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가 차트로 본 경제뉴스
무역적자 관련 뉴스가 끊임없이 나온다. 한국 위기의 기준인 IMF가 재소환되고 있다.
2022년 무역적자 472억 달러로 사상 최대…14년 만의 적자. 연합뉴스 (2023-01-01)
- 적자 규모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2배 넘어 역대 최대치
기사에서 언급한 IMF 대비 무역적자가 두 배 넘게 증가한 건 팩트다. 정확히는 207억 불에서 477억 불로 230%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규모는 527%, 수입 규모도 487% 증가된 상황이다. 요즘 흔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다.
14년 만의 적자란 건 반대로 14년 간 흑자를 냈단 말이다. IMF 발생 이후, 2008년 한 해를 빼면 무려 25년 간 흑자를 냈다. 그 기간 무역수지를 합치면 7,565억 불, 한화로 1천 조원에 달한다.
[ 수출입 통계 및 무역수지 ]
한국은 외환보유액 4,300억 불(23년 1Q), 순채권 3,612억 불(22년 4Q)을 보유한 상황이다. 4월 누적적자 251억 불을 연간 추정하면 2023년 무역적자 753억 불이 예상된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현재 외화보유액 4,300억 불은 5.7년 후 고갈된다. 대외금융자산 7,860억 불까지 고려하면 16.2년을 버틸 수 있다. 경제를 잘 몰라도 외환위기 소환은 다소 이르게 느껴진다.
[ 외환보유액 및 순채권 ]
물론 지금 상황이 좋다는 건 아니다. 최악의 지정학적 위치와 급격한 인구감소는 큰 위협이 된다. 사회 전반에 퍼진 직업윤리 상실과 맞물려 산업 전반이 후퇴 중이다. 하반기 무역적자 800억 불을 넘기면 IMF 수준의 위기일 듯하다. 거기에 부동산 PF 같은 뇌관이 터지면 더 큰 위기로 번질 것이다.
1분기 소폭 반등한 외환보유고를 보며, 500억 불 이내로 무역적자를 막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다. 힘들겠지만 나라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20대 빌린 천만 원이 40대에 가볍게 느껴지는 원리다.
부모의 부도를 경험한 20대가 열심히 벌고, 재테크에 성공해 40대 자산 10억을 이룬 수준이 지금 한국이다.범죄나 사기, 또는 무리한 사업만 아니면 파산할 확률이 크지 않다. 물론 현 정부의 외교 외줄 타기는 위험해 보이고, 귀를 닫은 상태라 심히 걱정된다. 백성이 나라 걱정하는 한국인 종특일까.
과거에도 늘 그래왔듯, 어려워진 경제를 이유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2009년 한 기사는 당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공부문 민영화를 결심한 이명박 정부 기조에 맞춰 IMF와 함께 구한말까지 소환한다.
우리 경제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최대 보루인 수출을 필두로 투자와 소비 등 내수기반이 주저앉으면서 경제의 성장동력도 식어가고 있다. 분배를 통한 성장, 성장을 통한 분배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세대·계층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하면서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청년실업자와 노숙자의 행렬이 다시 길어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와 경제의 주권을 동서열강에 넘겨줘야만 했던 구한말의 비극이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 신동아. 「기업 구조조정 IMF 외환위기 때와 2009년의 차이 (2009-03-10)」
사회초년생 시절 2009년 사회가 과민반응하는 모습을 경험했다. 초기 군불을 땐 언론과 기업의 '혁신' 과정은 입을 맞춘 듯 매끄러웠다. IMF를 경험한 공포감은 구조조정에 순풍을 불었다.
그 결과 2010년과 2011년 최대 무역흑자, 이후 13년 연속 흑자가 이어지며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 그 부작용으로 합계출산율 0.78명, 노인빈곤율 37.6%를 기록한 자비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다. 지난 14년, 경제성적표는 만점이지만, 민생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수도꼭지를 잠구는 상황이다. 신규채용은 최소로 줄이고, 비용투자는 최대한 미룰 것이다. 높은 이자율을 경험하며 직업관과 소비문화도 바뀔 것이다.
불필요한 인력과 경쟁력이 낮은 기업을 솎아 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잉 대응으로 마른 씨를 더 말리는 상황은 피하길 바란다. 10년 후 성적표는 지금보단 밸런스를 갖추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