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군 Dec 05. 2023

새학기 시작 전날밤 한참을 서럽게 울던 6살 아들

 삼일절, 달력에 빨간 날이라고 좋아하는 나와 정양과는 다르게 홍시는 하루종일 걱정이 가득했다. 이유는 내일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선생님들과 시작이 두려운 것 같았다. 사실 나랑 정양은 작년에 다니던 유치원에서 학급만 바뀌는 거니 홍시가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홍시가 느끼는 새 학기의 무게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새 학기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부터 홍시는 걱정했다. 유치원 가는 게 무섭다며 울먹 거렸다. 솔직히 나는 유치원을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라 며칠후면 괜찮아 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3월 2일 개학날이 다가오면서 홍시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급기야 개학 전날 밤 잠들기 전 울음을 터뜨렸다.

 잠들기 위해 씻고 함께 누웠는데 홍시가 울기 시작했다. 아주 서럽게, 소리 내서 울었다. 내일 새로운 반에 가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 만나는 게 무서워서 가슴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새로 배정받은 반에 원래 같은 반이었던 친구 두 명이 같이 올라가긴 하는데, 그래도 긴장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팔베개를 해주고 꼭 안아주면서 달래줬다.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하다고. 홍시가 아주 건강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이라 이야기해 줬다.

 예전부터 홍시는 새로운 장소, 사람, 분위기에 항상 조심스러웠다. 막상 적응하고 나면 누구보다 잘 뛰어놀고 친하게 지낼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사실 나는 이런 홍시의 모습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아주 붙임성이 좋고 겁이 없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조용하고 차분한 아이도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체육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다양함이 존재하는 걸 존중해 주고 싶다. 아이들이 전부 다 똑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건조한 세상이 될지 상상도 안된다. 

 오늘 아침 홍시는 두려움을 갖고 씩씩하게 유치원으로 잘 들어갔다. 나중에 선생님께 들어보니 처음에는 울먹거리긴 했다는데, 금세 아는 친구들을 만나서는 아주 신나게 잘 놀았다고 한다. 아마도 며칠 지나면 새로운 반 친구들 전부 다 친해져서, 지금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는 홍시는 찾아볼 수 없겠지. 

 앞으로 유치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생활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홍시는 분명히 잘 극복하고 이겨내면서 쑥쑥 성장할 거라 믿는다. 

 홍시야 오늘 유치원 새 학기 첫날 수고했어! 

작가의 이전글 가장 먼저 유치원 등원해서, 가장 늦게 하원하는 홍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