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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라 Dec 07. 2018

우리 회사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본격 직장인 미스터리 스릴러 대환장 리얼리티

일, 연봉, 사람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회사는 찾을 수 없다고들 말한다. 맞다. 찾을 수 없다.

슬프게도 평생 한 번 겪을 수 있을까 말까 한, 대부분이 평생 못 겪을 수도 있는 로또보다 어렵다는 직장운이다.

일, 연봉, 사람 중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우선순위로 두고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하고 현실과 타협하거나 다른 곳은 조금 더 괜찮을 거야 라며 희망을 품고 이직을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나 또한 희망을 품고 여러 차례의 이직을 경험해본 결과, 일, 연봉, 사람 세 가지 중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게 하는 요소는 단연! 사람이다.



우리 회사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은 걸까?


집 근처에서 자주 친구들과 만난다. 시시콜콜한 생활 이야기를 하다 "우리 회사에 있는 이 시대의 돌아이” 경합으로 곧잘 이야기가 흘러간다.


일 하나 안 해놓고 여우같이 남의 공을 가로채는 팀원, 언제나 태도가 삐딱해서 말 걸기도 싫은 개발자, 상사 눈치만 보며 아첨하는 영업팀 시니어, 매사에 찡찡대며 불만만 늘어놓는 유관부서.

"우리 팀에도 그런 사람 있어!” “우리도! 우리도!” 하고 손뼉 치며 공감한다.


아, 어느 회사나 이상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왜 이직을 꿈꾸는 것인가.



한 번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함께 일하기 힘들다며 안 좋은 평판으로 회사에서 꽤나 유명한 그녀였다. 직접 겪어보니 그녀는 정말 함께 일하기 대단히 힘든 '돌아이'였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말이 늘 바뀌었다. 확답을 하지 않고 애매한 말만 늘어놓고는 상대방이 다시 질문을 하면 아주 예민하게 화를 내기 일수였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실수나 말꼬리를 잡아 끈질기게도 공격해서 떠넘기는 기술이 대단했다.


그녀와 함께 회의를 마친 뒤 처음으로 짧은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녀는 나를 편하게 생각했는지 혹은 감정을 터놓으며 친해지고 싶었던 건지 함께 회의했던 A 씨의 험담을 늘어놨다.


A 씨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말을 하니 본인이 잘 눈치를 채고 대응해서 막아냈다고, 늘 감정적으로 말하니 참 함께 일하기 힘들다 회사생활이란 게 참 쉽지 않다며 애써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흔들어야 할지 모른 채 웃음도 아닌 애매한 입꼬리만 보이고 돌아왔다. 그녀의 말은 정확히 타인이 그녀를 묘사할 때 말하는 단점인데 그걸 본인의 입으로 말하다니! 그것도 정말 청렴결백한 얼굴로 ‘사람은 그러면 안된다’고 진심으로 A를 안타까워하면서!


자, 각자의 직장생활을 되새겨 생각해보자.

"아씨.. 이 또라이는 왜 자기 일을 남한테 떠넘겨? 미친 거 아냐?" 같은 말은 수없이 얘기하고, 들었어도

"나는 동료들 배려하며 일할 생각은 없어서 내 주변 사람들한테 다 떠넘겼어 오늘."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 없다. 설령 팩트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떠넘겼다 하더라도 늘 스스로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고 그 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아니, 그럼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어? 당연히 상식적으로 업무를 나누는 게 빠르지 않아? 그치?

걔는 왜 그걸 가지고 사람들 모아 험담을 해? 진짜 또라이 아냐?"




우리 회사 돌아이는 국가에서 정해놓은 직장 내 돌아이 필수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회사에 돌아이가 없으면 내가 돌아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우린 늘 다른 사람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다. 우리 회사, 모든 회사엔 이상한 사람이 많은 이유다.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직원이 다른 사람들에겐 모두 사랑받고 인정받는다 해서 그 사람이 돌아이가 아닐까?

오늘은 사랑받지만 언제든 '나'와 다르다고 느낄 때 누군가에게 돌아이 표를 얻을 수 있다. 


어딜 가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만나게 된다. 나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인 공간에서는 반드시 이상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만 벗어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 회사의 돌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다면 이직이나 이동을 해서 '이 돌아이'를 더 보지 않고 '다른 돌아이'를 만나겠다는 선택을 할 뿐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긴 쉽지 않다. 나도 누군가에겐 보통 아닌 돌아이기 때문에 우린 어느 공간에서든 돌아이를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사람 진짜 돌아이네? = 이 사람 진짜 남이네? 라고 필터를 끼워 넣으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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