某某씨 씀
온앤오프.
일하는 나를 on버전으로, 일하지 않는 나를 off버전으로 부르는 세상에서
가끔 나는 스위치가 고장이 나 즉각적으로 on에서 off로 바뀌기 힘들 때가 있다.
특히 on의 상태일 때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거나
문제에 봉착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내 머리는 고장이 난 것 마냥 일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다.
그럼 쉰다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지 않는 것이 그닥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흩트리다가 결국 가슴 속에 사표를 스윽 꺼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벌써 7년 반 동안 해온 일을 두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곱씹어보면 딱히 답도 없다.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이 일은 대략적으로 감이라도 오지,
이 나이에 새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동서남북을 알 수 없는 사막에 떨어지는 느낌이다.
내일 일찍 나가야 할 텐데.
불을 끄자니 왠지 조금은 불안해서 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어둠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은 무서우니까.
불은 환하게 켜놓은 채로 머릿속에 감정을 주섬주섬 이불과 함께 집어 들고 머리 위까지 푹 눌러쓴다.
가끔은 나라는 스위치를 끄고 잠이 드는 이 단순한 행위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 밤도, <나를 끄는 방법>을 잊은 나는 여전히 집에서도 일을 놓지 못한다.
일이 많은 것을 처리한다면 진척이라도 있을 테지만 이런 상태면 일을 하지도 못하니 일에 진척은 당연히 없다.
정말 효율적이지 off 시간, on 상태의 밤.
누가 와서 억지로 탁, 하고 꺼주면 좋으련만, 정작 내 몸에는 강제 종료 버튼은 없다.
그저 이렇게 컴퓨터를 펼쳐놓고 자판을 도닥이면서, 진정한 off 상태가 되길 기다려볼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