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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민지 Nov 01. 2020

[이해한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는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줄 때 ‘서운함’을 느낀다. 내 마음을 알면서도 몰라줄 때에는 더 많이 서운하다. 분명 받으려고 준 게 아닌데도 돌아오는 마음이 없으면 서운하긴 하다.  내가 남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건넨다. 무얼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 해할까를 고민 고민하며 선물을 고른다. 순전히 남자 친구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해서 했던 일이다. 내 생일 때에도 해주겠지 라고 돌려받을 것에 대한 생각은 단 1초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생일이 되었는데 내게 돌아오는 게 정말 없었다. 상관없었다. 주는 일에 익숙한 사람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해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약간 신경은 쓰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선물에 의미를 두는 성격, 아닌 성격의 다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에도 같은 상황은 반복되었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나중엔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다 나만 놓으면 놓아지는 관계인 건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성격의 차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마음의 차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게 상대도 나를 많이 좋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받진 않는다. 분명하게 알고 있다. 마음의 크기가 다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런데 안다고 해서 서운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한 순간에 퐝 하고 폭발하는 분노 같은 감정보다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서운한 감정은 더 참기가 어렵다. 분명히 처음엔 되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되돌려 받지 못해 서운하다. 안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한다. 내가 나를 속인 건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 친구에게 주는 내 마음에 조건을 달고 싶지 않아서 아닌 척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건값을 지불했으니 물건을 주세요.처럼 당연하다는 듯 요구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네 생일선물 줬으니까 너도 줘.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정확히 하자면 내가 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것만큼 너도 나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줘. 가 맞는데 이런 말은 무용지물이다. 아, 맞다 미안! 하고 선물을 받아봤자 내 마음이 충족될 리가 없다는 걸 안다. 우러나오는 마음을 받고 싶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서운함을 베이스로 쌓아 올려진 기대다. 상황이 이쯤 되면 관계를 이어갈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내가 붙들고 있던 사이라고 인식해버린 이상 관계 지속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 더 이상의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놓는다. 에너지를 아끼고 아껴서 알아주는 사람에게 줘야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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