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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미 Feb 11. 2020

빌리 아일리시와 뚜렛 증후군

뚜렛 증후군; 소위 '틱장애'를 일컬음

 한 달만에 구독자 40만 명을 달성한 유투버가 있다. 틱장애가 있는 유투버. '아임 뚜렛'이다. 그의 영상은 처음부터 화제가 되었다. 첫 영상은 바로 '뚜렛 증후군VS라면'이다. 영상 속 그는 말 그대로 라면과 싸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틱장애에게 라면 먹기는 눈치게임이다. 틱이 오기 전에 라면을 입에 넣어 씹어야 한다는 것이다. 눈치 게임에 실패하면 면이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그는 라면을 먹으면서 "전 합법적 백수예요. 그래도 비장애인으로 일하는 게 나아요. 전 영화관 같은 곳 가고 싶어도 못 가요." 하며 장애인의 삶도 전한다. 이후 그는 서예, 방울토마토, 영상 편집을 이겨내는 영상을 업로드한다. 비장애인이 대결하기엔 일상적인 것들로.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모두 잡은 그는 크리에이터다.

 그의 영상을 보고 잠들기 전 휴대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영상의 시대. 공중파보다 유튜브인 시대. 장애인이 ''해지고 주류가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장애인이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한다는 있다는 . 장애인도 유투버가   있다는 .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영상을 찾아 구독하고 즐긴다는 . 이것이야 말로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는 일이 아닐까.


 인기를 끈 지 한 달 남짓 되었을까. '유투버 아임 뚜렛은 가짜다.'는 논란이 일었다. '홍정오(본명)씨와 고등학교 동창이며 그는 틱장애가 아니다.'는 네티즌이 나타났다. 다른 유투버도 그가 진짜인가에 관한 분석 콘텐츠를 올렸다. 결국 아임 뚜렛이 직접 입을 열었다. 영상 속 그는 안타깝게도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임 뚜렛을 보며 위로가 되었다는 틱장애인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 그의 거짓으로 많은 이가 상처를 입었다. 그렇게 한 달 반짝이던 유투버는 사라졌다.

 뚜렛 증후군이란. 소위 말하는 '틱장애'다. 틱장애는 음성틱과 행동틱이 있다. 음성틱은 중얼거림, 욕설을, 행동틱은 눈 깜빡임이나 어깨 씰룩거림을 반복한다. 주로 6-8세의 아동에게 나타나며 대부분 ADHD가 있어 정신 치료를 병행한다. 아동기에 뚜렛 증후군이 없었던 사람도 성인기에 나타나기도 한다.


 뚜렛 증후군은 고치지 못하는 병이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음성틱이 행동틱보다 치료가 더 쉽다. 실제로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초시계를 켜 뚜렛을 일정 시간 참아내는 등 다양한 치료를 한다.


 틱장애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틱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애는 악화된다. 그래서 주변의 도움은 필수다. "그만해라", "틱장애냐"는 말은 그들에게 압박감을 준다.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긴장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것이 좋다.

 '무섭다.' 중얼거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누구나 한 번쯤 아니면 여러 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틱장애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구석에 웅크려 앉아 중얼거리는 사람. 몇 분에 한 번씩 괴성을 지르는 사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빠르게 뱉는 사람.


 틱장애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사회생활이다. 행동틱을 가진 사람은 핸들을 잡지 않으며 칼질을 하지 않는다. 음성틱을 가진 사람은 영화관, 수험장, 사무실 등 조용해야만 하는 곳을 가지 못한다.


 이들은 식당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걸 알고 있다. 피해받는 사람들을 보며 자기혐오와 우울증에 빠진다. 의도하지 않은 욕설이 튀어나올 때, 괴성으로 시선이 집중될 때. 그 소리를 질책하고 나무라는 건 자기 자신이다. 이들은 공공장소에 갈 때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빨에 장치를 끼우고 마스크를 끼곤 한다.

 그래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빌리 아일리시. 엘렌 쇼에서 뚜렛 증후군에 관해 밝혔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틱장애를 앓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녀의 뚜렛은 수시로 눈을 위로 치켜뜨는 운동틱이다. 뚜렛 증후군을 밝히는 건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모든 사람이 저의 뚜렛 증후군을 안다는 사실에 저는 세상을 집처럼 느껴요. 그리고 장애는 저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잖아요."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은 더 인상적이었다. "촬영을 하다가 뚜렛이 올 때는 어떻게 해요 빌리?" 그녀는 답했다. "음원을 녹음하다가 뚜렛이 오면 다들 잠시 기다려줘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팬들은 저의 그런 모습을 캡처해 재미있는 짤로 만드는데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수 십명이나 되는 촬영 스태프가 그녀의 틱 증상을 기다려 준다니 놀라웠다. 이미 정상에 오른 그녀가 앞으로도 잘 되기를 바란다.

 버스 정류장에 가던 길. 은행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뜬 남은 은행 잔고에 놀라 소리쳤다. "에잇, 벌써 오만 원밖에 안 남았어!" 휴대폰에서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 쓱 보고 마는 게 아니라 흘끔흘끔 계속 쳐다본다. 틱장애인이 받는 시선이 이런 걸까.


 뚜렛 증후군을 앓는 모든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자주. 소리로 사람들이 공포감에 들게 한다. 또 그들은 자주. 사람들이 무섭다고 느껴질 만한 행동을 반복한다. 이 모든 건 의도한 게 아니다. 마스크를 끼고 구석에 앉아 고개를 숙여내 자기 자신과 싸우는 중이다. 빌리 아일리시의 촬영 스테프가 그렇듯. 우리가 틱장애인의 뚜렛을 기꺼이 지나친다면 그들도 세상을 집처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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