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미 Oct 14. 2022

불완전한 사회적 결과물

나는 학벌이나 직업, 연봉으로 사람을 재단하길 경계한다. 나보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말과 행동이 지적으로 보인다던지, 나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 사람을 무시한다던지 그런 것들 말이다. 노력이 보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를 돌이켜봐도 그렇다. 응당히 받았어야 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기도, 과분한 결과가 있기도 했다.

초딩 최다미는 한발 뛰기를 무척 잘했다. 연습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펄쩍펄쩍 멀리 뛰었다. 세 발이면 네 발만큼 다섯 발이면 여섯 발만큼. 술래가 부르는 대로 나는 척척 앞서갔다. 인기를 얻었고 운동장에 갈 때마다 내 편을 대거 모집할 수 있었다.


6학년 때는 압도적인 표를 얻어 전교 부회장도 됐다. 물론 한발 뛰기가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초등학교 정치 생활의 기반을 쌓을  있었지 싶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하며 모의고사에서는 매번 낙제점을 받았는데 단번에 1급을 취득했다. 채점을 하며 난이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출제돼 합격자가 가장 많았다는 기사를 봤다.

반면 영어 연극을 하는 교양 수업이 있었다. 나는 엘사나 올라프가 되어 귀염 뽀짝 하길 원했다. 그런데 교환학생으로  팀원이 대부로 하자고 하도 우겼다. 당황스러웠지만 서울에서 제주까지 왔다니 마음이 약해져 그러자고, 가장 멋진 연극이  거라고 밀었다.

나는 배우 한소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느와르 장르를 보지 않는데 집에 가서 찾아보니 대부가 4편까지 있는 게 아닌가? 거기서 최고의 명장면을 뽑는 것이 HS국제 품목분류표를 외우는 것보다 힘들었다.


팀원  하나가 연습 때마다 출력물을 슬쩍슬쩍 읽는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준비를 제대로  해온 건지 "Don't ask me about my business, Kay." 시도 때도 읊어가며 서있었고. 내가 자꾸  애의 대사를 대신 쳐주는 탓에 혼자 2인분을 했는데도 C 학점을 받았다.

 역시 노력과 결과가 얼렁뚱땅 흘러가는데. 남을 판단할  사회적 결과물로  사람의 ‘모든  판단할  없다는 결론이다.


성공과 실패는 결국 불완전한 상황의 집합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쫄지도 말고 으스대지도 말고 느긋하게 들여다보자.

작가의 이전글 여행길에 마주한 여성 인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