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전시를 해보았다.
기록전시는 나의 기록관리의 최종작품이지만, 시민에게는 시작이다.
기록전시를 두 번 해봤다. 한 번은 지난 7월 여름, 한 번은 올해 3월 봄, 7월 전시는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준비했던 작업이라, 꼭 해보고 싶어서 상사에게 보고해, 우여곡절 끝에 해 낸 전시였고, 3월 전시는 갑작스럽게 요청이 들어온 전시였다. 두 번의 전시를 끝내고, 그 일들을 하면서 느낀 점을 나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끝이 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록관리 업무를 하면서 전시라는 업무는 생소하지만, 강렬하고 재미있는 업무 중 하나다. 기록관리는 기반업무라 조용히 묵묵히 해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작용하지만 반작용이 없는 이 일에 가끔 무기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또한 이 일의 효용가치를 생각할 때 "미래, 역사, 투명성, 책임성"이라는 어쩌면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래서 뭐?"라는 대답이 나오는 나오는 말들 앞에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전시를 하면서 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반응들과 효과를 보게 되었고, 기록관리의 최종 작업 중 하나나 일 수 있는 "전시"는 역으로 기록관리의 시작점에 대한 답을 알려주기도 한다.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전시는 기록관리의 마지막일 수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 전시는 기록의 시작일 수 있다. 우리는 잘 관리된 기록을 최종적으로 시민에게 공개하지만, 시민들은 기록전시를 통해 기록을 이해하고 관리의 필요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나의 눈엔 부족해 보이는 기록과 관리방법들을 가지고 무기력해질 수 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전시들은 나의 업무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비록 나 스스로 기록 관리에 대한 부족함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시간이 많지만, 전시라는 기록의 표현과 그것을 이해하는 대중을 만날 때, 그래도 내가 해온 일들이 가치가 있구나"를 느끼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또, 그 잠시의 기쁨으로 다시 그 지난한 기록관리의 시간을 견디는지도 모른다. 마치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고 힘든 시간이 있어도, 아이의 웃음으로 그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마법 같은 순간처럼 말이다.
그 두 번의 전시를 공유하고자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저자의 많은 생각과 고민이 녹아있는 기록전시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3.1절 기념전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