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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am Jun 08. 2018

#8 발리 우붓, 몽키 포레스트

몽키 포레스트, 피자, 길거리 음식

오늘은 원래 스쿠터를 대여해서 근교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도 흐리고 비도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것 아닌가. 아직 우붓에 있을 날이 4일 정도 더 남았으니 스쿠터 대여는 다른 날 하기로 결심하고, 숙소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어서 미루고 미뤘던 몽키 포레스트를 가보기로 했다.


몽키 포레스트

영업시간 8:30 ~ 18:00

입장료 50,000 루피아


숙소가 몽키 포레스트 근처였던 덕분에 몽키 포레스트 앞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는데, 지나다니면서 늘 입구일 거라고 생각했던 곳은 입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숙소 바로 길 건너에 있던 몽키 포레스트 주차장으로 쭉 들어가니 매표소를 찾을 수 있었다. 원숭이 사원으로 유명한 울루와뚜 사원과 비교해서 훨씬 깔끔하고 잘 조성되어 있었다. 입구 쪽의 매표소와 조각상들도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느낌.

매표소
매표소 바로 앞에있던 동상


분명 아침에 비가 슬금슬금 내려서 스쿠터 대여도 취소했는데, 몇십 분 사이에 하늘이 쨍쨍해졌다. 알다가도 모를 발리 날씨! 일기예보 앱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되어있다. 해가 쨍쨍해지면서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오늘은 날씨가 좀 서늘한 것 같아서 나시가 아닌 반팔티를 입고 나왔는데, 땀이 비 오듯 나기 시작했다. 나시와 반팔티의 온도차는 매우 크다.


우붓 여행할 때 날씨가 너무 더울 때는 몽키 포레스트를 추천한다. 이름에 걸맞게 내부가 정글처럼 되어있다 보니, 키 큰 열대 나무들로 우거진 숲 속은 매우 시원했다. 몽키 포레스트 내부에 작은 계곡이 있어서 물도 흐르기 때문에 계곡 근처는 더더욱 시원했다.


우붓 몽키 포레스트에는 원숭이들이 2-300마리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원숭이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망설여졌지만, 밖에서 보이는 울창한 정글에 끌려서 방문하게 되었다. 원숭이들이 물건들을 잘 채간다고 하여 늘 들고 다니던 에코백은 숙소에 두고, 도난방지용 백팩을 메고 갔다. 그래도 내부에 직원 및 안전요원들이 엄청 많고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가이드라인만 잘 지키면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몽키 포레스트에서 지켜야 할 것들

1.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말 것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함)

2. 종이 백이나 페트병을 가져가지 말 것

3. 새끼 원숭이라고 안심하고 만지지 말 것 (주위에 어미가 와서 공격할 수 있음)

4. 원숭이에게 아무 음식이나 주지 않을 것

.매표소 바로 뒤에는 논밭이 펼쳐져있다
매표소에서 몽키포레스트로 들어가는 입구
monkey forest


들어가자마자 원숭이들의 단체 먹방을 볼 수 있었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손으로 까서 먹는 모습이 사람하고 비슷해 보여서 매우 신기했다. 오히려 원숭이는 발도 손 모양으로 생겼기에, 4개의 손으로 우리보다 더 손쉽게 바나나를 까먹는 것이 아닌가. 원숭이를 너무 무시하고 있었다. 이 곳 원숭이들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람이 가까이 오던 말던 본 척도 안 하는 모습들을 보니 오히려 원숭이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원숭이를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내부 공원이 너무 잘 꾸며져 있어서 산책하며 돌아다니기에 매우 좋았다. 생각보다 규모도 컸고, 중간중간 힌두 사원들이 열대우림과 어우러져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돌아다니다 보면 원숭이들끼리 영역싸움을 하면서 서로 쫒아서 뛰어다니는데, 사원의 돌담과 어우러져 예전에 인기 있던 Temple Run 게임이 생각났다.


반 바퀴 정도를 돌다 보니 원숭이들이 딱히 인간에게 관심도 없어 보여서 안심하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원숭이 한 마리가 날 타고 올라오는 것 아닌가. 난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백팩 지퍼 열리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뭘 꺼내갔냐고 소리쳤더니, 주변에 관광객들과 직원이 아무것도 안 가져갔다며 가방을 벗으라고 해서 얼른 가방을 벗었다. 가방을 벗었더니 그 원숭이는 또 다른 관광객에게로 점프하여 백팩을 뒤졌다. 안전요원 말로는 먹을 게 있나 찾는 거라고 한다. 내가 메고 온 가방은 지난 중국 여행에서 샀던 도난 방지 백팩으로, 소매치기가 쉽게 지퍼를 열 수 없도록 안쪽 밑부분에 지퍼를 숨기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발리 원숭이한테 털리다니.. 아무래도 내가 원숭이의 지능을 너무 간과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원숭이가 관광객 물품을 털어가면, 옆에 있던 안전요원이 바로 적절한 조치를 해서 되찾아 주는 것 같았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는 것 같다. 참고로 귀걸이 같은 건 하지 않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앞에 가던 관광객이 귀걸이를 원숭이한테 탈취당해서 안전요원과 함께 식량과 트레이드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원숭이가 귀걸이를 입에 넣는 것을 보았다.. 되찾아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또한 바닥을 잘 보고 다녀야 한다. 아까 말했듯이 원숭이들이 인간을 전혀 경계하지 않는데, 한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기 위해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누워있던 새끼 원숭이 꼬리를 살짝 밟았고, 어미 원숭이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이빨을 드러내며 아주머니를 위협하였다. 


