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이 되어가는 문턱에서 난 여전히 에너지가 남는다고 느낀다.
지난달 한 일을 정리해보자면 (많이 읽을 생각은 없었으나 세어보니) 책을 12 권 읽었다.
대리 사회, 가재가 노래하는 곳, 출판하는 마음,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말하기를 말하기,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시선으로부터, 폭풍이 쫓아오는 밤, 사다리 걷어차기
새벽 수영 전부 참석 ( 빨리 배울 생각은 없었는데 월말이 갈수록 출석자가 줄어서 자유형 배영 평영까지 배웠다.) 그러고는 많이 배가 고팠고, 많이 먹었다.
전시 관람. 남자친구와의 땐쓰. 친구들과 커피. 부모님과 주말 점심식사. 회사 사람들과 월드컵까지.
그러는 동안.
미국 남북전쟁은 노예 해방 때문일까, 조세 때문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부장님의 “살림 잘하게 생겼다.”는 말에 “살림 잘하게 생긴 게 뭔데요?”라고 받아치며 세대 갈등의 원인은 당신일까 나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작가님들은 강연에서 유퀴즈에 출연했던 이야기는 꼭 한다는 걸 알았고 유재석과 인터뷰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아, 그리고 돈은 어디에나 있다는 백만장자 롭 무어의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었다.
조선시대 임금은 뛰지 않는다는 허무맹랑한 슬로건으로 난 절대 뛰지 않았다. 33%를 침대에 붙어있었으며, 어느 날은 유투브로 침펄풍 고민상담소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가롭고도 촘촘한 일상을 즐기며 ‘스물 여덟도 딱 이만큼이어라’하며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