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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배 Aug 17. 2024

 너 내 도도도도동료가 돼라!

자고로 여행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나에게 있어 편안한 여행 동료란 자고로 별 것 아닌 일에도 함께여서 좋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 중 며칠 동안 직장 동료인 J와 (그리고 J의 부모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는 스페인 마요르카. 마요르카는 요시고의 ‘그 사진‘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애매랄드빛의 해변들로 유명한 섬이다. 마요르카의 아름다움을 익히 들었기에 마요르카 여행은 내가 매우 매우 기대하던 일정이었다. 신혼 여행지로도 손꼽히는 만큼 우리는 마요르카에서의 해수욕을 기대했다. 여행 전부터 예쁜 비치 타월, 수영복을 같이 골랐고 심지어 나는 막판에 마요르카의 물고기들을 내 눈에 담고 싶어 스노우쿨링 장비까지 급히 준비했다.


친구 말로는 마요르카는 365일 중 300일이 맑은 곳인데 하필 그 65일 중 3일에 우리가 왔나 보다. 첫날 숙소에 도착하니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가 대차게 내렸다. 일기예보에는 마요르카에 머무르는 내내 비구름이 그려져 있었지만 혹여나 그다음 날에는 날이 개지 않을까 하며, 기도하면서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에도 비가 그쳤다 내리길 반복했다.


비록 우리가 기대하던 대로 햇빛이 내리쬐는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해수욕을 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엄청 웃으면서 돌아다녔다. 궂은 날씨를 탓하며 임재범의 고해를 사투리 버전으로 바꿔서 불렀고, 밖에 나가지 못하는 대신 숙소에서 서로의 옷 코디를 짜줬으며, 비가 오는 거리를 걸으며 해수욕 대신 산책을 즐겼다. 쾌쾌한 장작 냄새가 물냄새와 함께 감도는 항구 근처를 걸으며 당나귀도 보고 닭도 보고 꽈리고추를 닮은 신기한 식물도 구경했다. 비가 와서 이슬이 맺힌 싱그러운 나뭇잎이 아름다웠다. 산책을 하며 J와 같이 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의 대사와 장면을 따라 하며 엄청 웃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우리 둘 다 너무나 좋아해 이탈리아어 대사까지 통째로 외워버린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봤다. 영화 속에서 올리버와 엘리오가 파티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우리도 함께 따라 춤을 췄다. 해수욕을 못하는 대신 아침, 저녁 두 번씩 뜨끈한 물을 욕조에 받아 거품 목욕을 했고, 거품 모자를 서로 만들어줬다. 미끄덩한 욕조에서 일어서면서 주르륵 넘어져 번갈아가며 거품물에 빠지곤 할 때면 그 모습이 웃겨 서로 웃어댔다.


나는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궁금한 곳이 있으면 슬쩍 가서 구경하는 편이다. 계획된 일정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순간의 마음을 따라가며 여행하는 걸 더 좋아한다. 그리고 J는 다정해서 그런 나를 잘 기다려주고, 심지어는 같이 웃으며 즐기는 사람이다. 우산이 없어 비가 왕창 내릴 때, 내가 “이것도 낭만이야~!”라고 웃으면서 빗속으로 뛰어가면 “그건 그래”하며 웃으며 빗속으로 뛰어 들어오는, 신나면 씰룩거리며 춤을 추는 버릇이 있는 나를 보며 자기도 춤을 춰보겠다며 같이 춤을 추는 그런 사람.


마요르카 여행 동안, 비도 오고 몸도 좋지 않았지만 그런 J와 함께여서 엄청 웃었달까. 지난 3일 간 마요르카를 지나다니던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제일 많이 웃은 것 같다. 자고로 여행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고 인생도 그러하다. 그렇기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더 중요한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옆에서 쿨쿨 자고 있는 J, 앞으로도 너 내 (여행) 도도도도동료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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