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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즈흐 Nov 06. 2024

비전공자의 출판 마케터 도전기1

근데 이제 찬란과 긍정은 개나 줘버린

대학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3년 차가 되던 즈음이었다. 10년 뒤 나의 모습을 상상했고, 더 늦기 전에 출판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꿈만 갖고 출판 관련 전공자도, 마케팅 전공자도 아닌 나는 sbi(서울출판예비학교)에 합격하며 꿈에 한 발짝 나아갔다는 성취감과 함께 상경했다. 간단히 sbi의 교육 과정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출판 마케터반, 디자이너반, 편집자반 총 세 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반에서는 출판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공부하고 과제를 한다. 5개월 동안 다양한 분들의 경험을 들으며 출판 산업을 이해하고, 과제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쌓는다. 클라이맥스는 교육발표회. 교육 기간 동안의 성과를 가시화하는 전시를 통해 다양한 출판사에서 각 분야별로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와 면담을 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형태다. 기관 자체가 산업으로의 취업을 돕는 것이다 보니 비전공자에겐 유리한 교육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판 마케터로 향하는 도전에 sbi를 발판으로 삼은 이유도 이 점에 있다.


내 여가 시간을 꽉 채운 책과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마음으로 2년 차가 되던 때, 나름 성과를 내던 회사에서 지난 1월에 퇴사했다. 그리고 계속 출판 마케터를 뽑는 공고를 찾아 지원했는데 꾸준히.. 낙방.. 도전으로부터의 성취보단 좌절을 더 많이 맛봤다. 출판계에 계속 문을 두드리면서도 사실 본가인 대전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길에도 틈틈이 지원했다. 그래도 이런 곳은 본가 버프가 있는지 출판에 도전할 때와는 달리 면접까지는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출판사 지원보다 횟수는 현저히 적었지만 성공확률은 높은 그런 안정과 도전 속을 헤엄치며 1분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팔로우하고 있던 출판 마케터분을 통해 sbi의 존재를 알게 됐고 '아, 여기다!'라는 확신을 했다. 비전공자, 비경력자가 산업으로 갈 수 있는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sbi 입학 도전기가 시작된다.


sbi 입학 전형은 서류 > 필기 >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최종 결과가 나기까지 거의 한 달 반의 과정이다. 독서 이력서가 필요한 서류 전형을 위해 여기저기 기록해 놓은 서평을 끌어모아 제출했고,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필기를 준비하면서 이틀 동안 660페이지 분량의 책을 다 읽고 핵심 내용까지 뽑아 공부했다. 그리고 나름 잘 봤다고 생각한 필기도 다행히 합격! 그리고 스터디를 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근데 신의 장난인지 뭔지 면접 확정 결과가 난 바로 그날, 이전에 면접을 봤던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기업에서 추가 합격 소식을 전했다. 면접을 아직 본 상태도 아니고, 결과가 나오려면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공기업은 추가 합격인지라 내 이런 사정을 다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나 같아도 올지 말지 확실하지 않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무작정 기다린다고 할 수 도 없을 듯) 결국 나는 아직 못 다 이룬 출판 마케터라는 꿈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하면 용기라고 해야 할지 객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암튼 면접도 보지 않았던 상태의 나는 이쯤 되면 물러날 곳이 없기에 어떻게든 sbi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행히 면접도 합격! 이렇게 한 달 동안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면서 서류, 필기, 면접 과정을 뚫고 sbi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산업난과 고용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서도) '출판사 취업은 정말 곧이다!' 라는 기대로 희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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