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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am Jun 08. 2018

#6(2) 우붓 HUBUD

디지털노마드의 성지, 코워킹 플레이스

HUBUD

https://hubud.org/


사실 우붓이란 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HUBUD 때문이었다. 매일 회색빛 도시에서 무미건조한 사무실로 출근하는 챗바퀴 같은 삶에 염증을 느껴 미래에 대해 고민할 무렵, 세계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의 삶을 알게 되었고, 그중 우붓은 디지털 노마드 세계에서 꽤나 유명한 도시였다.


우붓에서 가장 대표적인 코워킹 플레이스가 바로 후붓(HUBUD)이다. 후붓의 공동창업자가 발리에 왔다가 반해서 정착하게 되었고, 뜻을 같이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을 모아서 창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HUBUD 이라는 이름은 Hub in Ubud의 약자라고 한다. 후붓이 유명해지자 발리에 다른 코워킹 플레이스들도 점차 많이 생기게 되었다고.


발리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일하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퇴사 후 발리를 첫 번째 행선지로 정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디지털 노마드들의 삶을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숙소도 일부러 후붓 근처로 구했는데, 구하고 보니 정말 바로 붙어있어서 매일 숙소를 출입할 때마다 후붓의 뒷마당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보통 아침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오후와 저녁에 사람이 매우 많았다. 또한 후붓은 몽키 포레스트 근처에 있어서 일정 시간이 되면 원숭이들이 정원에 몰려와 잎사귀를 따먹고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맥북을 무릎 위에 올리고 코딩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원숭이들. 너무 재미있는 조합이었다.

우붓 느낌이 물씬 나는 후붓 간판


오늘은 후붓 체험을 해보려 후븟을 방문했다. 후붓에는 멤버십이 여러 종류 있었는데, 발리 물가를 생각하면 멤버십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다. 후붓 안에는 카페도 있는데 카페를 이용하면 멤버십 없이도 후붓에 앉아있을 수 있어서 난 멤버십 결제 없이 그냥 카페로 향했다. (백수이므로 딱히 일 할 게 없기도 했고..)


음료 한잔을 시키고 와이파이를 물어보니, 60K 이상을 구매해야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고 해서 과일 스무디 볼도 하나 추가로 시켰는데 시키고 나니 와이파이는 1시간밖에 못 쓴다고 하였다. (와이파이에 연결하고 로그인하는 방식인데, 1시간이 지나니 칼같이 끊어졌다) 카페 와이파이 속도는 그냥 그랬는데, 멤버들을 위한 와이파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음료와 음식은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맛도 그저 그랬다.


같은 한달 멤버쉽에도 종류가 많다. Day pass도 있다
후붓의 카페
오렌지 주스와 스무디볼(초코시럽에 과일을 말아먹는다..)


후붓에 앉아서 사람들 일하는 것도 구경하고, 분위기도 느껴봤는데, 2층 실내 공간은 집중해서 각자 자기 할 일에 열중해 일하는 분위기였고, 안쪽 회의실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2층에는 간단히 물과 차를 제공하는 바가 있었는데, 이쪽의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가벼운 대화를 하거나 업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두세 명씩 모여있었다.


3층에는 회의실과 스카이프 룸이 있었으며, 2층에 비해 훨씬 더 조용한 분위기였다. 다른 리뷰 글들에서 볼 때 3층은 에어컨이 없다고 했는데, 에어컨을 새로 설치했는지 내가 갔을 때는 에어컨이 있었다.


카페가 있는 뒤쪽 정원 공간은 사방이 탁 트여 있어서 에어컨은 없었지만 가장 내 맘에 드는 공간이었다. 한쪽이 정원이라면 그 반대편은 수풀이 무성하게 나있는 공터가 있어서, 넓은 풀밭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게 되어있다. 여긴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잠시 쉬며 잡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아이디에이션 같은 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정원에 해먹이나 빈백에 아무렇게나 누워서 일하고, 원숭이가 기웃기웃 댄다.


다들 여기서 지낸 지 오래된 사람들이 많은지, 사람 한 명이 새로 들어올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포옹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한 서로에게 소개하여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나 컨퍼런스 같은 것도 열리는 것 같았다. 컨퍼런스나 이벤트가 열리면 참가해보려 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우붓에 머무는 동안 진행되는 행사는 없어서 참가해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역시 다들 맥북 간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휴 나도 맥북 하나 장만하던가 해야지.


난 여기서 밀린 여행기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사람들 구경하고 딴짓하고 하느라 결국 여행기는 하나도 정리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자유롭게 일한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같은 사람이 디지털 노마드를 하면 맨날 일이 밀려서 다 말아먹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역시 자유를 누리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층 내부. 뒤에 회의실이 보인다.
3층의 미팅룸과 스카이프 부스
3층의 업무 공간
스탠딩 테이블과 간단한 음료 바
컨퍼런스와 세미나 관련 공고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뒷마당에서도 누워서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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