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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롱팰롱 Mar 11. 2021

잘 가, 장미야.

장미를 떠나보내며..


우리 장미야, 

무지개다리는 힘들지 않고 잘 건넜는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네가 많이 아픈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 더 치료가 안 돼서 퇴원시키고 왔다는 말을 했을 때 언니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우리 장미 많이 아팠는데 언니가 그것도 몰라준 것 같아서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널 처음 만난 건 내가 호주 갔다가 돌아왔을 때였어. 너도 그때 다른 주인에게서 우리 집에 막 왔을 때라 많이 낯설었지? 언니도 그때 집 떠난 지 십 년 만에 돌아간 터라 우리 집이었지만 많이 낯설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네 모습 보는데 내 모습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지. 그래서 네가 더 특별한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언니가 참 무지했지? 너와 예미를 데리고 처음 산책을 나간 날, 네가 예미보다 약하다는 것도 몰라서 예미만 보고 걷다가 주변에서 아주머니들이 “아이고, 쟤 봐라. 꼬리까지 다 축 늘어졌네.”라고 해서야 널 돌아보게 되었지. 그때 어찌나 놀랬던지.. 네가 더위 먹은 것은 아닐까 싶어서 급히 편의점 가서 물도 사다 먹이고 시원한 곳에서 한참을 있다가 갔었지.. 결국 네가 걷기 싫어해서 내가 널 안고 남은 산책은 끝냈지만 말이야. 

네가 우리 집 오기 전엔 어떻게 컸었는지 그 작은 몸이 밥을 씹지도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싹다 삼켜 버려서 우리 가족이 얼마나 놀랬는지 아니? 병원에서 이가 하나도 안 닳았다는 말을 듣고 우리 가족 모두 다 네가 무척 안쓰러웠단다. 그래도 우리 장미 너무 착해서 그렇게 밥 뺏길까 봐 네 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 치워도 절대 예미 언니 밥 건드리는 일은 없었지. 물론 예미 언니 성질을 네가 이미 눈치채기도 했겠지만. 예미는 우리 가족이랑 함께 커서 항상 우리 품에 안겨 있는데 너는 항상 한구석에 숨어서 멀끄러미 주변 눈치만 살피던 모습도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래서 언니가 네가 싫다는 대도 일부로 두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안고 안 놔주기도 하고 했었단다. 그래도 참 다행히 네가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열고 우리 가족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하더라. 어찌나 기특한지. 나중에는 적응하다 못해서 사고 치려다 언니한테 딱 걸렸던 것 기억하니? 그때 네 표정은 아마 언니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언니가 후다닥 나가려다 깜빡한 게 있어서 닫히는 문을 다시 잡아 열었는데 귤 바구니를 덮치려던 네 그 표정이란.. 마치 ‘아차차…’하면서 서서히 뒤를 돌아 내 눈치를 살피던 네 표정이 어찌나 귀엽고 웃겼는지.. 

그렇게 네가 우리 가족에 적응할 무렵 언니가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가야 해서 많이 아쉽고 미안했어. 하지만 어느 날 보니 바닥에서 자는 예미, 소파에서 잠든 아빠, 그런 우리 아빠 배 위에서, 그렇게 우리 집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자고 있는 네 모습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그렇게 잘 적응하고 살아줘서  언니가 참 흐뭇했어. 

마지막까지 잘 먹고 먼저 간 예미와 달리 너는 곡기를 끊었다는 말에 아.. 녀석이 더 살고 싶지 않은가 보다.. 싶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해줄 수 없어서 더 마음이 아팠단다. 말도 못하는데 얼마나 아플까.. 화상통화로 네 모습을 보는데 "언니, 나 너무 아파.."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네가 좀 덜 아플까..하고 마음이 더 아팠어. 우리 착한 장미야. 우리 집에 사는 동안 성질 한 번 낸 적 없이 항상 순둥 했던 장미야! 우리 집에 와주어서 고맙고, 우리 집에서 사는 동안 나와 내 동생이 하지 못했던, 우리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우리 가족은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이제는 무지개다리 무사히 잘 건너서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렴. 언니는 네가 너무나 보고 싶고 벌써부터 너무 그립지만, 이제 조금만 슬퍼하고 조금만 그리워할게. 언니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많이 사랑하고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그리운 예미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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