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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am Jul 16. 2018

#10 우붓 숙소, Sarin Ubud Suite

쉬어가는 하루

여행 10일 차, 그간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피로가 쌓인 데다가, 꾸따에서 에어컨을 틀고 잔 이후로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기도 하여 오늘은 숙소에서 한껏 게으름을 부리며 휴식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행기도 너무 많이 밀려서 정리도 좀 해야 하고..


Sarin Ubud Villa

오늘은 우붓에서 묵고 있는 숙소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꾸따에서 우붓으로 넘어오기 하루 전에 급하게 찾아서 예약한 숙소였는데, 예상외로 너무 맘에 들었던 숙소. 객실이 8갠가 9갠가밖에 없는 작은 빌라 같은 숙소인데, 우붓에 사는 친척집 별장의 손님방에 묵는 기분이었다. 아늑한 정원과 수영장, 공유해서 사용하는 부엌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나무로 된 디자인이 창밖에 펼쳐지는 자연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렸다. 바로 앞에 수풀이 우거진 공터가 있어서 햇빛도 너무 잘 들어왔다.


원래 2박만 예약하고 왔었는데, 우붓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5박을 더 연장하였다. 연장하게 된 이유에는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든 것도 한몫했다. 투숙객이 많지 않다 보니, 거의 풀빌라 수준으로 수영장을 독차지해서 쓸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와이파이도 꽤 잘 터지고, 굉장히 깔끔했다.


일주일간 지내면서 개미 몇 마리와 도마뱀 몇 마리를 보기는 했지만, 숙소가 워낙 깔끔하다 보니 벌레가 나왔다는 생각보다는 자연 속에 있으려면 어쩔 수 없지 라는 기분이었다. 숙소 웰컴 노트에도 작은 벌레나 도마뱀들은 무해하고 오히려 너를 무서워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귀여운 문구가 있었다.


직원들도 몇 명 없는데, 다들 순박하고 착했다. 숙소 현관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했는데, 맨발로 돌아다녀서인지 더 집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몽키 포레스트 바로 앞에 있는 숙소이다 보니 가끔 원숭이가 정원까지 들어왔다. 정원에 있는 나무들의 열매와 잎사귀들을 뜯어서 냠냠 맛있게 먹는데, 아무도 쫓아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도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데, 아무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발리 문화가 굉장히 좋아 보인다.


나는 원래 원숭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우붓에 와서 뭔가 원숭이가 좋아졌다. 원숭이 하면 뭔가 사람 같고 영악하고 약삭빠를 것 같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동네에서 그냥 길고양이처럼 거리 곳곳에서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원숭이들을 보다 보니 나름 귀여운 구석이 느껴졌달까.


숙소에 묵는 다른 여행객들은 다 서양인들이었는데, 숙소 규모가 작다 보니 공용 주방이나 수영장 복도 등에서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고 지냈다. 주방에서 3층 사는 호주 아주머니와 자주 마주쳐서 대화를 몇 번 나눌 수 있었다. 딸과 친구와 친구 딸과 함께 왔는데, 딸이 발리를 너무 좋아해서 해마다 방문하다가 올해는 엄마도 같이 가자고 꼬셔서 같이 온 것이라고 했다. 이 숙소에서만 한 달 동안 있는다고 했다. 호주에서 발리는 가깝다고만 생각했는데 멜버른에서 발리까지는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원숭이를 무서워했는데, 저녁에 정원에 자꾸 원숭이가 들어와서 계속 화들짝 놀랬다고 했다. 내가 몽키 포레스트에서 원숭이한테 가방 털린 일을 얘기해주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기는 절대 몽키 포레스트에 안 갈 것이라고 질색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숙소에서 여유 부리며 쉬다가 여행기도 조금 정리하고, Netflix보고, 게임도 하다가 해 질 녘에 요가 클래스를 들으러 갔다.

숙소 수영장
숙소 침대는 분위기있고 깨끗하고 포근했다.
침대 앞 창문으로 보이는 창 밖 풍경. 한 폭의 그림 같다.
화장실도 정말 넓고 깨끗했다.
숙소 외관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다.
침대에 누워서 힐링중 
수영장 썬베드에서 밀린 여행기를 정리했다. 천국일세
맑은 하늘과 수영장. 최고의 휴가이다.
정원에 이렇게 종종 원숭이가 들어온다.
숙소 정원에 들어와서 나무에 열린 열매를 강탈(?)해 먹고있다.
숙소 앞 큰길. 원숭이가 자주 지나다닌다.
밤에도 원숭이가 엄청 지나다니므로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두 번째 요가 수업

하루 종일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에 하타 요가 수업을 들으러 요가 반(Yoga Barn)에 갔다. 지난번 들었던 젠틀 요가가 너무 난이도가 낮았어서, 이번엔 보다 높은 레벨의 하타요가 수업에 참가했는데, 이번엔 정말 땀 뻘뻘 흘리며 제대로운동을 했다. 선생님은 서양인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동작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점이 좋았고, 요가 마지막에 사바사나(휴식 자세)를 할 때 어쿠스틱 기타를 가져와서 잔잔한 연주를 라이브로 들려주는 점이 매우 색달랐다. 자연 친화적인 요가 스튜디오에 누워서 바람을 맞으며 기타 연주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퇴사 전까지의 4년 반의 고생스러운 세월이 다 보상받는 느낌.  


요가 수업이 끝나고 옆자리에서 운동했던 여자분과 잠깐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스웨덴에서 요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어쩐지 너무 잘하더라. 그녀는 휴가 겸 요가의 성지인 발리로 여행을 왔는데, 내일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이곳의 따뜻하고 여유 넘치는 기후가 너무 그리울 것이라고, 스웨덴은 너무 춥다고, 내년에도 또 발리로 올 것이라고 했다. 나도 발리에 매력에 흠뻑 빠져서 꼭 다시 여기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발리로 여행 온 여행자들에게 발리는 꼭 다시 오고 싶은 그런 곳인 것 같다.

요가를 마치고 먹었던 코코넛 요거트
건강한 맛이다
팔라펠과 아이스티를 저녁으로 먹었다.
요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저녁의 우붓
저녁의 우붓 거리
저녁의 우붓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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