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조용히 전하는 인사
어느 토요일 오전, 같이 일했던 이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우리 나이에 본인상을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고 씩씩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믿을 수 없는 문자였다.
처음에는 못 믿었다가 부고 링크를 클릭하고
주변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나서야
진짜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에 순간 망연자실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죽음은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차분하게 동생한테
“이상하게 나 오늘 올블랙이네. 오늘 다녀올까”했다.
그녀와는 많이 친하지 않았는데
그 문자를 받고 나서
유독 그녀와의 처음과 마지막 만남이 기억이 났다.
처음 회사에 출근해서 그녀는 나에게
“참 ㅇㅇ씨는 여기 원래부터 있던 사람 같다”고 했다.
그 말 덕분에 회사에 적응할 때 더 씩씩하게
적응했었으니까. 그 때 나는 저 사람 참 거침 없고
쾌활하네, 라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러 회사에 왔을 때에는
아이를 낳은지 이제 막 한 달 됐을 때여서
“오랜만에 어른들과 대화해서 좋다”며
호탕하게 웃다가 아이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자
금세 행복한 얼굴이 되어 아이 사진을 한참
보여주고는 별 사진을 다 보여줬다며
또 그녀답게 웃었다. 오랜만에 집 밖에 나와
돌아가기 싫다던 그녀가 너무 행복해보여서
그 모습이 계속해서 잔상으로 남아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그녀의 사진을 보는데도
사진이 너무 평소와 같은 사진이라서
전혀 실감을 못했다.
절을 할 때까지도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
상주분께 “병을 알게 된 이후에도,
ㅇㅇ 답게 씩씩했어요.”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사무실에서 누구보다 호탕하게 웃던 그녀가
생각나서,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 때부터 이별이 실감 나서 참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마지막까지 그녀가 얼마나 그녀답게 씩씩하고
치열하게 병마와 싸웠는지 알게 됐다.
어떤 일이든 담대했던 그녀가 죽음 앞에서
괴로워했음에 그 마음을 차마 헤아릴 수 없어
다시 눈물이 난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지막에 너무 힘들지 않았길
그리고 지금은 편안하길 바라는 것 뿐이다.
그닥 친하지 않았던 이의 죽음 앞에서
혹시나 내 방문이 무례한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그녀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사실을 전할 길이라고는
그저 장례식장에서 두 번 절을 올리고
혼자 이렇게 옛 일을 혼자 기억하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조용히 읊조려본다.
너무 고생했고 항상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