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을 시작하며
가장 최근 브런치에 글을 쓴 날이 2018년 1월 24일.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브런치를 둘러보며, 예전에 썼던 글들도 추억에 잠겨 다시금 읽어본다.
결론적으로는 처음 시작한 때부터 약 15년 간 해 오던 음악 생활을 완전히 정리했고, 1년 반 정도의 수험기간을 거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시 지방공무원으로서의 삶이 시작될 예정이다.
불과 2년 동안의 기간이 지났지만,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나의 소신도, 내 몸의 건강까지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스물다섯 때는 친구들과 "우리도 이제 반 오십이네" 라며 농담조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서른다섯이 된 새해 전후에 만난 친구들과는 "우리가 벌써 반 칠십이다" 라며 씁쓸한 어조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그 사이에 또 결혼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먹고사는 일을 영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누군가는 벌써 아이가 이만큼 자라서 유치원에 간다고 한다.
스물다섯 때의 우리 모두에게 창창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찬 생각은, 서른다섯이 되니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는 게 당연한 법이라는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
법률상 만 34세까지는 청년으로 간주된다고 하니, 어느덧 사실상 청년의 끝자락에 도달한 셈이다.
이 시점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열일곱 때의 거창한 목표는 '2020년 그래미상 수상자' 였는데, 정작 이렇게 눈앞에 마주한 2020년에는 그래미상도, 음악도 아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말로 형용하기 힘든 꾸물꾸물한 감정이 느껴진다.
후회는 아니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나름 열심히 했고, 어느정도의 성과도 있었고, 넉넉하진 않았지만 밥벌이도 했다.
물론 돌이켜보면 낭비한 시간도 많았기에, 그런 시간들을 조금 더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아쉬움도 아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음악의 길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다.
막상 직업으로써가 아니라 취미로써 음악을 대하게 되니, 몸을 담고 있었을 때와는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기분이기도 하다.
음악을 할 때에는 편곡을 하면서 직접 기타를 쳐서 넣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도 결국 기타를 사지도, 연습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정작 음악을 관두고 새해가 되니 꼭 직접 연주해보고 싶은 곡이 생겨서 이래저래 중고 기타 매물을 알아보고 있다니 인생 참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 기약되지 않는 일을 하다가, 정년이 보장되는 일을 하게 되니, 마치 지리산 능선에서 마이애미 해변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도 든다. 뭐가 좋고 나쁜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한순간에 무대가 바뀐 것이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을 뿐.
서른다섯, 그리고 바뀐 무대.
인생 2막이라는 말을 비로소 실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