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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운 Feb 25. 2020

자발적 집순이가 비자발적 집순이가 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

나는 집순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집에만 있는 날이 생긴다? 그럼 정말 감사하다.

만약 밖에 나갈 일이 있다면 이왕 나갔을 때 한 번에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다. 간혹 집에만 있는 걸 참지 못하고 약속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나가지는 않는다.

왜냐, 집에 있는 게 좋으니까!


내가 언제부터 집순이가 되었나 생각해보니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리 탄력이 좋은 고무줄도 너무 많이 잡아당기면 천천히 늘어지고, 결국엔 끊어지는 것처럼 내가 사람을 만나면서 쓸 에너지도 많이 고갈된 것 같다. 이젠 그런 곳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회피하게 되고 나서부터 집이 더 좋아졌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한 때는 새로운 사람, 술자리,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있었고 즐겼다. 경험이 쌓이고 인간에 대한 신뢰나 기대감은 나에게 이롭지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난 사람을 잘 믿고 좋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괜한 감정이 힘들게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점점 흥미를 잃고 에너지를 소모하기 싫어졌다.



출처 unsplash, The Creative Exchange


집이 좋은 이유

마음의 안정감

행동의 자유


집에서 뒹굴거리며 지내는 게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말할 수 없이 많다.


첫 번째는 마음이 편하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집에 가고 싶다’라는 한마디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일 수 있지만 하필 왜 집이겠는가.

내가 돌아갈  있는 . 밖에서 곤두서 있던 정신과 불필요하게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집에 있으면 한결 부드럽고 온화해진다.


두 번째는 자유롭다.

갖춰서 옷을 입고 있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넷플릭스 몰아보기, 책 읽기, 글쓰기, 친구랑 전화하며 수다 떨기, 컬러링, 노래 듣기, 차 마시기 등. 내가 혼자 지내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느끼는 것일지 모른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면 적어도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니까 혼자 있는 것보다 모든 게 쉽게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동안 나는 자발적인 집순이였는데

이제는 당분간 비자발적인 집순이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개인위생은 물론이고 안 나가는 것이다. 내가 걸리는 것도 두려운 일이지만, 만에 하나 나로 인해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기게 되는 일을 만들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개학이 연기가 되긴 했지만 완전히 종식되기 전에 개학은 할 것이고, 학생들과 교실에서 밀접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 우리 반 수십명의 학생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어 내가 아파서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청개구리 심보인가

같은 집순이이지만..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 답답한 마음이 든다. 마스크 없이 길을 걸어도 위험요소를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이 그립다.


전염병 걱정 없이 거리를 걷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싶다. 미세먼지 없이 깨끗한 날엔 마스크를 벗고 상쾌한 공기도 마시고 싶고, 그동안 미뤄왔던 사람들과의 만남도 하고 싶다. 그동안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었는데 그나마 내가 밖에 외출하는 운동마저 가지 않게 되니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마음이 영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그러니 집안에서 행동의 자유가 있어도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한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에 사는 분들은 얼마나 더 걱정되실까. 당장 생계문제를 고민해야하는 분들도 많고, 평소 앓던 지병으로 병원을 주기적으로 가던 분들이나, 검진을 받아야하는 임산부 등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출처 unsplash, Aaron Burden

한동안 잠잠하던 뉴스가 보기 무섭게 확진자 수며, 사망자 수며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계속 고생하시는 질본 관계자분들과 우리가 알게 모르게 소독, 방역해주시는 분들, 힘들 때 기부를 통해 남을 도와주시는 분들, 행정사항에 협조하는 모든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얼른 종식되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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