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ko Feb 11. 2022

누구나 언젠가 독립해야 하는 시대

지금 당장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우리는 100살까지 살 거고, 누구나 언젠가는 독립해야 하는 시대다.
흐름은 이미 바뀌었다.
혼자, 또 같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인디펜던트 워커 -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직업을 골랐고, 나름 재미있는 일을 잘 맞아하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쓸지 브런치에서 시작할지 고민했지만, 쉽게 질려하고,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을 어려워하는 스타일이라서 이미 어느정도 내가 익숙해진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글 쓰는 '일'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느낀다. 요즘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글 쓰는 게 업이 아니어도 나보다 더 잘 쓰는 일반인 작가도 많고 남궁인 작가처럼 의사란 본업이 있는 채로 글 쓰는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일이 아닌 '행위로서의 글'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도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기 전에 텍스트를 애정하는 사람이었을지도. 



일이 아닌 행위로서의 글쓰기



사실 글이라는 건 필연적으로 쓰는 사람의 색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개인적으로 그 점이 가장 걱정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아직은 그렇게 단단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 인터넷 세상에서는 (Y2K 감성) 내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잘 다듬어진 모습만 공유하고 싶은 게 모두의 마음이니까.


그래서 또 밍기적거리며 미루고 미루고 있었는데. 책 한권을 보고 다시 좋은 자극을 받았다. 

요새 일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못 보던 책을 다시 보고 있는데,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059304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다. 추천한다. 앞으로의 라이프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일과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은 사람들.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정혜윤, 무과수, 박신후 처럼 SNS로 알았던 사람들이 인터뷰이로 등장해 나누는 대담이 술술 읽히기도 하고, 요새 일이나 삶에 대한 고민이 수두루 빽빽한 내 멘탈이 격하게 공감하는 일들이 많기도 하고. 도움이 되는 말이나 생각, 완전 맞아! 하며 이마를 치게 하는 글들이 많아 정말 재미있다.


빠르게 읽고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부분은 따로 정리해 둬야지.






내가 더 뾰족해지면 된다. 거짓 없이 나를 드러내면 '나와 잘 맞겠다'고 느낀 사람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한다. 희미하면 사람들은 헷갈려 한다. 그래서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누구인지 자세히 보여 주면 서로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 인디펜던트 워커 - 무과수




보통 나는 마음이 복잡하거나 불안하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택하는데, 우선,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 서울에 집? 프리랜서? 독립? 아 일단 모르겠고. 해야 할 것을 던지고 넷플릭스에 빠져든다.

오히려 어렸을 때는 철학적이고 난해한 영화를 좋아했는데, 나이들수록 싱숭생숭 마음이 복잡해지는 게 싫어서 킬링타임용 영화나 진짜 처음부터 뻔한 로맨틱 코미디같은 걸 본다. 그런 걸 계속 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 있고, 하루 죙일 보다가 잘 시간이 되면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부터 또 당분간 무한 반복..


두번째는 뭐라도 해보는 것. 그 도피처가 흔히 책인데,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예를 들자면,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거나, 퇴사하고 싶다거나, 그냥 눈감고 지구에서 사라지고 싶다거나 다양한 순간에 읽고 싶은 책을 이-빠이 쌓아서 탐독한다. 평소에 멀티태스킹을 정말 못하는 사람인데, 책을 읽을 땐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싶은 마음에 동시에 4-5 권 쌓아두고 돌려가면서 읽는다. 약간 폭식하는 느낌? 너무 불안하고. 망한 것 같으니까 뭐라도 나라는 사람 안을 의미있는 걸로 채우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 허겁지겁 책을 읽는 행위로 달래지곤 한다.



뭐라도 나라는 사람 안을 의미있는 걸로 채우고 싶은 욕구를 그렇게 허겁지겁 책을 읽는 행위로 달래곤 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일에 대한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삶 전반에 관해서는 임경선 작가의 글들을 좋아하고, (에세이는 정말 잘 쓰시는 것 같다. 소설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요새는 독립출판이나 SNS 상의 영향력을 가진 분들 중에도 일과 라이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면, @ins.note 의 숭 님 같은 분들.

https://www.instagram.com/ins.note/


나이를 먹어가며 한번쯤 하는 생각, 출근할 때마다 하는 생각,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과 고민을 누군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위안이 되기도 하고, 그걸 더 그럴싸하게, 잘 묘사하고 표현하고 완성해내는 그들의 글을 보면 나도 뭔가 더 해야할 것 같다는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한다.




