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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가모모씨 May 20. 2024

 기억에 남은 이를 마중하고 온 날

잠이 오지 않는 밤, 조용히 전하는 인사

어느 토요일 오전, 같이 일했던 이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우리 나이에 본인상을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믿을 수 없는 문자였다.


처음에는 못 믿었다가 부고 링크를 클릭하고

주변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야

진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에 순간 망연자실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죽음은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차분하게 동생한테

“이상하게 나 오늘 올블랙이네. 오늘 다녀올까”했다.


그녀와는 많이 친하지 않았는데

그 문자를 받고 나서

유독 그녀와의 처음과 마지막 만남이 기억이 났다.


처음 회사에 출근해서 그녀는 나에게

“참 ㅇㅇ씨는 여기 원래부터 있던 사람 같다”고 했다.

그 말 덕분에 회사에 적응할 때 더 씩씩하게

적응했었으니까. 그 때 나는 저 사람 참 거침 없고

쾌활하네, 라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러 회사에 왔을 때에는

아이를 낳은지 이제 막 한 달 됐을 때여서

“오랜만에 어른들과 대화해서 좋다”며

호탕하게 웃다가 아이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자

금세 행복한 얼굴이 되어 아이 사진을 한참

보여주고는 별 사진을 다 보여줬다며

또 그녀답게 웃었다. 오랜만에 집 밖에 나와

돌아가기 싫다던 그녀가 너무 행복해보여서

그 모습이 계속해서 잔상으로 남아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그녀의 사진을 보는데도

사진이 너무 평소와 같은 사진이라서

전혀 실감을 못했다.

절을 할 때까지도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상주분께 “병을 알게 된 이후에도,

ㅇㅇ 답게 씩씩했어요.”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사무실에서 누구보다 호탕하게 웃던 그녀가

생각나서,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 때부터 이별이 실감 나서 참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마지막까지 그녀가 얼마나 그녀답게 씩씩하고

치열하게 병마와 싸웠는지 알게 됐다.

어떤 일이든 담대했던 그녀가 죽음 앞에서

괴로워했음에 그 마음을 차마 헤아릴 수 없어

다시 눈물이 난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지막에 너무 힘들지 않았길

그리고 지금은 편안하길 바라는 것 뿐이다.


그닥 친하지 않았던 이의 죽음 앞에서

혹시나 내 방문이 무례한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그녀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사실을 전할 길이라고는

그저 장례식장에서 두 번 절을 올리고

혼자 이렇게 옛 일을 혼자 기억하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조용히 읊조려본다.

너무 고생했고 항상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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