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도어클로져
퇴근을 해서 집안에 들어가 현관문을 닫으려는데 쾅 하는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확 닫혀버렸다. 거실 창문이 열려 있어서 밖에서 들어온 바람이 현관문을 밀어 닫혔던 것이다. 밖에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지만 그래도 문이 너무 심하게 닫혀서 늦은 시간에 민폐가 될 만한 큰 소리였다.
보통의 현관문에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충격을 완충시켜주는 도어클로져라는 장치가 되어 있다. 팔처럼 긴 쇠막대기가 연결된 모양인 것도 있고 문의 관절에 해당되는 힌지에 장착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형태는 달라도 거의 모든 현관문에 달여 있다. 도어클로져의 역할은 문을 닫히게 하는 기능인데 그냥 닫히게 하는 기능과 함께 닫히기는 하되 천천히 닫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어클로져 덕분에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잊었을 때도 저절로 닫혀 집을 들고 날 때 문단속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누리게 된다. 또한 문이 닫히는 속도를 늦춰줘서 이번처럼 문이 세게 닫히는 것을 막아준다. 문을 닫을 때 힘을 너무 줘서 닫는다던지 바람으로 문이 세게 닫히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오늘 이 도어클로져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서 오늘 같은 문제가 생겨 큰 소리를 내며 닫힌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공구상자를 찾아서 다시 현관으로 갔다. 보통의 도어클로져는 강도를 조절하게 되어 있는데 너무 풀려 있으면 이번처럼 문이 쉽게 닫히게 되고 너무 강하게 되어 있으면 문이 닫히다 말고 덜 닫힌 상태로 멈추게 된다. 처음에 설치할 때 조절을 해 놔도 사용하다보면 문이 닫히는 정도가 변하는데 이럴 때면 조절을 해 줘야 한다.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풀려 있는 부분을 조여 충격 흡수력을 높여주고 문을 닫아봤더니 이번에는 너무 조여졌는지 문이 잘 닫히지를 않는다. 풀고 조이기를 몇 번을 반복하며 조절을 한 후 다시 문을 닫으니 이번에는 큰 소리도 내지 않고 부드럽게 문이 잘 닫힌다.
공구를 정리하면서 사람에게도 이런 도어클로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문제가 생길 때 바로 즉각 반응을 하지 않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기능이 사람에게 있어 댐퍼가 아닐까 싶다. 일상생활에서도 주변 사람과 지내는 과정에서 당연히 도어클로져는 필요하지만 회사에서 업무 중이라면 그 필요는 더 커질 수 있다. 더군다나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도어클로져는 더욱 민감하게 작용해야 한다.
리더가 가진 도어클로져가 너무 조여져 있는 경우 둔감해서 주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내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또는 문제를 인지했어도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기가 끌어안고 끙끙 거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 직원들 역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풀려 있는 경우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을 하거나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반응을 해서 주변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할 수 있다.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반응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리더가 흡수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모든 것을 그대로 반응하는 경우이다.
나는 지금 어떨까? 나의 도어클로져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별로 오래 생각하지 않아 지금 내 상태가 우리 집 현관문과 비슷한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 흡수력이 떨어져 작은 바람에도 큰 소리를 내면서 쉽게 반응하는 것 같다. 현관문처럼 내 안에 있는 나사도 살짝 조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