반면, 일이 정말 바쁠 때에는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쁜 직업이라서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그냥 쉬고만 싶다. 오히려 머릿속은 아메바처럼 단순해진다. 먹고 운동하고 일하고 취침. 무한 반복. 고민은 없고. 머릿속은 그냥 잠, 휴식으로 심플해진다. 야근으로 돈은 더 많이 들어오고 생각보다 꽤 괜찮기도 하다.


바쁘면 오히려 머릿속은 아메바처럼 단순해진다. 


그러다가 파도처럼 밀려왔던 일이 한번에 싹 빠지면 한가해져서 잡생각이 많아지고 다시 인생고민을 시작하는 거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 지난 8월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로 엄청 바빴는데, 살다살다 처음으로 스트레스로 자다가 일어나서 온몸에 알러지처럼 두드러기가 돋는 경험을 했다. 루푸스 병? 처럼 그런 자가 면역 질환은 정말 바쁘게 자기 삶 없이 일하는 워커홀릭 같은 사람들만 경험하는 질병(?)으로 마치 도시괴담처럼 알고 있었는데..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니까 정말 충격적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열심히 일만 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강약 조절은 하면서 했는데, 정서적으로 안 맞는 사람들이랑 일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은 듯 하다. 직장생활 총 3년, 현 직장에서는 2년차 밖에 안 된, 주니어 중에서도 주니어라서 아직 일하면서 겪을 일의 1/10도 안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여튼 8월에 내가 하던 일 중 하나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 중에는 제일 멍청한 사람들과의 일이었다. 멍청한 이라는 표현은 좀 권위적이지만..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들. 나랑 일하는 사람들은 다 잘나고 스마트하고 합리적이고 인성도 탑급이면 좋겠는게 나의 직장생활 평생 소원.


아무튼, 그런 일도 있었고, 사람이 그런 큰 고비를 겪으면 삶을 돌아보게 되는 건지. 또 자아 성찰과 고민의 era 가 당도했다. 이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지 직장생활이란 게 나에게 안맞는 건 아닐지. 안 맞는 것도 당연하고, 결국엔 계속 출근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그런 출구 없는 무한 딜레마 같은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누가 가라고 강요한 적 없는 꿈에 그리던 직장을 첫 직장으로 시작하고. 1년 겨우 버티고 퇴사하고 더 재밌는걸 해보겠다고 들어온 지금 회사.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당연히 정말 많지만 큰 틀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다 잘 맞기 때문에 그래도 일단은 5년은 꿋꿋하게 다녀보려고 했던 나의 의지가 8월의 여파로 흔들리고 있기도 하고, 요새 코로나로 퇴사나 이직이 오히려 더 활발하기도 한 업계 분위기도 있고 .. 이런저런 감정과 상황을 핑계 삼아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내일 모레면 서른인데, 


서른도 어린 나이라고는 하지만 20대 초반에서 20대 중후반으로 넘어갈 때 내가 어리다고 느끼지 않았듯이, 항상 지나고 보면 어린 나이지, 당시에는 그렇게 느끼기 힘든 것 같다. 당시에는 항상 어렵고, 늦었다 싶고. 시간은 언제나 우리를 앞서 가니까.


하여튼 나도 어리다면 어리고, 많다면 많은 이제는 뭔가 어렴풋이 그려져 가야 할, 아니 좀 그려졌으면 좋겠을 그런 나이인데 생각보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나의 5년 후, 10년 후는 모호한 그림들 뿐이라 많이 흔들린다. 그래도 내가 제일 잘 아는 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믿었는데, 이제 그것도 좋은지 모르겠어서 힘든 것 같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게 맞나? 남들이 좋다고 해서 좋은 건가? 나는 이게 맞다고 믿었는데 다른게 더 중요한지 모르고 순진했어서 그런 거 아닌가. 결국 그러면 어른들이 맞다고 했던 말들 중틀린 말은 하나도 없던 거 아닌가. 또 무한정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학교 커뮤니티에 기웃거리면 고민은 더 심해진다. 결국엔 인생을 리셋하고 싶어지게 하는 수능까지 다시 봐야 할 것 같은 후회가 꼬리를 문다. 그 순간에는 맞다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왜 나는 그때 A를 골랐을까. 멍청했지 내가.

