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감사실입니다.
본 글은 필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되어 그 대응과 결과를 정리한 실화를 바탕하였습니다.
신고인의 2차 가해 보호를 위하여 인물 및 배경 등 일부는 필자가 지어내었음을 알립니다.
그날은 오랜만에 본사로 외근이 있던 날이었다.
본래 퇴근시간보다 약간 이른 시간에 모든 일정을 마쳤고, '지금 회사로 출발해 봤자 도착하면 바로 퇴근해야 할 테니'라는 약간의 자기 합리화를 내세워 집으로 가기 위하여 차에 막 시동을 건 참이었다.
오랜 시간 울릴 일 없던 나의 핸드폰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혔고,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은 데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감사실 ***입니다. 지금 잠깐 통화가능하실까요?"
문자를 받았냐는 감사실 담당자의 말에 나는 물끄러미 나의 문자함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문자를 보내자마자 전화를 했기에, 미확인 메시지 1200개를 넘어가는 문자함 맨 위에서 문자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귀하께서 직장 내 괴롭힘의 피신고인으로 접수된 바 관련사항을 안내드리고자 연락드렸습니다 "
라는 문구가 보였고, 난 간신히 현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사 내에서 나이가 아주 어린 편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취업자체가 늦었고, 직급상으로는 막내 타이틀을 뗀 지 이제 막 반년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어느 회사가 그렇겠지만, 회사 내에서 막내직급이 괴롭혀봤자 누구를 괴롭힐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수화기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나를 현실로 붙들어 메었다.
과장님, 관련해서 안내와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잠깐 시간 괜찮으실까요?
다행히도 아직 회사를 떠나지 않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약간 떨어진 다른 건물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본인을 감사실 ***과장이라고 소개한 이는 내가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매우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때 즈음, 나는 오히려 담담해져 있었다. 어차피 회사라는 수직사회에서 막내라는 사람이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거기에 직책은 권한을 대변하기에 나의 비루한 직책으로는 괴롭힐 수 있는 내용 또한 비루할 수밖에 없다.
"과장님을 신고한 사람은 현재 근무하고 계신 팀에 소속된 분은 아니고요, 이전에 본사에 있는 부서에서 같이 근무하신 분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신고자에 대한 대부분의 확신이 섰다. 나는 마지막으로 신고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한 가지의 질문을 했다
"혹시 퇴사하신 분인가요?"
"아뇨 아직 회사 다니고 계신 분입니다."
조금 더 물어봤지만, 감사실 담당자는 신고자의 인적정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확신하건대 나보다 10살 많았고, 팀에서 내가 일하던 업무의 차석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박차장"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감사실 담당자는 그 뒤에 나에게 제기된 괴롭힘 내용이 지속적인 무시와 비하발언, 폭언과 욕설 고성임을 알렸고, 향후 조사일정에 대하여 간단하게 공지하고 떠났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 TIP
종종 조사자 측에서는 2차 가해 예방을 이유로 신고인 및 피해자를 알려주지 않거나, 피해발생일 등을 특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사측의 의무는 객관적인 조사이므로, 이처럼 신고인, 피해자, 피해발생일, 피해내용 등을 알려주지 않고 단순히 당신이 괴롭혔다. 정도의 수준의 내용만으로 조사를 한다면 피신 고인 입장에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피신고인은 본인의 방어권이 제한받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항의하며, 항의 한 이력 및 조사자의 대응사항을 문서나 이메일, 녹음 등으로 남기는 것을 권한다. 불합리한 조사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더라도 추후 조사과정등을 문제삼아볼 수 있다.
감사실 직원이 떠나고 난 뒤 이미 본사에서 퇴근시간을 넘긴 나는 아드레날린이 도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피신고 0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