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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Stone Feb 06. 2018

최초의 ‘감빵 버라이어티’ JTBC <착하게 살자>

예능과 리얼리티의 경계에서

 JTBC에서 다시 한번 참신한 기획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국내 최초 ‘사법 버라이어티’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이 죄를 짓고 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보여준다. 조사부터 재판 및 처벌까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려고 하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준법정신을 지키자는 의도를 주기 위한 것 같다. 

<착하게 살자> 1회 예고영상 ⓒ JTBC

 실제로 방영된(2회 기준) 내용을 보면, 출연진들은 제작진이 사전에 설계한 시나리오에 따라 특정 범죄의 대상이 된다. 출연진들은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미결 수용소(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구속되어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로 재판을 받는 모습까지 그려진다.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체험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교도소에 갈 일을 만들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면밀히 보여주긴 하나,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본분도 충실히 하기 위해서 재밌는 장면이 들어간다. 출연자들의 엉뚱한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조였던 긴장감을 약간 풀어주는 형식이다.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설계에 굉장히 공을 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방송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얻기 위한 시도를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았던 소재로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착하게 살자>를 흥미롭게 보고 있는 나도 어느 순간 몰입을 하다가 갑자기 그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 온다. 그것은 리얼리티의 표방과 예능이 추구하는 목적의 간극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유병재와 허경환의 재판 중 증언에 대해 공방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허경환이 과도한 액션이 들어간 듯 하다. ⓒ JTBC

 

 첫째는 출연자들의 ‘오버액션’이다. 출연자들은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느라, 혹은 방송인 것을 알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지만 보는 입장으로서는 그것이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평소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최대한 시청자들이 현실감 있게 받기 위해서는 출연자들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 위주로 보여주는 것이 좋아 보인다. 굳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을 억지로 넣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윤리적인 문제이다. 최근에 인기리에 종영되었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초반에는 감옥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했던 이야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라는 틀 안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스토리라인으로 극복할 수 있다. 리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예능의 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것이 세트장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렇기에 표현 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짜고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가면 프로그램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자칫하다간 미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화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 때 군대를 체험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진짜 사나이’ 같다는 생각이 드니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양극으로 나뉜다. 프로그램이 유익하고 재밌다는 의견과 당장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사실, 실험적이고 참신한 시도에는 그만큼의 우려가 나온다는 것을 제작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전개에서 '감옥은 들어올 곳이 안 된다'라는 취지는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 순간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tvN <윤식당2>, SBS <정글의 법칙>, MBC <나혼자 산다> 등의 인기 프로그램이 자리 잡은 금요일 야간 시간대에서 시청률 3%대라는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향후 교도소의 생활을 최대한 리얼하게, 그리고 거기서 시청자들이 얻을 수 있는 공익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남은 방영 회차 동안 ‘공익적 요소’와 ‘리얼리티’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예능 역사의 또 다른 한 획을 남기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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