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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Oct 19. 2022

사람들은 저마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나는 숫자로 사람들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일을 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눈앞의 카드값이나 대출 이자를 내느라 쉽지 않아 보인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에 다들 힘이 부친 것 같다. 전세자금 대출, 캐피탈, 카드론 등 다중채무자도 늘었다. 돈이라는 게. 돈이 돈을 벌기도 하지만, 돈이 돈을 잡아먹기도 한다는 걸 잊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오인주(김고은 역)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동생들과 아파트에 살고 싶은 첫째 언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돈 세는 걸 좋아했어. 마음속으로 계속 돈을 세고 놀았어, 아주 큰돈은 무조건 먹을 걸로 바꾸지. 단팥빵 100개, 짜장면 100그릇. 그래야만 그 돈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됐어.”


“우리한테 이 돈 있었으면, 넌 원하는 공부 했을 거고, 인혜는 그림 잘 그리고 잘 웃는 여고생이 됐겠지.”


“바보야. 니가 다르게 사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거.”

부자가 되고 싶은 인주의 마음. 다들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품어보지 않았으려나.


나는 사람들이 (인주처럼 700억을 줍긴 어렵겠지만) 부자가 되길 바란다. 대출 만기 연장해 달라며 민망한 웃음 짓지 않고, 이번 달 나가야 하는 돈에 전전긍긍 고민하지 않으면 좋겠다.

밥값이 더 오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외식 문화가 줄어든다고 한다. 대신 삼겹살 가게에서 상추를 주지 않듯. 양과 재료가 줄고 있다.


회사  짜장면 가게에 ‘아끼면 망한다.’라는 현수막이 하나 붙었다. 백종원 아저씨가 좋아할 것만 같은 문구긴 한데.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 셀프코너의 양파들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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