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ama 여행자 버스
우붓에서의 7박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꾸따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왔다. 우붓에 있으면서 너무 잘 지내서 꾸따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원래 우붓에 2박만 할 예정이었는데, 우붓이 너무 좋아서 7박으로 연장까지 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 그냥 여기 눌러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지만 그럴 수 없기에 아쉽지만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했다. 정말 집처럼 편안했던, 아니 집보다 훨씬 아늑했던 Sarin Ubud Villa를 떠나려니 너무 아쉬웠다. 아침마다 잠을 깨워주던 눈부신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 소리, 수줍음 타며 친절했던 직원들, 때가 되면 밥 먹으러 정원에 쳐들어오는 귀여운 몽키 포레스트의 원숭이들, 밤에는 고요함 속에 벌레 우는 소리들.
우붓에 와서 아침의 새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지 알게 되었고, 우붓에 와서 싫어하던 원숭이가 좋아졌다. 사방이 뚫린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요가 및 명상을 하며 온몸에 느껴지던 바람과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들. 그리고 친절하고 순수한 우붓 사람들. 우붓은 나중에 꼭 다시 오고 싶다.
우붓에서 꾸따로 가는 교통편은 Perama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발리의 주요 지역마다 Perama 여행사가 있는데, 그 여행사들 간에 운영하는 버스가 있다. 우붓으로 올 때는 이런 게 있는지 몰라서 택시를 타고 왔지만, 60K면 우붓-꾸따를 편도로 이동할 수 있다. 시간도 하루에 여러 시간대가 있는데, 나는 10:30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참고로, 우붓에서 꾸따뿐만 아니라 사누르, 렘봉안, 킨타마니, 빠당 바이 등 다른 지역도 갈 수 있다.
10시 10분쯤 여행사에 도착했는데, 다른 혼자 온 외국인 여자가 자기 편의점을 다녀올 테니 짐 좀 잠깐 봐달라며, 필요한 게 있으면 내 거도 사다 주겠다고 했다. 편의점을 다녀온 뒤에 같이 버스를 기다리며 잠깐 얘기를 했는데, 그녀는 뉴질랜드에 사는 브라질 사람이라고 했다. 발리에 2주간 와서 여행을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뉴질랜드로 돌아간다고 했다. 서로 발리 너무 좋지 않냐고 감탄사를 쏟아내다가 어디 어디 가봤냐고 했는데, 그녀는 꾸따, 사누르, 울루와뚜, 누사두아, 짱구, 덴파사르, 스미냑, 우붓, 그리고 길리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나도 2주간 여행했는데 나는 우붓하고 꾸따에만 있었다고 했더니 왜 거기에만 있었냐!! 라며 놀라길래, 꾸따에서 서핑을 배우고 우붓 와서는 요가하고 여유롭게 지냈다고 대답했더니, 하긴 자기는 계속 1-2박씩 하면서 돌아다녔더니 너무 정신이 없다며, 다음에 꼭 다시 발리에 와서 여유롭게 있겠다고 그랬다. 그녀는 어제 덴파사르에서 타투 박람회를 해서 가서 신상 타투를 했다며 미처 아물지 않은 타투를 보여주었다. 서양인들은 정말 타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몸에 꽤나 큰 타투를 한 사람들도 많고, 온몸에 도배를 한 사람들도 많았다. 타투에 대해서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내 버스가 먼저 도착해서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버스는 우붓에서 덴파사르를 지나 사누르에 들러 승객 몇 명을 내려주고, 스미냑에서 또 내려주고 꾸따로 향했다. 난 숙소가 스미냑 쪽에 가까워서 스미냑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숙소는 저번에 꾸따에서 묵었던 더 베네 호텔과 가까운 곳에 있는 좀 더 저렴한 호텔로 예약했는데, 이것은 완전한 실수였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이었다. 호텔스 닷컴에서 칭찬일색이길래 3박이나 지불해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돈을 버리더라도 숙소를 옮겼어야 했다. 일단 처음 배정받은 방은 조금 안 좋은 냄새도 났고, 너무 길가에 있어서 오토바이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길가 말고 안쪽에 있는 방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참 기다린 끝에 수영장 쪽에 있는 방으로 바꿔줬는데, 이 방은 꽤나 조용했다. 근데 들어갈 때 방향제 냄새가 너무 강하게 나서 몰랐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곰팡이 썩은 냄새가 엄청 심하게 나는 것이었다. 근데 방도 이미 한번 바꿨고, 2만 원대 호텔에 뭘 그리 바랄까 싶어서 그냥 참고 잠만 자기로 생각하고, 짐을 풀고 바로 서핑하러 나갔다.
일주일 만에 다시 하는 서핑은 재미있었다. 우붓이 너무 좋아서 꾸따에 온 게 아쉬웠는데,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싹 잊혀졌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꾸따에는 저렴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과 카페가 매우 많았다. 그래서 우붓과는 다른 꾸따의 매력을 다시 깨달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