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린 Aug 08. 2023

유럽 여행할 때 맛집 찾는 법

모든 끼니는 소중하다.

유럽 여행을 할 때, 현지 음식이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닌 경우가 많다. 구글 평점도 높은데,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심심치 않게 있다. 특히, 프랑스, 덴마크 등 평균 외식 비용이 높은 곳일수록 더 그렇다.


프렌치 음식은 전반적으로 짠 편이다.

바게트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도 정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기준이 철저한 곳인데 말이다. 게다가, 미국도 아닌데 햄버거와 감자 튀김은 왜 레스토랑마다 있는지. 프랑스 음식에 대해 부푼 기대를 갖고 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망했다고 말한다. 실망하지 않으려면, 즉, 정통 프렌치를 제대로 먹으려면 돈도 꽤 많이 써야 한다. 미슐랭 레스토랑은 일인당 15~2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써야 한다.

지갑 열고 주문할 결심을 해도, 그때부터 시작이다. 공짜로 물 달라고 하면 수돗물을 준다. (파리 시민 대부분은 수돗물을 마신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은 와인이라도 추가하면 한 끼 먹으려고 적금 부어야 할 수준이다. 레스토랑 예절도 미리 알아야 수많은 나이프, 포크, 컵들 사이에서 당황스러움을 줄인다. 숟가락, 포크 등을 도톰한 티슈와 같이 주는데, 다 먹고 난 뒤 이 휴지를 뭉쳐서 접시 위에 올려놓고 나와야 맛있었다는 신호라고 한다.


무얼 먹어도 맛있는 이태리지만, 메뉴 선택하기가 어렵다.

피자, 파스타 집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평점도 다 좋아보인다. 겨우 선택해서 들어가면 파스타 면 종류부터 골라야 한다.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결코 낮지 않은 이탤리안이기에, 파스타면 종류가 수십 가지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와인 리스트를 받으면 백과사전인 경우도 있다. 결국, 가격과 두어가지 기준으로 고르기 일쑤다.

빵에 찍어 먹을 올리브 오일조차 간단하지 않다.

이탈리안 친구 라파엘라에게 "토스카나 지역의 올리브 오일이 너무 맛있다"라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온다.

"이태리 사람들은 라구리아(Liguria) 지역 올리브 오일을 가장 많이 먹어. 토스카나꺼는 베이킹할 때 많이 쓰지. 토스카나는 좀 가벼운 (light) 편이라고 생각하거든."

가격은 어떤가. 프랑스보다 가격이 조금 낮은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일인당 자리세(cover charge)를 2~3유로씩 부과하는 곳이 많다. 이래저래 다 더하면 관광 강국 이태리답게 외식 비용 또한 강하게 부과됨을 알 수 있다.


한 끼라도 허탕칠까.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도 받고 유투브, 블로그를 뒤져 계획을 철저히 짠다. 그러나, 여행의 묘미는 계획이 틀어지는 데 있다.


가려고 했던 레스토랑을 못 가게 되었을 때, 근처에서 어떻게 맛집을 찾을까?

메뉴는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1. 구글맵을 사용하기 & 현지어로 검색하기 & 보조 역할의 맛집 앱은 취향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생성형 AI가 가능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기술의 발전도 물론 있지만, 디지털화된 수많은 데이터에 기초한다. 시시각각 쌓이는 데이터가 생성형 AI를 가능하게 했다.

동일한 논리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고 데이터가 쌓인 곳이 구글맵이다.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포인트도 제공해서, 자발적으로 리뷰를 올리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꽤 많다. 지역 주민까지 리뷰를 참여하니, 조금 더 대중적인 리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근처 맛집을 찾을 때는 찾아갈 수 있는 길까지 바로 찾아준다. 그러니, 맛집 찾을 때 꽤 쓸만하다.

트립 어드바이저 또는 fork도 여행할 때 요긴한데, 구글맵에서 찾은 맛집이 살짝 아리까리할 때 확인용으로 쓰면 좋다. 왜냐고? 간단하다. 구글맵이 근처 레스토랑 결과를 더 많이 보여준다.

트립 어드바이저나 fork는 자체 패널로 좋은 곳을 뽑아서 보여주거나 예약을 바로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니 보조적으로 쓸 만 하다.   


고급 미각을 가졌다? 미슐랭 앱을 깔고 내 주변의 레스토랑을 찾은 뒤, 구글맵/트립 어드바이저로 확인을 하면 실패가 적다. 대부분의 미슐랭 레스토랑은 훌륭하다. 그래서 더 고르기가 어렵다. 소개글만 읽으면 선택 장애가 온다. 그때는 미슐랭 앱으로 먼저 선택을 좁히고 구글맵에서 리뷰를 읽어 나의 취향과 맞추면 좋다.

