연예인들의 방문, 글로벌 인싸들의 놀이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엔 충분했지만, 콘셉트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친분을 목적으로 했던 방이 폐쇄적이거나 비밀로 운영되고, 빌런들의 등장으로 블락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생에 다시는 없을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끈끈했던 클럽들이 우르르 와해되면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처음엔 매일 밤 들어오던 인싸, 셀럽들도 발길을 끊기 시작했고, 영원히 클하 폐인으로 남겠다던 사람들도 점차 정신을 차리고 현생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까다롭게 발행되는 초대장도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초대장이 없어도 가입 가능, 안드로이드 사용 시작 등 입장이 수월해지면서 '특별한 사용자가 된 기분이나 FOMO의 두려움'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그렇게 3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수는 2월 960만 회에서 4월 90만으로 줄어들었다.




처-음 만나서 반가워요. 카카오 음(mm)! 음? 음......

그런 '쩔게 식는 과정'을 지지부진하게 겪고 있던 클럽하우스 복도에 '들어갈 방이 없어서 내가 만든 방'이 늘어나고 있을 때, 카카오의 음이 베타 서비스를 론칭했다. 클럽하우스의 폭발적 인기가 거의 사그라들 때쯤 나타난 한국형 클럽하우스. 론칭 첫날, 클하 유저들이 대거 음으로 몰렸다. 과연 어떤 게 다를지, 무엇이 더 나을지를 비교해보고픈 호기심도 있었을테고, 이제 소위 '대노잼'이 되어 버린 클하에서 음으로 전입 신고를 하면 뭔가 새로운 열정이 끓어오르지 않을까 모두가 궁금해했다. 첫인상과 피드백은? 음...


거의 동일한 인터페이스,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사용자, 버그가 넘쳐나는 UX,  일명 오픈빨이 보이지 않는 동접자 수... 음... 재미없네? 실망이네? 카카오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클럽하우스랑 똑같네요? 배경색이 반대라서 - 클럽하우스는 화이트, 음은 블랙이다 - 눈이 아파요? 등 그저그런 피드백들이 며칠간 논쟁적으로 오갔다. 음... 원래 남이 만들어 놓은 걸 지적하는 것만큼 쉬운 건 없다. 내 논문의 오타는 100번을 다시 읽어도 안 보이지만, 남이 보낸 카톡의 맞춤법은 극혐으로 거슬리듯이. 그렇게 사람들은 질타를 쏟아냈고,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하며 이방 저방을 찾았던 카카오의 개발자 분들이 며칠이 지나자 바이오에서 카카오 개발자라는 문구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어느 방을 들어가도 비난이 난무하고, "개발자님들 제 말을 듣고 계시다면 빨리 개선해 주세요"라고 외쳐댔으니, 나라도 그랬을 듯.




섣부른 판단은 금물, 음에게 다-음은 없는가?


많은 사람들이 아직 음을 잘 모른다. 클럽하우스 장기 사용자들은 일단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에 관심이 많고, 이미 입소문을 통해 다들 써 보았을지 몰라도, 론칭한 지 20일이 된 카카오 음. 신규 사용자가 매일 유입된다. 초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2-3초 만에 가입이 가능하다. 또 본인의 실명이나 페르소나를 드러내지 않고도 오픈프로필로 사용이 가능하니, 사용 부담도 없는 편이라고들 느낀다. 팔로워 0, 팔로잉 0인 사람들에게, 음에 어떻게 처음 오셨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할 일이 없어서 카톡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설정] 버튼 페이지 부분에 있는 보라색 로고가 눈에 들어와서 눌러봤다고' 했지만. 그렇게 팔로워 0, 팔로잉 0이었던 사람들이 팔로워 1이 되고, 팔로잉 1이 되는 첫 경험을 하고 나면, 대화를 나누고 싶은 친구를 불러오고, 용기를 내어 방을 개설해 보고, 처음 들어간 방에서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이 방은 뭐하는 방이에요?'라고 묻는다.


처-음 이라 긴장되고,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단 써보면 안다. 클럽하우스는 1년이 된 서비스라 음보다는 대부분의 면에서 안정적이지만, 모든 기능이 영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쉽지 않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잘 못 찾는 사용자들이 많은 편이다. 아직도 메뉴에 등록된 영어 문장을 제대로 못 읽는 사람들도 많다. 앱이 거의 매주 업데이트 되고 있지만, 어떤 부분이 달라진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캐주얼한 영어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규 기능이 생겨도 누군가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그런 기능이 있는지 스스로 알아채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음은 다르다. 어차피 대상이 카카오톡 유저나 다름 없으니 모든 메뉴가 한글로 되어 있고, 기능이 훨씬 간단하다. 굳이 부담스럽게 스피커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모티콘을 날리며 대화에 '미디어 템포'로 참여할 수 있고,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따라가기'를 눌러 함께 참여하기도 정겹다. 클럽하우스처럼 글씨를 읽을 수도 없는 러시어방, 아랍어방, 프랑스어방이 억지로 보이지 않고, 행여나 나를 팔로우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라떼를 꽤나 좋아하시는 전무님, 상무님도 없다. 클하는 팔로우를 시작해야 방이 보이는 알고리듬이지만 음은 그냥 존재하는 모든 방을 보여준다.


