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mStone Jan 01. 2018

완벽한 '짝'은 존재할까?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

 신선하고 재밌지만, 시대를 잘못 탄 아쉬운 프로그램

**3회 방영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SBS <짝> 이후로 오랜만에 일반인 매칭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태로 시중에 나오고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과 Mnet <내 사람 친구의 연애>가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회자될 때 즈음, JTBC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그 기사에 있던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봤었는데,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 다시 인기를 끄니까 다른 방송사들도 비슷한 형식으로 따라한다고 비판을 하는 내용이었다.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


 추석연휴 때 <이론상 완벽한 남자> (이하 이.완.남)가 파일럿 형식으로 공개되었다. 우려와 달리, 앞서 나왔던 매칭 프로그램들과는 차별점이 있었으며, 흥미로운 요소들도 보였다. 프로그램은 얼마 전에 10부작으로 정규 편성되었다. <이.완.남>의 파일럿 방영분과 현재까지 나온 정규 방영분을 모두 시청한 것을 토대로, 프로그램에 대한 장단점 분석과 시사점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1ROUND <취향 매칭>의 한 장면. 다음 라운드 진출자는 공통질문에 대한 남녀출연자의 답변의 일치도를 통해 결정된다.


 <이.완.남>은 세 단계의 과정을 통해 여성 출연자와 이론상 가장 잘 어울리는 남성 출연자를 선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매칭 프로그램이다. 여성 출연자가 원하는 '3가지 조건'에 해당되는 남성 출연자 8명을 사전 섭외해서 진행한다. 첫 라운드는 '취향 매칭'이다. O, X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여러 개 묻고, 그에 대한 답변의 일치 정도를 통해 하위권 3명을 탈락시킨다. 두 번째 라운드는 '감각 매칭'이다. 여성출연자는 남성출연자들의 시각, 청각, 촉각적인 요소(신체부위, 목소리, 스킨십)를 확인하며, 각 부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1명씩, 총 3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방송에 언급되었던 남성출연자의 특징 중에서 여성출연자와 맞지 않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키워드에 해당하는 사람부터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해서 최종 1명의 남성출연자가 여성출연자의 '이론상 완벽한 남자'로 선발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모든 라운드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이다. 최종 1명이 선발될 때 까지, 여성 출연자는 남성 출연자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다.


각 라운드에서 탈락된 남성들의 정보가 공개된다.


 외모와 스펙을 통해 생길 수 있는 선입견을 차단시킨다는 것이 기존의 매칭 프로그램과 가장 크게 차별화된 부분이다. 일반인 출연자가 주를 이루지만, 이목을 끌기에 적합한 요소들을 프로그램 내에서 보여주고 있다. 위의 설명에서 언급 하지 않았지만, 남성 출연자가 탈락할 때, 그들에 대한 정보들(직업, 나이, 특징, 연애횟수 등)은 여성 출연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공개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 출연자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궁금증과 추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을 유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출연진들을 잘 꾸려 놨다. MC가 신동엽, 김희철, 딘딘, 레이디제인으로 연애라는 소재에 유희적 요소들을 잘 풀어내어 말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더해줄 전문 인력들과 장치들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실시간으로 출연자들의 생체적 반응을 분석해서 어떤 출연자가 지금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여, 그들의 솔직한 반응을 들여다보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구애를 하는 모습은 덜어냈기 때문에, 보는데 부담감을 덜 수 있다.  


이론상으로 완벽한 그들의 만남은 스튜디오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방영분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면 <이.완.남>이 빛을 발하고 있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프로그램의 장점을 반감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내에서 ‘이론상으로만 완벽한 사람을 찾아주기’까지가 이 프로그램의 역할이기 때문에, 그 바깥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리지는 않는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말미에 최종 선택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형식적으로' 80분 방송 중 3~4분 내외의 '아주 잠깐' 동안의 시간만 할애하여 보여준다. '정말 이완남과 만나면 서로 만족스러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흔히 연애 매칭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교류하는 감정들을 느낄 수 없다. 남의 연애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없는 것이다. 그런 걸 기대했다면, <이.완.남>은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서바이벌 게임 같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이제 시청자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이.완.남>이 연애 매칭 프로그램으로 몰입을 일으키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이.완.남>과 유사한 포맷이라고 볼 수 있는 tvN <러브스위치>가 2010년 방영 당시 11주 연속 케이블TV채널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었다. 그만큼의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완.남>은 프로그램의 정서적인 불편함과 논란의 여지를 줄이는 등 더욱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보다 성과를 내기에는 더 어려워졌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사회적 분위기와 콘텐츠 시장이 급변하고, 그에 따라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이다. 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어떠한 콘텐츠라도 거기에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부재하다면, 그 무엇이 되었건 더 이상 크게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완.남>은 출연진의 궁합, 포맷의 짜임새, 소재의 신선함 등 미시적인 부분에서는 성공적이었을지는 모르나,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포맷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는 이상 한계를 극복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초의 ‘감빵 버라이어티’ JTBC <착하게 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