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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Stone Jan 14. 2018

무명배우를 찾는 추리게임
tvN <김무명을 찾아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면

 

tvN <김무명을 찾아라> 오프닝 장면 ⓒ tvN

 ‘익숙한 그 공간이 낯선 추리 무대가 된다.’ tvN에서 새로운 ‘잠입 추리 예능’을 선보였다. <김무명을 찾아라>는 추리단이 특정 집단의 사람들과 반나절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관찰해보고, 그 집단의 일원인 것처럼 연기하는 무명배우를 찾아내는 추리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로 등장하는 유명 배우가 무명배우를 포함한 집단에게 연기 지령을 내려 추리단에게 혼란을 주게 한다. 추리단은 대략 8명 정도의 인원 중에서 2~3명의 무명배우를 라운드에 걸쳐서 1명 내지 2명씩 찾아낸다.   


  <김무명을 찾아라>는 추석 때 파일럿으로 1,2부가 진행되었고, 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1월부터 정규 편성되었다. 아쉽게도 지난 12월 23일에 6번의 방송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종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만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시사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되짚어 보기로 했다. 


 사실, 진짜와 가짜를 찾아내는 추리 프로그램은 그동안 무수히 많았으며, 이 프로그램도 자칫 잘못하다간 식상해지는 기획이 될 뻔했다. 그러나 MC들은 단순히 관망자로서 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프로그램의 진행에 있어 현장감을 더했다. (어쨌든 이 현장도 완전히 리얼이 아니라 각 회마다 주제에 주어진 설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식상함을 지우기엔 충분했다고 본다.) 그리고 추리의 소재로 흔히 다뤘던 음악이나 연애와 같은 소재가 아닌 ‘연기’라는 분야를 가지고 오면서 한 번 더 차별성을 더 두고자 했다. 

무명배우들이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들을 배우는 과정 ⓒ tvN

 프로그램이 주려고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김무명’들은 각종 단막극이나 드라마 단역으로 역할을 맡으며 무명생활을 오랫동안 한 배우들이다. 이들의 정체가 추리를 통해 드러날 때, 그들이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꿈이나, 무명으로서 가져야 하는 고충들을 스크린을 통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무명배우들은 실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자들의 직무를 배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배역에 대한 이해도 넓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렇게 진실된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무명배우에 대해 ‘뜨기 위해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인간적인 모습에 몰입하게 되며, 관심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매력도 있지만, 기획이나 편성 면에서 아쉬웠던 점도 분명했다. 우선, ‘유명 배우인 설계자의 등장이 과연 적절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설계자의 지시로 인해 누가 무명배우인지 추리하는 것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 놨다. 통상적으로 진짜와 가짜를 찾아내는 추리는, 가짜만 진짜인 척 연기를 하고 거기서 드러나는 허점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가릴 수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명배우가 아닌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마치 어설픈 척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가짜를 숨기기 위해 진짜가 가짜인 척 연기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추리단은 본인들의 직감이나 사람들의 외형을 보고 누가 무명배우인지 판단해야 되기 때문에 일관된 추리를 하기 어렵다.


 이는 무명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력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한계로 작용한다. 무명 배우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릴 수 있지만, 그 배우가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줄 때 다른 제작자로부터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 그러한 부분이 덜 드러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추리의 어려움이 추리 프로그램으로써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크라임씬>과 같이 마니아층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tvN '김무명을 찾아라'는 매주 토요일 7시 40분 방영되었다. ⓒ tvN

 마지막으로, 지금과 같이 편성된 시간대 (토요일 7:40~9:00)에서는 경쟁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관계를 고려한 회사의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토요일 8시대는 흥행하는 주말드라마나 뉴스가 방영되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다른 채널에 시청자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기획만큼 중요해진 것이 편성과 홍보인데, 이 부분에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김무명을 찾아라>가 한 달의 재정비기간을 거쳐서 올 2월에 새롭게 시즌2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지금도 수많은 무명배우들이 자신이 연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감을 품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는 것은 그들에게 정말 단비와도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명배우들이 조금 더 주목을 받기 위해서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지금보다는 더 높아져야 되지 않을까 싶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보다 더 인기 있는 시즌2를 만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해본다. 첫째, 세부적인 기획 측면이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규칙을 명확하게 재설정한 후, 추리 방식의 맹점을 보완해서 추리 프로그램으로의 정체성을 높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진짜가 가짜인 척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설계자를 등장시키지 않는 것, 가짜 한 명을 찾아내면 게임이 더 재밌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과 같은 방법 등이다. 보상으로는 가짜 한 명을 찾아내는 추리단은 일정의 상금을 받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무명배우에게는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시청자들이 <김무명을 찾아라>를 새로운 형태의 추리 프로그램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편성 측면이다. 아무래도 주말 저녁에는 가족들끼리 같이 보는 경향이 되어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찾게 되는 프로그램의 색깔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무명을 찾아라>는 평일 밤 시간대의 시청자들을 공략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좋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세부적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기획과 편성 측면에서 수정을 한다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알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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