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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머드 May 28. 2019

기술은 어떻게 내 시간을 빼앗나?

자유도가 높다는 건 정말 좋은 걸까?

우리는 기술에게 쉽게 시간을 빼앗깁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없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죠. 의도치 않을 때가 많지만 의도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들을 하고 나면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드는 데 그렇다고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지만 그것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지 알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가지고 있는 것에 희소성을 느끼기 어렵고 그 고갈 시점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히려 시간의 고갈 시점을 알게 된다면 더욱더 함부로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아이러니한 시간과 우리의 관계에서 어떻게 기술이 우리 시간을 빼앗는지 담담히 적어 보려 합니다.   


Thinking → Memo (메모기술)

 기술을 Technology라고 이해하셨다면 메모 기술이 첫 번째로 등장한 것에 좀 의아해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메모기술이야말로 시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한 장본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는 종이, 태블릿, 핸드폰 등 작성 수단과 관계없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되는 의견도 있습니다. 설명을 위해 메모 행위를 계획, 공부, 걱정 3가지 의도가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계획을 메모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Todo List가 있습니다. 동그란 원에 시간 계획표를 적거나 해야 할 일을 간결하게 적어 하나씩 체크를 해내가는 것이죠.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Todo List에 작성된 일 중 41%는 미결로 남는다고 합니다. 할 일들의 무덤인 셈이죠. 공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부를 할 때 쓰면서 외우는 사람은 회상하는 사람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걱정 부분에서는 나름 효과가 있습니다. 쓰고 나면 생각을 덜하게 되죠. 메모의 재발견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걱정 리스트를 만들면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잡아서 노트에 가둬 놓는 느낌일까요?


 그러니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끄집어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어라. 하지만 계속 기억해야 할 것이라면 적지 말고 계속 곱씹어라. 다시 볼 생각도 아니면서 기억하고 싶다는 의도로 마냥 메모를 한다면 그건 분명 시간 소모에 가까운 것입니다. 물론 적는 것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첫째로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 둘째로 스스로 복습을 하기 위한 정리 수단으로써 말이죠.   



Tele Phone → Smart Phone

 스마트폰을 만지기 전에 미리 무엇을 할지 생각한 뒤 그것만 하고 폰을 내려놓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만약 할 필요 없는 것들까지도 하게 된다면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이 가장 큰 걸림돌일까요? 아마도 알림 기능일 겁니다. 수많은 앱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릴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죠. 마치 우리가 마트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참외를 하나 사기 위해서 마트에 들렸지만 그것만 사고 나오기 어려운 법이죠.


 저는 하루 4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고 이 중에는 의도치 않게 관심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을 필요가 아닌 브라우징의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죠.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가질 콘텐츠 사이에 의도된 콘텐츠를 넣고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는 사람들이 배후에 있으니까요.


 그러니 목적의식을 가지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잘 되지 않을 겁니다. 관심 가는 영역을 보고도 참아야 하는 상황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니 애초에 노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차단 방법은 알림을 일정 시간 동안 끄고 되도록 핸드폰을 만지지 않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방해금지 모드가 있습니다. 이 방법은 온전히 우리가 원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겁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방해 없이 책을 읽고 싶어 도서관에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반대로 가장 많은 방해 요소를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정말 조용한 곳에 있더라도 집중력을 발휘하기 힘들 겁니다.   



TV → VOD

정규 방송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려면 시간의 제약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죠. 보고 싶은 영상물을 언제든 볼 수 있는 Netflix는 나날이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나에게 잘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점은 참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시청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건 언제든지 내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예전에는 9시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9시에 TV 앞에 앉아야 했습니다. 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시간은 비교적 자유로웠죠. 그런데 언제든 9시 뉴스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언제 그 콘텐츠를 볼 지 결정해야 하고 그에 맞는 장소도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재미있는 드라마에 빠져 있다면 우리는 무리를 해서라도 계속 콘텐츠를 보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 이 영상물을 다시 볼 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시간 낭비를 초래하게 되죠.


그러니 언제든 볼 수 있는 콘텐츠라도 장소와 시간을 일정하게 잡고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Netflix만을 위한 시간을 한번 정해 보세요. Netflix 때문에 하고 싶은 일 못하게 된다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빛 좋은 개살구

이런 것들의 공통점은 겉으로는 굉장히 좋아 보인다는 겁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기억보다는 메모가 좋아 보이고 통화 기능밖에 없는 전화기보다 그 어떤 일도 처리할 수 있는 만능 전화기가 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영상물을 볼 수 있는 VoD도 어디서든 지루함을 달래줄 좋은 친구가 되어 주겠죠. 하지만 이면에서는 중요한 일을 위한 내 시간을 나도 모르게 빼앗길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가지는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더 놀랍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그럴 때마다 편하고 자유도가 높은 것에 현혹되지 않고 뚝심 있게 내 시간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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