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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박 Jun 28. 2019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해

<토이스토리 4>, 옆을 머무는 것만이 사랑이 아님을

 누구나 빙봉을 갖고 있었다. 프라임 세포도 갖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토이스토리 시리즈와의 추억을 갖고 있다. 앤디와 함께 커온 관객들은 이제 "사랑해서 떠난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당신을 아무리 사랑해도,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선택받고, 누군가를 기다려왔던 장난감들의 성장 스토리.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날' 사랑해

 장난감의 행복은 무엇일까? 주인과 매일 놀고, 침대에서 함께 자고, 학교 갈 때도 같이 가는 것이 장난감의 행복일까? 세상의 모든 장난감들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보는 따로 주인이 없다.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장난감, 그 이상의 삶을 살고 있다. 누구도 보의 삶을 정의하지 못한다. 보의 삶은 그녀의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돌보며 스스로를 구원한다. 팔에 돌돌 감긴 테이프는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을 넘어왔는지 보여주지만, 그녀는 슬퍼할 겨를이 없다.

 보 역시 몰리(보의 전 주인)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면 뭉클하다. 몰리가 "I don't want it anymore"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보는 몰리를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고, 싫증 내니까.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 경험할 넓은 세상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몰리가 보를 사랑하지 않아도,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한다. 애초에 자신이 만들어진 목적까지도 깨부수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간다.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널' 사랑해

우디와 포키

 우디는 이제 주인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새로운 주인 보니는 카우보이 걸 제니를 더 좋아한다. 먼지가 몸에 앉고, 일주일에 세 번이나 놀이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우디는 여전히 장난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우디는 그의 'kid'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모범형 장난감이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보니가 걱정되어 몰래 보니를 따라나선 우디는, 거기서 '포키'를 보게 된다. 포키를 만들고 나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보니를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보니 곁에 포키가 머물도록 만든다. 왜냐하면 우디의 가장 큰 목적은 보니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자장수 놀이를 하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지키는 것이 우디가 할 수 있는 전부였을 것이다.

 우디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장난감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앤디가 자신을 찾을까 봐 아무리 먼 거리라도, 어떤 역경이 있어도 친구들을 데리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보니가 자신을 찾지 않아도 보니의 가방 안에서, 길거리에서, 보니의 방에서 포키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우디는 주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주인을 사랑하는 장난감이었기 때문이다.







to infinity

...and beyond

 <토이스토리 4>의 우디, 보 그리고 포키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장난감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보는 애초에 한 곳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장난감이 되었다.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면 위로가 왔다 갔다 하는 장난감 세계에서, 보는 돌연변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포키는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보니의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싶었다. 포키가 보니의 쓰레기인가 장난감인가 하는 것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장미꽃을 위해 쏟아부은 시간이므로. 보니가 포키와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포키는 소중하게 여겨질 가치가 있는 것이다. 비록 일회용 포크일지라도.

 그리고 우디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떠나는 선택을 했다. 우디가 보이스박스를 개비개비에게 순순히 넘겨준 것은 우디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되는 것'이 아닌 '주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니 옆에 머무는 것이 (슬프지만) 보니에게 어떤 의미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보니의 곁을 떠난다. 보는 팔 한쪽이 부러졌고, 우디는 고장 난 보이스박스를 가졌다. 결함 있는 장난감들이지만 이제 그런 것들은 상관없다. 그들의 행복은 아이들에게 달려있지 않고, 그들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개비개비야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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