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Omega)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스피디튜스데이? 빠른 화요일? 온라인 시계 커뮤니티를 보면 매주 화요일마다 위와 같은 제목과 함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aka 문워치) 사진들이 올라온다. 최근까지 그저 하루가 빨리 가기를 바라는 직장인의 마음을 아폴로 발사 요일에 빗대어한 언어유희이지 않을까 했다.(참고로 아폴로는 화요일에 발사되지 않았다. 최초로 달에 간 아폴로 11호의 경우 일요일에 발사되었다.)
최근 이 말의 유래를 알게되었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브랜딩의 정의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면 꽤나 모범적인 사례이지 않을까 한다.
자, 그럼 SpeedyTuesday의 유래를 알기 위해 2012년 프랑스 칸으로 가보자.
Robert-Jan Broer(이하 로버트)는 2012년 5월 어느 화창한 봄날 칸으로 휴가를 갔다. 로버트는 유명 시계 웹진인 Fratello의 창립자인 동시에 오메가의 심각한 팬이기도 했다. 그날 마침 그가 좋아하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있었고 로버트는 여느 시계 애호가들처럼 페이스북에 자신의 시계사진을 업로드하였다. 근데 이제 #SpeedyTuesday라는 해시태그와 함께...(시계인들은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사진을 찍기를 즐긴다 : wrist shot).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업로드한 날의 요일이 화요일이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해시태그에 크게 호응했다. 시계 애호가들의 호응에 힘입어 로버트는 자신의 웹 매거진에 동명의 시리즈 기사를 집필하기로 했고 매주 화요일에 업로드했다(1. 첫 기사, 기사 아카이브). 스피드마스터 모델에 대한 글은 아직도 계속 쓰이고 있고 400개가 넘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스피드마스터 팬들이 화요일마다 #SpeedyTuesday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게시글의 수만 해도 385,000개이다(24년 2월 기준). 이는 문화적 현상이라 부를만한데 오메가로부터 어떠한 재정적 후원을 받지 않고 오직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의 열혈 팬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로버트의 Fratello에서는 스피드마스터에 대한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한다. Fratello를 중심으로 저녁 파티나 오프라인 미팅을 하며 시계에 대한 대화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한다.
그럼 스피드마스터가 대체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시계 때문에 모여서 식사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화요일마다 손목사진을 찍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짧게나마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레이싱 경주용 크로노그래프 워치로 1957년 처음 만들어졌다. 베젤에 타키미터(Tachymeter)가 장착되어 있어 자동차의 속력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였다.(영화 포드 V 페라리에도 사용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피드마스터는 이 레이싱 역사를 상징하는 이름보다 문워치(Moonwatch)라는 별명이 더 대중적이다. 당장에 스와치와 콜라보한 시계의 이름도 문스와치(Moon Swatch)이며 태양계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다시 스피드마스터 이야기로 돌아가자. 스피드마스터가 처음 우주와의 인연이 닿은 것은 1962년 머큐리 계획이었다. 당시 우주 비행사이던 윌리 시라의 개인 소지품인 스피드마스터를 우주에서 사용하였고 이후 NASA는 우주에서 쓰일 정식 시계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10곳의 시계 회사들에 아래 조건과 함께 시계를 요청하였다.
사양 명세서
- Accuracy (정확도)
- Pressure Integrity (압력 무결성)
- Readability (가독성)
Chronograph (크로노그래프)
- Reliability(신뢰성)
NASA의 요청에 오메가(스피드마스터), 롤렉스(데이토나), 론진(비트바우어) 그리고 해밀턴이 위 조건에 부합하다고 판단한 시계를 보내왔고 고온/저온/습도/충격/고기압/저기압 등 극악의 테스트 끝에 스피드마스터가 합격점을 받아 NASA의 공식 시계로 채택되었다.
테스트 결과 스피드마스터는 당시에 가장 튼튼한 크로노그래프 시계였던 셈이다. 이후 65년 에드워드 화이트의 손목 위에서 우주 유형도 함께 하고 1969년에는 인류 최초로 달에도 갔다(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 외 2명). 하지만 무엇보다 스피드마스터는 아폴로 13 프로젝트 일화가 제일이다.
1970년 4월 13일, 아폴로 13호가 지구에서 달로 향하던 중 산소탱크가 터져 지구로 다시 귀환해야 했고 이를 위해 정확히 14초마다 로켓엔진을 재점화해야 했다. 다른 전자장비들이 모두 작동 불능상태에서 스피드마스터는 제 역할을 다하였고. 3인의 우주인 모두 기적적으로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이 공로로 오메가는 민간 기업에게는 최초로 실버 스누피 어워즈를 전달받는다.
자, 이제 스피드마스터의 우주뽕에 좀 취하는가? (이 시계의 옛 모델이 우주에 간 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 물론 공감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보적인 스토리와 헤리티지가 있다는 점에서 문워치와 대결할 수 있는 시계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때문에 다시금 주목받는 우주 산업의 후광 효과일 수도 있겠다.
다시, SpeedyTuesday 이야기로 돌아가자
오메가측은 "스피디 튜스데이 현상"을 예의주시했고 2016년, 로버트는 당시 신임 오메가 CEO였던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 사진 1의 좌측)과 식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 둘은 Speedy Tuesday와 이 재미있는 현상의 5주년(2017년)을 어떻게 축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특별한 기념 시계를 만들기로 했다. 오메가와 Fratello 팀은 공동으로 2017년에 Speedmaster Speedy Tuesday 한정판을 출시하게 되었다. 이 모델을 ST1이라고 부른다.
ST1의 성공에 이어 2018년에는 1960년대 일본 만화영화인 울트라맨에서 영감을 받은 ST2를 한정판으로 출시한다(관련자료). 이 모델은 실제 울트라맨에 등장한 스피드마스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하는데 한국계 미국 할리우드 배우인 Daniel Dae Kim(영화 로스트의 '곽찌쭈'로 한국에서 유명하다)의 호딩키 인터뷰에서도 등장한다. 잠시 여담을 하자면 대니얼도 시계 마니아인데 울트라맨을 소장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의 어린 시절에는 동양인이 드문 동네에서 자라서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은 울트라맨에서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울트라맨을 즐겨보았고 이 한정판 소식을 듣자마자 구매를 결심했다고 한다. 브랜드의 한정판 장사를 뛰어넘는 이런 구매 스토리가 멋있게 느껴졌다.
오메가는 헤리티지와 스토리라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있었고 그 자산은 자생적인 문화현상을 만들었다. 이에 오메가는 즐겁게 화답했다. 지나친 한정판 장사와 정리되지 않는 모델 라인으로 많은 이들이 오메가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역사와 그 역사에 크고 작은(대니얼 대 킴의 울트라맨과 같은) 이야기들이 거부할 수 없는 브랜드 고유의 것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