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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am Jul 16. 2018

#11 발리 우붓, 짬뿌한 트레킹

발리 우붓, 산책하기 좋은 짬뿌한

내일은 오전에 다시 꾸따로 떠날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이 사실상 우붓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붓에 있는 동안 너무 평화롭고 편안하게 지냈어서 꾸따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처음에 2박만 예약하고 와서 우붓에 한눈에 반에서 7박 8일이나 있었는데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우붓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태국으로 넘어가는 비행기표도 일주일 더 미뤘었다. 더 있고 싶었는데, 그렇게 더 있다가 보면 한없이 계속 있고 싶을 것 같고 눌러살게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꾸따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슬슬 다시 서핑이 하고 싶어 졌던 마음이 생겼던 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우붓에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요가 반의 3회권이 1회 남아있었으므로, 오늘은 아침 일찍 Vinyasa Slow를 들으러 갔다. 오늘은 메인 스튜디오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카리스마 있는 아시아계 여자 선생님의 수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회사에서 사내 요가 프로그램을 들었었는데 그때 했던 요가도 빈야사 요가였다. 그래서 기본적인 동작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요가를 처음 접해보는 방문객들도 많기 때문에, 아사나(자세) 하나하나를 미리 보여주며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자주 저지르는 실수까지 짚어줘서 굉장히 유익했다. 예를 들면 코브라 자세를 할 때 팔힘으로 들어 올리면 안 되고, 골반이 공중에 떠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는데, 이 것은 내가 코브라 자세를 할 때마다 저지르고 있던 실수였다.


한 시간 반 동안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요가를 하고 나니 너무 개운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많이 걷다 보니 여기저기가 뭉쳤었는데 다 풀린 느낌이었다. 역시 운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새소리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내 몸에 집중하여 아사나 하나하나를 완성시켜나가는 그 시간은 정말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Vinyasa Slow를 들었던 메인 스튜디오


짬뿌한 트레킹(Campuhan Ridge Walk)

요가를 끝내고 숙소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짬뿌한 트레킹을 하러 가기로 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작은 언덕이라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시골길이라고 하여 우붓에 처음 왔을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는데, 한 껏 여유를 부리다 보니 마지막 날까지 미뤄졌으니 오늘은 꼭 가야지.


짬뿌한은 숙소에서 걸어가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우붓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니 우붓을 더 거닐고 싶어서 그냥 천천히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 전에 갔던 피자집에도 들러서 피자도 먹었다. 저번에 마르게리타(with 치즈)를 먹었는데 without 치즈는 도대체 어떨까 하고 시켜보았다. 색다른 맛이었다. 치즈가 없으니 피자 같은 느낌이 안 들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었다(호기심에 먹어봤지만, 역시 치즈가 있는 게 훨씬 맛있다). 발리에는 베지테리언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이는 치즈도 먹지 않는 베지테리언을 위한 메뉴인 것 같았다.

Warung Citta Ovest Pizza & Pasta의 치즈 없는 마르게리타 피자


구글 지도를 보며 짬뿌한 트레킹이라고 적힌 곳을 찾아갔는데, 아래 사진과 같은 다리에서 끝나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두리번 대고 있으니 그늘에 앉아있던 발리 사람이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라고 알려주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웃으며 묻더니, 트래킹 끝내고 옆에 개울에서 수영을 하면 최고라며 추천해줬다. 정말 발리 사람들은 친절함으로는 세계 최고인 것 같다. 아무리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 때에도 특유의 오지랖(?)으로 먼저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서 친절을 베푸는 이 곳 사람들 때문에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고, 발리에 꼭 다시 오고 싶어 진다.


알려준 대로 길을 타고 쭉 따라가니 얕은 언덕을 올라가는 계단들이 나왔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현지 사람들도 많이 놀러 온 것 같았다. 10대 후반~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앳된 커플들이 많이 있었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산등성이를 따라 산책길이 이어지는데, 정말 평화롭고 너무 좋았다. 나무가 거의 하나도 없어서 땡볕이 이어지긴 하지만, 모자와 선크림을 챙겨 왔기 때문에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산책길 바로 옆에 골짜기로는 계곡이 있어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고, 그 너머에는 열대나무들로 우거진 숲이 보여서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길 중간에 사진용 그네도 하나 있었는데, 많은 외국인들이 여기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산책길 끝까지 가면 또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것 같았는데, 내 숙소와 전혀 반대 방향인 데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가야 돼서 끝까지 가지는 않고 다시 걸어서 돌아왔다.

옆에는 계곡이 있다.
짬뿌한 트레킹 산책로
구름이 많았지만 뜨거웠다.
그늘이 거의 없어서 모자와 선크림은 필수
정말 평화롭고 또 평화롭고 또 평화로웠다.
사진 촬영 용 그네가 있는데,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이 생겼다.
그네는 인기가 많아서, 줄을 서야 한다.
여행 메이트 부엉이와 함께
산책하기 너무 좋았다.
입구 쪽에 있떤 사원의 탑들이 인상적이다.
산책로 옆의 계곡
발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닭


우붓 시내 마지막 한 바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쉬운 마음으로 우붓 중심가를 구석구석 다시 돌았다. 마침 날씨도 너무 맑아서 거리가 더더욱 예쁘게 보여서,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잔뜩 찍었다. 여기 와서 일주일 동안 매일 산책하면서 정들었던 거리들인데 내일이면 우붓을 떠나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 다음에 우붓에 다시 오면 하려고 일부러 가고 싶은 장소들을 다 가지 않고 남겨두었다. 낀따마니 화산 지대, 아융강 래프팅, 발리 새 공원 등을 못 갔으니까 꼭 다음에 다시 와서 방문해야지. 또한 우붓 길거리 상점들과 우붓 시장에는 지름신이 오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많았는데, 난 태국으로 넘어가 여행을 계속해야 하므로 쇼핑을 할 수 없었다.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하나도 못 산 게 너무 아쉽다. 다음에는 꼭 쇼핑하러 와야지! 


반드시 다시 우붓에 돌아오리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취업하고 어쩌고 하면 언제 또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우붓과 헤어지는 게 슬펐다.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야 또다시 올 수 있을 테니까.

우붓 시장
우쿨렐레와 미니기타 너무 사고싶었는데.. 반드시 사러 다시 간다!
멀리 보이는 숲이 멍키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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