사건 사고만 쓰고 있어서, 몽키 포레스트가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 외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대부분 온순하게 누워서 서로의 털을 정성스레 골라주고 있었다. 마치 원숭이 SPA에 구경 온듯한 느낌이랄까. 원숭이들이 서로 털을 골라주는 것은 친밀감 표시인 동시에, 염분 섭취를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 털을 골라주다가 뭔가 입에 집어넣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것은 대부분 이가 아니라 비듬이라고 한다.


원숭이 먹방 1
원숭이 먹방 2
원숭이 먹방 3
새끼 원숭이를 안고 있는 어미원숭이


중국어와 영어로 된 표지판이 곳곳에 있었다
공원 조성이 매우 잘 되어있다
안에 사원이 여러개 있다
지붕 위 SPA
고구마 배급소
노점 SPA
두마리가 동시에 털을 골라주고 있다
난간 위의 SPA
새끼 원숭이와 어미 원숭이가 계곡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발리인들에게 신성한 곳이여서, 묘지도 있었다
과일 같은 것을 씻어 먹고 있는 원숭이
원숭이들은 공원 외부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사진은 찻길을 건너는 원숭이들



우붓 중심가

몽키 포레스트를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우붓 중심가로 향했다. 우붓 물가는 꾸따보다 훨씬 비쌌는데, 숙소가 있는 몽키 포레스트 근처의 숙소는 우붓에서도 비싼 편인 것 같았다. 그냥 저렴한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저렴한 로컬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다. 꾸따에서 먹던 것보다 2-3배 비싸게 주고 굳이 나시고랭을 먹고 싶지 않아서 계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 웬걸 피자가 매우 싼 것 아닌가! 피자 한판에 3천 원 정도부터 시작하는데 냄새도 너무 좋고 사람들도 많이 있길래 결국 피자를 먹었다.


피자집 이름은 Warung Citta Ovest라는 가게였는데, 가게는 작았지만 사람들이 거의 꽉 차있었다.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집이었는데, 알고 보니 저녁에는 줄까지 서서 먹는 가게라고 한다. 피자는 매우 얇고 작은 편이어서, 서양인들은 대부분 1인 1피자를 먹고 있었고, 여성 동양인들은 1개로 share 하고 있었다. 나 같은 피자 애호가로서는 당연히 1인 1피자다!!


마르게리따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갓 구워 나와서 아주 맛있었다! 사실 근데 태어나서 먹어본 피자 중에 맛없는 없었다. 피자가 맛없을 수는 없으니까!


맛있는 피자 한판을 뚝딱 해치우고 우붓 중심가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아침부터 짐을 너무 많이 들쳐 매고 나왔더니 어깨도 너무 아프고 다리도 너무 아팠다. PC에 가이드북에 e-book리더기에 노트랑 펜, 우산 그리고 외투까지 챙겨 나왔더랬다. 단 하나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왜 들고 나왔는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서 여유를 부릴 생각이었는데, 적당한 카페를 찾지 못했다. 우붓에서는 죽치고 앉아서 여유 부릴 카페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그냥 숙소로 되돌아갔다.

피자집 이름은 Warung Citta Ovest
매우 훌륭했다
개팔자가 상팔자다


길거리 음식 도전

발리에 온 이후로 계속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다. 꾸따에서는 길거리가 너무 복잡해서 시도를 못했고, 우붓에 와서는 길거리 음식을 파는 수레를 거의 찾기가 어려웠다. 관광지만 돌아다녀서 그랬을 것 같지만, 간혹 수레를 발견하였을 때는 꼭 방금 식사를 한 직후여서 배가 불러 먹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반드시 길거리 음식을 먹어 보겠다 결심하고, 수레를 만날 때까지 무작정 걷기로 결연한 결심을 하고 편한 신발을 신고 숙소를 나섰다. 그래! 수레를 만날 때까지 1시간이 걸리더라도 계속 가보자!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인데!! 근데 역시 머피의 법칙인지, 숙소를 나온 지 2분 만에 음식 파는 수레를 만났다.


오토바이로 몰고 다니면서 지역 상인들에게 식사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수레 청년과 잠깐의 흥정 끝에 부른 가격의 2/3 정도인 10,000루피아(약 800원)에 협의를 봤다. 앞의 현지인 아주머니는 훨씬 싸게 사간 것 같았지만.


떡과 갓 튀긴 두부와 숙주나물 같은 것을 땅콩 소스에 버무려 새우칩과 함께 줬다. 꽤나 먹을만했다. 음식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는데, 내가 가리킨 두부만을 바라보며 그것은 두부라며 "Tofu Tofu!"라고 대답했다. 옆에 서있던 오토바이 택시 아저씨와 여행사 주인에게도 물어봤으나, 다들 "Tofu"라고만 대답해서, 음식 이름을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Tipat이 이름이다. 수레에 써져있음)


수레 청년을 불러 세운(것으로 추정되는) 여행사 주인아주머니가 길에 앉을 데 없으니 들어와서 같이 먹자고 해서, 아주머니랑 같이 앉아서 먹었다. 중국에서 살다온 폐해로 순간 자리 값을 받으려고 저러나 라는 생각이 스친 게 죄송하게도 아주머니는 해맑고 친절했으며 당연히 자리 값도 받지 않았다. 발리 사람들의 순수함과 친절함에 오늘 하루도 너무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은 수레에서 즉석해서 두부를 튀겨준다
비쥬얼과 다르게 꽤나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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