정리하자면, 구글맵 + 보조 앱 이렇게 두 가지를 같이 비교하면, 내 취향에 맞는 곳을 고를 확률이 높아진다.   


생전 처음 오는 동네, 길에 딱 섰는데 막막하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가야 이번 한 끼를 만족스럽게 채울까.

"best restaurant nearby me". 이 검색어도 물론 괜찮다. 그런데, 현지어로 구체적인 음식 이름을 같이 검색하면 결과가 더 잘 나온다. 예를 들어, migliore pizzeria(이태리어) 또는 meilleur pizza (프랑스어)로 검색하면 숨어있는 - 영어로 소개를 입력하지 않아서 영어로 검색하면 안나오지만, 꽤 괜찮은 - 레스토랑이 결과에 더 많이 뜬다.


2. 리뷰의 총 개수와 최근 리뷰를 확인하자.


구글맵에서 점수만 확인하면 속기 쉽다. 가령 점수는 5.0인데 리뷰 개수가 15개이고 최근에 집중적으로 달린 것이라면, 신중하게 방문해야 한다. 반면, 4.5점인데 리뷰 개수가 3천개가 넘어가고, 리뷰도 수 년 전부터 최근까지 고르게 있다, 라고 하면 여기는 후회할 가능성이 낮다.

만약 조금 더 노력을 기해야 할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중요한 사람에게 밥을 사거나,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면, 나는 종종 1~2점을 준 최악의 리뷰를 찾아 읽어본다. 그 단점들이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고, 내가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면, 주저없이 선택한다. 결정장애, 이런 건 내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3. 저렴하게 한 끼를 잘 떼우고 싶다면, 케밥.  


서방의 김밥집/분식집이라고 해야할까, 케밥은 저렴하게 고기와 탄수화물, 야채를 같이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메뉴다. 게다가 유럽 어디를 가도 케밥집은 동네마다 하나씩 꼭 있다. 가게가 보통 작고 테이크아웃 위주로 해서,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매번 좋은 것만 먹어도 모자란 유럽 여행이지만, 가끔 케밥 한 번 먹어주면 그 다음 끼니가 기다려지는 효과도 있다.


참고로, 파리에서 김밥을 먹고자 한다면, 15유로 (21000원) 정도는 줘야 한다. 처음에는 기함을 토했다. 서울에선 4천원이면 되는 것을 5배를 낸다고? 하지만, 집에서 직접 싸보고 겸손해졌다. 김밥은 쉬운 음식이 아니다. 뚝딱뚝딱 말아버리는 것 같지만, 아니다. 그래서 생각했다. 한식이 그리운 것을 조금 참을 수 있다면, 유러피안이 김밥처럼 많이 찾는 메뉴가 더 낫겠다. 그게 케밥이다.  


4. 현지 음식은 짧은 시간 나를 현지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     


현지에서 로컬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신토불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로 그곳 사람들이 오랜 기간 요리해온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꼭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란사로테에서는 섬이라는 지리적 환경과 스페인령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다 작용한 곳이다. 레스토랑마다 "오늘의 생선(fish of the day)“도 있고, 동시에 타파스도 즐길 수 있다. 회는 한국과 일본이 잘 하고 많이 먹지만, 생선 요리는 유럽이 더 많이 먹는다. 특히, 대서양의 생선 요리는 일품이다. 맛보면 세상은 넓고 생선 종류도 많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사람 사는 것이 생김새와 제도, 문화가 다르지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비슷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저 환경에 맞춘 모양새가 다를 뿐. 여러모로, 현지 음식은 즐겁다.


5. 제일 유명한 메뉴가 뭐에요? 유럽에선 이 질문에 답을 잘 안한다.


평양냉면 집에 가면 평양냉면을 먹으면 된다. 근데, 브라세리, 트라토리아, 리스토란테. 다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데 뭐가 뭔지 들어도 금방 잊는가. 메뉴조차 비슷해보인다.

이 집에선 무얼 먹어야 하나? 매번 메뉴판을 해석하는 것도 일이다.

그럴 땐, 주로 재료로 선택한다. 고기라면, 소닭양돼지토끼송아지 중 선택하거나, 생선이면, 인근에서 나거나 그 나라에서 삼치처럼 많이 먹는 생선이겠다. 조금은 허탈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니,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우선순위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