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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binciii Apr 11. 2020

포틀랜드가 궁금해

다운타운 포틀랜드 - 2



-  지난 글 <포틀랜드가 궁금해 - 포틀랜드와 에이스 호텔 - 1> 과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dabinciii/2








포틀랜드에서의 첫째 날.


우리는 가장 먼저 들렀던 에이스 호텔과 스텀프타운 커피에서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포틀랜드의 다운타운을 둘러보기로 했다. 8월 말이라 한여름 같았던 뉴욕과는 다르게 포틀랜드는 꽤 선선한 초가을 날씨였다. 도시를 걸어 다니기엔 정말 최적의 날씨였다.








포틀랜드의 다운타운


미국에서만 15개의 주, 20개가 넘는 도시를 가봤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다운타운에 더 이상 큰 감흥은 없었는데, 포틀랜드 다운타운은 좀 색다른 인상을 심어줬다. 다운타운 곳곳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노면전차 때문이었다. 'MAX'와 'Streetcar'라고 불리는 이 알록달록한 지상철 덕분에 포틀랜드의 다운타운은 다른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첫인상부터가 남달랐던 포틀랜드는 로컬 비즈니스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로컬 샵들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는 도시이다. 이미 여행 전에 구글맵에 가고 싶은 로컬 샵들만 왕창 저장해놨을 정도로. 그래서 보물 같은 가게들이 모여있는 이 도시의 다운타운이 정말 궁금했다.



포틀랜드의 다운타운












포틀랜드의 다운타운은 생각보다 더 작아서 웬만한 곳들은 모두 도보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다운타운을 가진 도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인 '파웰 북스'가 있었다. 포틀랜드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 서점을 절대 지나칠 수 없어서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인 파웰 북스 


사진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한 블럭 전체가 모두 서점이었다.


Powell's Books


파웰 북스의 내부.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규모도 생각 이상으로 커서 가벼운 마음으로는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였다.





책도 책이지만 파웰 북스의 알록달록한 바구니도 눈에 들어왔다. 색 조합도 어쩜 이렇게 해놨는지.. 포틀랜드스럽다는 말이 너무 잘 어울렸다.



서점에 놓인 머그컵 굿즈들 
집어올 수밖에 없었던 FIELD NOTES의 포틀랜드 에디션. 컬러 조합이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 예쁜 그래픽은 포틀랜드의 깃발 이미지였다. 참 포틀랜드스러운.



또한 머그컵부터 엽서, 에코백, 파우치, 노트 등 파웰 북스 자체 굿즈부터 포틀랜드 기념품까지, 소장욕구 불러일으키는 굿즈들로 가득했다. 이런데 사족을 못쓰는 나는 결국 지갑을 열었다.








서점의 맞은편에는 Union Way라는, 작은 상점들이 모인 공간이 있었다.

초록색의 입간판부터 참 포틀랜드다웠다. 




Danners 매장의 세일을 알리는 입간판




포틀랜드의 가게들은 포틀랜드를 닮았다.



하루 온종일 상점들을 돌아다녔지만, 다행히도 취향이 잘 맞고 브랜딩에 관심 많은 여행 메이트 덕분에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만 보이면 달려가 너무 예쁘지 않냐고 서로 감탄에 감탄을 해댔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Tender Loving Empire라는 편집샵.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많았다.


포틀랜드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들




사실 다운타운을 둘러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좋은 의미의 충격이었다. 세계 어디든 여행할 때 다른 도시들과는 차별화되는 그 도시만의 특색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하는 나라서, 로컬 비즈니스가 발달한 이 도시의 느낌이 확 다가올 수밖에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하루 종일 로컬 샵들을 돌아다니며 느낀 건 포틀랜드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더 견고한 하나의 브랜드 같다는 것이었다. 


포틀랜드에서 만들어진 상점들, 브랜드들이 각자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포틀랜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포틀랜드의 자연, 포틀랜드의 사람들, 포틀랜드의 정신이 각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방인인 나에게도 이질감 없이 다가왔다. '이게 우리의 포틀랜드야' 하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들이 갖고 있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포틀랜드 다운타운을 걸어 다니면서 느껴지는 것이 또 있다면, 바로 여기가 나이키의 본고장이라는 것.


다운타운 길가에는 나이키 마크를 달고 있는 주황색의 공공 자전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Biketown PDX'라고 불리는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다. 도시 곳곳에 놓인 주황빛의 자전거들마저 포틀랜드와 너무 잘 어울려서 그것마저 놀라웠다. 



나이키의 도시 포틀랜드 !  건물 기둥에 깔끔한 디자인으로 사인을 부착해놓았다.



그리고 '포틀랜드까지 왔으니 본고장의 나이키는 뭐가 다르지 않을까?' 하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으로 들어갔지만 여기선 별 수확 없이 나왔다. 그래도 나이키가 생긴 도시에서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건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





포틀랜드는 자연이 둘러싸고 있는 도시라서인지 아웃도어 매장도 정말 많았다. 브랜드 자체 매장부터 여러 브랜드를 할인해서 파는 상점들까지.. 나랑은 거리가 멀어 잠깐 둘러보기만 했지만 아웃도어에 관심이 많다면 쇼핑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올드 타운에 위치한 포틀랜드 사인의 뒷모습


해가 지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강 쪽에 있는 포틀랜드 사인을 보기 위해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그런데 올드 타운에 가까워질수록 다운타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홈리스들이 떼를 지어 있었다. 포틀랜드 홈리스들은 다 여기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낮시간이었고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절대 가지 않을 곳이었다. 포틀랜드를 여행하며 유일하게 치안이 좋지 않았던 이곳을 겁을 잔뜩 먹은 채로 후다닥 다녀왔다. 



Voodoo Doughnut의 귀여운 간판


올드타운 쪽을 걷다 포틀랜드의 명물 부두 도넛도 만났다.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이 도넛은 미국에 지점이 몇 개 없지만, 늘 줄이 길게 서있을 정도로 인기를 자랑한다. 본점도 예외는 없었다. 24시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도 줄이 길었다. 우린 저녁을 먹으러 가야 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몇 장 찍고 이틀 뒤에 오자고 다짐했다. 






Lardo의 샌드위치 



우리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브루어리로 향했다. 포틀랜드 하면 커피와 맥주가 바로 떠오를 만큼 양조장으로 유명한 도시라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커피는 다음 글에서 찐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토요일 저녁이라 브루어리들은 꽤 붐볐고,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Von Ebert Brewing Pearl



고단한 여행 첫날을 마무리하며 마시는 시원한 라거에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맥주도 맥주였지만, 미국에서 일한 지 5개월 만에 만난 대학 동기와의 만남은 타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했다. 포틀랜드의 맥주를 마시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갔다.















고작 하루였지만 다운타운에서 만난 모든 것이 포틀랜드를 닮아있었다. 도시 전체가 잘 브랜딩 된 하나의 브랜드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어딜 가든 남의 것을 빌려온 것이 아닌, 포틀랜드의 색깔이 확실했다. 내가 추구하는 여행의 이유와 잘 맞닿아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이곳만의 삶의 방식을 느껴보는 것.


첫날부터 이 이상하고 매력적인 도시에 푹 빠져버렸다. 









- 포틀랜드 여행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직접 찍은 사진들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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