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던 곳을 또 가는 일이 별로 없는 내가 그곳을 또 갔다. 수원공업고등학교. 지난달에 데이터분석 시험을 보러 갔던 곳이다. 내용이 겹치기도 하고 같이 따면 좋을 것 같아 빅데이터분석기사 필기시험을 신청하고 보러 갔다. 보러 가기 전 날, 지난 시험결과가 나왔다.
서술형 4문제 중 제대로 쓴 건 1번 4점짜리 한 문제였는데 나머지 문제에 부분점수를 주다니... 70점을 못 넘겨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감격의 마음을 뒤로하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같은 곳에서 본다는 점(심지어 감독관이 지난 시험과 같은 분이라 반가워서 인사할 뻔.), 시험 범위가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 지난 시험의 합격이 주는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지난번과 달리 긴장이 덜해서 오히려 불안했었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문제를 푸는데 지난 두 번의 시험과는 다른 난이도가 느껴졌다. 분명히 공부했었는데 모르는 문제들, '이게 대체 뭐지?' 하는 처음 보는 문제들, 내가 계산한 값이 보기에 없는 당혹스러운 문제들. 확실하지 않은 문제들 번호 위에 별표를 해두고 나중에 다시 보는데 시험지가 은하수다. '대체 난 그동안 무슨 공부를 했던 걸까' 하는 그 무거운 마음이 사지선다 찍기 조차 하지 못하는 자괴감이 되어 그렇게 시험을 봤다.
시험의 범위로 비교하면,
Adsp <ADP <빅데이터분석
난이도로 보자면,
Adsp <ADP<<<빅데이터분석.
비전공자이자 시험공부 얼마 안 한 내가 봐도 쉬운 그런 국가 기사 시험이면 안되지, 내 공부 깊이가 얕았네 얕았어하다가도 시험시간 내가 느낀 그 초라함이라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겁고 쓰라렸다. 나의 얄팍한 지식에 초라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공부만 하고 그 문제조차 풀지 못한 내가 한없이 부끄럽다. 집에 돌아가서 오늘의 시험문제들을 복기하며 다음을 준비하자. 경로를 이탈했을지언정 목적지는 변경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