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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준 Jul 20. 2021

이래도 작가 할 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니다》 출간에 부쳐

내가 접한 최초의 웹툰은 직장인 아저씨와 여고생의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다. 엘리베이터 안에 어색하게 서 있는 두 사람.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다. 학생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 "조땐네." 그 장면의 짤이 하도 유명해서 소문을 파헤쳐 보니 웹툰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게 있네 하고서 정주행 하기 시작한 그 웹툰에 나는 금방 빠져들었다. 시간이 흐른 뒤 강풀 작가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서울 강동구에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글로벌로 쭉쭉 뻗어 나가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굶어 죽는다며 사돈의 팔촌까지 뜯어말리는 직업, 그것은 바로 작가. 작가의 종류도 많다. 문학작가, 웹소설 작가, 웹툰 작가, 시나리오 작가, 콘텐츠 작가 등등. 이렇게 작가가 많은 걸 보면 아무리 뜯어말려도 말릴 수 없는 작가라는 직업에는 어마무시한 매력이 있는 게 틀림없다. 아 물론 나도 작가다. 신진작가라서 창작의 '고생'을 많이 하느라 작가의 매력을 다 깨닫지는 못하고 있지만, 상상이 걷잡을 수 없이 정신을 잠식하면 글을 쓰고 창작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수도 혹은 몸에 병이 날 수도 있다는 게 적어도 내가 말할 수 있는 이 바닥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딘지도 모르고 무언가에 푹 빠져 본 경험이 있는가? 의식이 깨어난 뒤에는 '와! 내가 이런 걸 해내다니'와 동시에 엄청난 성취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지 않는가? 작가들, 창작자들이 창작의 순간에 느끼는 바로 그 감정이다. 그 뿌듯함에 중독돼서 계속 작품을 만든다.

 


에세이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니다(포춘쿠키)의 공저자 중 민선이 작가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시나리오 쓰는 일을 그만두었다가 병이 났다. 글을 써서 아픈 게 아니라 쓰지 못해 병이 났다. 그녀의 지도교수님은 글이 나를 찾아올 때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병이 났던 그때가 바로 글이 찾아온 때임을 깨달은 민 작가는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고, 아들 딸린 극작가가 되었다. 


자기가 작가가 될 상인가 아닌가 의심스럽다면 창작을 중단해 보라고 한다. 나를 포함해 많은 작가들이 아마도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는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작가는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이런 생각에 좌절하고 포기를 생각했던 경험. 창작하는 사람에게 이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창작을 결심했다면 일상적으로 닥쳐오는 이 번민을 온몸으로 맞이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창작은 고통이지만 창작은 기쁨이다. 이제 겨우 글쓰기 경력 4년 된 신진작가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게 건방지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고통이 큰 만큼 찾아오는 기쁨 때문에 우리는 글을 쓰고 스토리를 창작한다. 책을 내고 웹툰을 연재한다. 공모전에 출품하고 엎어져도 다시 쓴다. 내가 만난 작가들의 창작 계기는 다양했다. 별생각 없이 백일장에서 글을 썼는데 깜짝 놀랄 액수의 상금을 받게 되어서, 조앤 롤링처럼 대박을 터뜨려 부자가 되고 싶어서, 사회에 너무나 부조리하고 부당한 것들이 많아서 혹은 나처럼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에 그들은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무명의 신진작가다. 하퍼 리 작가처럼 데뷔작으로 대박 난 사람도 없고 조앤 롤링 작가처럼 메가 히트한 작품도 없다.

 

스타작가가 왜 스타작가이겠는가. 모두의 눈에 보이는 별은 저 멀리 우주에 있는 태양빛을 반사하는 소수의 별들뿐이다. 대다수의 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스타작가보다 훨씬 많은 수의 무명이라는 별이 우주 어딘가에서 빛을 받지 못해 어둡게 웅크리고 있다. 그러한 고로 무명은 존재한다. 무명일지언정 존재하고 끊임없이 자전하고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작가를 꿈꾸거나 작가로서의 재능을 의심하고 있다면 자문해 보라. 영원히 빛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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