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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Sep 20. 2023

분기점

자전거여행 1,2 (김훈)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운 것이다,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자전거여행 1' 책을 펴내며 中에서)


가슴앓이와 낙심으로 진단된 육체적 소진은 결국 마음의 감기로 옮아왔다. 감기에 좋은 처방은 아무래도 나에겐 책이다. 읽지 않고 오래 방치된 책을 꺼냈다. 자전거여행 1,2는 각각 2000년, 2004년 발행된 것을 2014년 새로 펴냈다. 개정판 '자전거 여행'의 울림은 기다림이다. 세상 상당 부분 일은 기다리면 저절로 만사 해결된다. 애달픈 조바심은 일을 그릇되게 하고 뒤틀리게 한다. 한 템포 느리게 한 박자 쉬엄쉬엄 하다 보면 순조롭게 만사 해결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알면서 행하지 못한 육체적 피곤은 결국 마음의 분출을 마비시켜 병으로 발현된 것이다. 육체와 마음은 한 맥락이다. 육체적 시그널을 방치한테 마음을 고되게 한 대가는 가혹하다. 마음과 육체는 자기 스스로 자생하려고 마음과 몸에 메시지를 보내지만 무시한 채 조급하고 틀 안에 마음을 가둔 채 지속하다 결국 폭발한 것 같다. 자전거 여행처럼 내 마음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그 단순함을 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가 개면 바람이 불듯이, 그 편안함이 순리로 다가올 때까지, 이승에 남아서 밥벌이를 하자. 벗들아, 그대들이 경멸했던 내 꿈속의 적막을 용서해 다오' (자전거 여행 1 중에서)


밥벌이의 지겨움란 제목의 뉘앙스처럼 가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현실적 비판의 냉철한 기운이 '52살의 여름에 겨우 다'라고 고백한 이 자전거 여행에서 작품의 분기점을 맞이한 게 아닌가 하며 나의 현 상황을 일치시켜 본다. 분기점을 통과하면 또 새로운 분기점에 도달할 것이고 분기점은 새롭게 계속 개통된다. 삶의 분기점이 지금이라면 나중에 맞이하게 될 분기점과 새로운 길은 또 그때 천천히 맞이하고 선택하면 될 일이니 미리 걱정하거나 조바심 내지 않으련다.


자! 이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여행이 조바심을 떨쳐내든 변화를 변덕으로 비판하는 교조적 마음을 떨쳐내든 하나하나 떨쳐버리는 연습의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육체의 회복처럼 마음의 치유는 의사의 처방이라는 매우 과학적 방법과 상담의 정서적 방법 병행하여 나의 쉼 여행을 즐기려 한다. 어둠에 치우친 말과 글을 좀 더 밝게 이동시켜 균형을 잡고 냉소와 무미건조한 가슴에 온기와 촉촉함을 채우는데 현재 주어진 귀한 휴식의 시간을 헛된 일에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 2023년 여름과 가을의 분기점인 52살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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