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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Sep 07. 2022

안정이라는 병

모험 자산 혹은 자신

 영국에서 발행되는 경제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한국에 관한 특집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그만큼 도전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을 보기 때문일까?

기사의 내용인 즉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정(Stability is everything in Korea)’이라는 거다. 

물론 내용에 보면 이웃 나라 일본과 마찬가지라는 문구가 있지만 어쨌든 많은 학생들이 일찌감치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현상을 예로 들어 기사를 풀어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외침이 잦아서 건 현실적으로 경기가 불안해서 건 안정을 추구하는 자체를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생존이라는 기아선상을 밑돌던 부모 세대의 기억이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오늘, 생활이라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해야 할 다음 세대들에게 그대로 강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입시 중심의 교육 문제,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지는 정치 문제 등등 온갖 사회 문제들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달라지지 않는 걸까? 지구의 만유인력만큼이나 강력한 구심력 때문이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유일한 한 가지 해법은 각자의 용기를 엔진으로 하는 원심력뿐이다. 생존에서 생활 수준에 이른 우리 경제는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구심력을 벗어날 때다. 안정은 단지 구 세대가 남긴 풍토병에 지나지 않는다. 


 학기 초면 늘 상 학생들에게 당부하곤 한다. 

“이번 학기엔 아르바이트해서 백만 원을 모을 수 있으면 동남아를 한 바퀴 돌아보거라, 열심히 해서 2백만 원이 모였다면 북미를, 혹 3백만 원 정도 돈이 된다면 유럽 배낭여행을 함 해 보거라”

경제 환경이 넉넉지 못해 학비 조달에도 버거운 학생들에게는 버거운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하는 걸 보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서다.

다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학생들이 여행을 다녀온 뒤론 눈빛이 달라진다. 모험, 흥미, 자신감, 도전 정신…? 뭐 라도 좋다. 귀소본능처럼 집 떠나기를 두려워하는 마음만 거둬내도 남는 장사다. 한 번만 다녀오라는 당부는 이들에겐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의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확인한 건 넓고 광활한 대지와 융성한 문화 못지않게 누구도 자신에게 어느 학교 다니는지, 어디 출신인지, 집안이 어떤 지 묻지 않는다는 무한한 평등함이다


안주하는 MZ 세대는 물론, X 세대조차도 바로 앞 세대들의 경험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들으려 하지 않고 폐기 처분하려 든다. 불과 한 세대 전이지만 그간의 변화를 돌아보면 달리 할 말이 없다. 해서 두 주먹을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참는다. 그래도 속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왜 기성세대의 모든 경험과 가치들을 원천 봉쇄하려 들면서 그들 조차도 버리고 싶어 했던 구습을 좇으려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다.

 바라건 데 부정하라! 모든 것들을 통째로... 


그리고 새 판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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