2주 정도가 지나자 버그도 많이 줄어들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음질도 꽤 개선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한국 사용자 베이스가 크지 않아서 개발 우선순위와 떨어져 있는 클럽하우스와 다르게, 카카오에는 전 세계에서 제일 성실하고 실력이 좋은 대한민국의 K개발자들이 있다. 그 어떤 서비스도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추가할 것만 같은 어딘가 모르게 슬픈 믿음을 주는 K개발자들. 무턱대고 믿어서 죄송하지만, 음...... 믿는다. 그래서 음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몇 번 사용해 본 사람들이 조금씩 더 방을 많은 열고 있다. 한국 사용자가 절대다수다 보니, 그림 같이 쓰인 외국어 방을 스크롤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덜덜 떨며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도 덜하다.


처-음이지만 앞으로 좀 더 기대해 볼까?


음이 무서운 이유는 지금부터다. 우리가 대체 어떤 민족인가. 카카오로 잔여백신을 예약하는 나라의 민족이다. 전 국민의 손가락 끝에는 카카오톡이 있다. 그런 카카오톡 설정 화면에 보라색 로고로 표현된, 음mm이 눈에 띄게 자리하고 있다. 다음 앱의 세 번째 탭인 랭킹 페이지 위에는 음(mm)을 다운로드하는 배너가 깔려있다.


카카오톡 설정 페이지에서 정말 눈에 띄는 음(mm)


다음 앱 랭킹 탭에 매일 같이 보이는 음mm의 배너

내 카페 앞에 분필로 예쁘게 써 내려간 입간판 몇 개 놓는 게 뭐가 그리 대수일까. '음-' 해보세요. 연예인 빨, 초대장 빨, 화제성이 사라지고 동접자 수, 개설된 방까지 줄어든 클럽하우스보다 문턱을 넘기가 쉽다.  

게다가 음을 창조한 자, K개발자....(에게 무한 감사합니다)들이 일하는 카카오는, 시가총액이 75조 인 회사다. 어느 서비스 하나 망해도 왠지 끄떡없을 것 같은 회사. 그런 Tech Giant에서 음을 만들었다. 카카오의 서비스는 주렁주렁 고구마 줄기보다, 천년 묵은 산삼 뿌리보다 더 촘촘하다. 카카오톡, 다음, 티스토리, 1boon, 카카오TV부터, 멜론, 브런치 등 연동 가능한 플랫폼과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는 또 어떤가.


본인만의 콘텐츠를 가진 크리에이터등에겐 앞으로 공연, 강연, 유료화 등이  어떤 서비스보다 쉬울 것이다. 카카오톡 연동이 되어 있으니 공유, 화제몰이, 사용자 초대 등도  어떤 앱보다 쉬운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  하나쯤 망해도 끄떡없을 회사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겠다고 내놓은 신규 서비스에 과감한 투자 하나 어려울까.


결과는 아직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일단은.....?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보자.


베타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사용성이 개선되는 흐름이 명확해진다면, TV광고, 배너광고, 버스 광고까지 대대적으로 나선 카카오 음의 신규 가입자는, 기존 가입자가 이탈해 버린 클럽하우스에 비하면 반대의 성장 곡선을 그려나갈 것이다. 거기에 초대, 공유, 수익화 등 기능이 다양해지고 사용이 더 수월해진다면, 시작은 미흡, 미약했을지라도 그 끝이 창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베팅을 해볼 만도 하겠다. 물론 K개발자 분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이어져야겠지만, 이모티콘 다섯 개 붙이신 분들이 6-10개는 못 붙일까. 그분들은 모든 게 가능하신 선생님들이다.


[ EBS FM 최수진의 모닝스페셜]이라는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로 매일 원고를 쓰며 일하고 있지만, 팟캐스트 DJ, 멜론 브런치 라디오 시즌2 DJ 등의 경험이 조금은 있는 나도, 영어 공부 이야기, 말레이시아 이야기, 글 쓰는 이야기 등을 소소하게 나눠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브런치 작가로서 그동안 써왔던 글을 듣는 에세이처럼 인생 이야기로까지 잔잔히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처-음 만나서 반가워요. 음..... 함께 들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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