왜 나는 그때 더 중요한 게 뭔지도몰랐을까.

왜 나는,

왜 나는,



그렇게 타고 타고 가다보니 지금 내가 내리는 선택도 과연 맞는 선택일까 흔들리게 되었다. 내가 지금 재밌게 하고 있는 이 일도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 잘 몰라서 그런 거 아닐까.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 사귀는 사람들도 아무 의미 없는 관계는 아닐까. 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으니 내 주변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공부를 다시 해볼까. (공부를 여기서 뭘 얼마나 더 한다고? 대학교 학사 졸업하면서 나는 학교랑은 이제 끝이라고 도망치듯 졸업하고 취직한 애가 누구더라) 내가 가진 게 학벌 밖에 없는데, 학교 네임이라도 살려서 전문직을 준비해야 하나. (진짜 내가 원하는 거 맞아? 아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해서 하고 싶은거야?) 천사와 악마가 머릿속에서 싸우고 난리난 기분. 그러다가 갑자기 남녀차별 자각 타임까지.


나는 또 그렇게 무한정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차별이라는 거 대학교 때는 오히려 못 느꼈는데, 취업할 때에도. 오히려 회사 들어오고 알게 되었다. 여자는 훨씬 오버 스펙에, 뽑을 때 나이로 자른다는 것도.내가 사는 세상이 되게 안전한 울타리 안의 세상이었다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임원들 사이에 여자는 없고, 그래서 몇 안되는 분들이 유퀴즈에 나오는 거구나. 싶고


알고 싶었던 적도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던 현실들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불안이 온몸을 감싸게 되더라. 내가 원했던 건 이런 모습의 나도 아니었고, 이런 세상을 대충 순응하면서 사는 여자애도 아니었는데, 아무생각 없이 좋아하는 것만 보고 하면서 내 취향만 가꾸면서 순진하게 살다보니 나도 그냥 그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기여하는 한 명이었을 뿐이었다는 게. 약간 끔찍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내가 원했던 건 이런 모습의 나도 아니었고, 이렇게 세상을 대충 순응하면서 사는 여자애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요즘은 내가 조금은 더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하는 일도 세상에 조금은 더 의미있고,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창한 욕심까지 드는데, 그게 잘 실감이 나지도, 확신이 들지도 않으니까 더 흔들리고 이게 틀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나는 전형적인 '한가병' 


하여튼 그렇게 나는 전형적인 '한가병'. 한가하다보니까 격동의 사춘기 같은 시간을 보내는 듯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때보단 나음. 내 인생 최악의 시기였기에...) 그래도 지금 읽고 있는 <<인디펜던트 워커>> 를 읽으면서 그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고 있다.


나랑 같은 고민을 하지만, 이런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듯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 별 거 없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면서 또 나는 다시 이 멘탈의 밑바닥에서 튕겨져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쓰다보니 길어진 글을 어떻게 줄여야할지 모르겠지만. 책에서 좋았던 글을 좀 정리해두고 끝내야지.




사람은 신기한 존재라,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렇게 찾는 거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좋아한다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걸 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 인디펜던트 워커 - 박지호




Q. 일하면서 소모되는 것과 능력을 쌓는 것의 차이는 어디서 올까?
사실 누구나 소모된다. 나도 매거진에서 일한 17년 동안 절반은 소모됐을 거다. 그래도 소모된 만큼 월급도 받았고, 버틸만 했다. 문제는 지금은 더 힘들어졌다는 거다. 회사에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있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다. 자기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 인디펜던트 워커 - 박지호



우리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아주 높은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만약 이 일을 안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나. 코로나 이후에 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이 좀 더 의미있게 내 시간을 쓰겠다는 거였다. 물론 회사에 소속된 시간이 의미 없다거나 잘못됐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모든 건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이다. 그저 이런방식으로도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라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다.
- 인디펜던트 워커 - 정혜윤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면서 계속한다.
- 부지런한 사랑 - 이슬아



요즘 남과 나를 비교하기 바쁜 나에게 가장 소름끼치도록 와닿았던 구절. 

그렇다. 어쩌면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이 멘탈의 밑바닥에서 튕겨져 올라갈 준비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