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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군 Jul 22. 2022

어느 날 갑자기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아이

아이는 부모의 거울

 지난주였던 것 같다. 여느 때와 같이 유치원 하원후 집에 와서 손 씻고 유치원 가방을 정리 중인데, 홍시가 책장에서 영어책을 꺼내며 말했다.

"아빠, 엄마! 나 영어 잘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아빠같이 영어로 말할 수 있어요"


3주 전에 해외출장을 다녀와서는 코로나에 걸렸었다. 회사일로 정말 바쁜 시기였는데 코로나 확진이 돼서 어쩔 수 없이 1주일간 집에서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최근 방역지침으로 홍시는 코로나 검사 후 유치원에 갈 수 있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이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혹여나 홍시는 아직 코로나 확진이 된 적이 없어서 밥을 따로 차려먹고, 집에서도 마스크는 항상 쓰고 있었다. 회사일을 하면서 홍시를 돌봐야 하기에 완전한 격리는 거의 불가능했고, 나는 회사일을 하면서 홍시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돌보는 중이었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회사일로 팀장이랑 전화통화를 계속해야만 했다. 그런데 팀장이 외국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로 통화를 하면서 일을 했고, 홍시는 그걸 지켜봤다. 처음에는 약간 신기해하듯이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며칠 지나니 내가 영어로 전화 통화하는걸 크게 관심 갖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코로나 확진과 재택근무 기간이 지나고 나서 며칠 후, 갑자기 유치원에 다녀온 홍시가 이야기했다. 자기도 아빠같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어떻게 해야 영어로 말할 수 있냐고 말이다. 나랑 정양은 같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다가 홍시가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다시 한번 홍시한테 물어봤다. 그리고 홍시는 대답했다. 자기도 영어로 말하고 싶다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육아 관련 서적을 많이 읽으려 노력했는데, 항상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 한결같았다. 아이가 무언가 해주길 원한다며, 엄마, 아빠가 먼저 하면 된다고. 이번에 홍시의 영어에 대한 관심이 딱 이 케이스인 것 같았다. 정말 의도치 않게 부모로부터 자연스레 노출된 영어 몇 마디가 아이에게는 호기심이 발동이 된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말을 덧붙이자면, 내 영어 실력은 정말 별로다. 누가 봐도 콩글리쉬가 난무하고, 발음도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홍시한테는 아마도 내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아빠로 보였을 것 같다. 한국말이 아닌 다른 언어로 말을 하고 의사소통을 한다는 거 자체가 아이한테는 신기한 모습이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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