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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래 Aug 22. 2024

무엇인가를 저지르는 능력, 재능 (1/2)

건국대학교에서 컨텐츠 제작에 대해 강의하던 시절이었다. 학기가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다. 수업을 끝내고 나서는데 한 학생이 다가와 물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데 자신의 작품이 창의적인지 봐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대개는’ 창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재능을 엿볼 수는 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한 최고의 재능은 용기이기도 하다. 저질러 보는 것, 그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엇이든 될 테니까. 

‘다음 시간이 마지막이니까 마치고 잠깐 봅시다.’


*

‘열심히 만들었군요.’ 

내 말을 알아듣는지 반응을 보았다. 아주 영민한 학생이었다.

‘창의적이지는 않다는 말씀이군요.’


내가 조금 머쓱했다. 

‘재능은 있는 것 같습니까?’

‘이 작품 하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없다는 뜻이군요.’

‘아니에요. 재능은 엿보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위로가 되는 말보다는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학생을 잘 모릅니다. 작품 하나로 평가하는 것은 경솔한 태도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은 엿보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재능은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창의성은 그때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학생에게는 그 재능이 있어요.’

이번에는 조금 의아해 했다. 

‘미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재능은 없고 무슨 일인가 저지르는 재능은 있다는 말씀이세요?’

‘아닙니다. 학생이 미술 분야의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하다면 재능이 있는 겁니다. 다만 그게 어떤 재능인지 규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작가의 재능인지, 감상의 재능인지, 평가의 재능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능은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것 아닌가요?’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학생 시절에는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 보시기에 제 작품이 창의적이지 않고, 그래서 재능을 찾기도 어렵다는 뜻이로군요.’


잠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미술의 역사가 몇 년쯤 되었는지 알죠?’

‘예, 동굴미술에서 시작하면 적어도 4~5만 년은 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 동안 웬만한 생각이나 감각은 거의 대부분 형태화해보지 않았을까요? 학생 입장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나름대로 고민하고 노력해서 대단히 창의적인 어떤 형태를 제작했다고 해도, 그 형태가 수만 년 동안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인지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새롭다는 것은 이전의 것들과 조금 다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이전에 없던 것이 생겨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싶어요.’


‘없는 건 아니군요.’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드물다고 한 겁니다. 예를 들면 미술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은 15세기 초반 유화의 발명입니다. 그 시작은 얀 반 아이크의 작품으로 봅니다. 놀라운 것은 유화로서는 첫 번째라고 할 수도 있는 그 작품은 대단히 세련되었을 뿐 아니라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그 이후에도 이만한 작품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추적해 보면 그 이전에 그런 새로움을 구현해낼 수 있는 기법들이 준비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화는 7세기경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유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실크로드를 거쳐 유럽에 전해졌겠지요. 그리고 자연주적인 기법은 그의 선배 화가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었던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새롭다고 해도 이전의 전통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지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의 창의성은 언제나 이전의 전통에 뿌리박고 있는 것인가요? 학생들은 전통을 학습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경우가 드문 거고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장 미셀 바스키아는 어떻게 겨우 스무 살에 그렇게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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