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문득 고개를 드니
카페는 커피머신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위잉-하고 커피 내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커피 컵만큼이나 많은 것은 노트북이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둘이 온 사람들도 나란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여기가 카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진하게 농축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머신 소리뿐이다.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는 사람들의 손은 멈춰있다.
컵 속의 얼음은 쟁그랑, 작게 존재감을 표해본다.
창 밖에는 차가 달렸다. 사람도 달렸다.
길가에 서있는 사람이라곤 버스가 자신을 태우고 어서 달려 주길 기다리는 이밖에 없다.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해 편의점만큼이나 카페가 많다는 모 외국 브랜드의 오해는 틀렸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앉을 곳이 없을 뿐이다. 앉고 싶다면 콩을 볶아 내린 물을 마시는 수밖에 없다.
이 도시에서는 저 후텁지근해지는 여름의 열기를 느끼며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내 컵 안에 쟁그랑 소리를 내며 녹는 얼음을 바라보며
저 북쪽 어느 곳에서 녹아내릴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걱정하면서도
내 팔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는 에어컨의 바람을 맞아야만 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도시에서 내가 앉을 수 있는 주문은 이것이다.
‘바닐라 라테 아이스 라지 사이즈로 한 잔 주세요.’
나는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여전히 내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