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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라 Dec 13. 2018

요즘의 꼰대

당신은 꼰대인가? 요즘의 꼰대란 무엇인가?

'꼰대'라는 말이 어느 시절부터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랑? 받아 여기저기 사용되는 단어가 된 것은 최근이 분명하다.


6, 7년 전만 해도 꼰대란 단어의 의미는 확실했다. 드라마 미생의 마 부장처럼 폭언, 성희롱을 일삼거나 긴 회사 생활 끝에 남은 건 자존심과 추억뿐이라 "내가 네 나이 때엔 말이야!.... 요즘 어린것들은 근성이 없어서!..." 라며 급격하게 변해가는 현재에 과거를 끼어 맞추려는 고집불통의,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온 아저씨 혹은 아줌마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tvN드라마 '미생' 마부장. (연기를 잘하셔서 너무 열받..)


하지만 최근, 그러니까 요즘에는 꼰대라는 단어는 훨씬 넓은 범위를 말한다.


요즘의 꼰대란 무엇인가?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업전략팀장은 매우 젊은 나이에 컨설팅펌을 거쳐 중견기업 CSO를 역임한 인재였다. 그는 누구나 상상하는 스타트업계의 수평적인/ 팀원의 의견에 귀담는/ 함께 달리는/ 이상적인 조직장의 모습에 굉장히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현재 신뢰하는 개발자 한 명, 팀원 한 명과 마음을 모아 자신들의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한 명의 팀원은 나와 동갑내기 친구로, 꼰대력 없는 동료 같은 팀장(이자 대표)에 대한 큰 기대로 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설레는 시작의 달이 지난 뒤 급격히 둘 사이에 감정의 큰 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직원은 특정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기획, 운영, 마케팅, CS, 분석.. 모든 사업 전반의 업무를 하게 되는데 대표는 친구가 처음 해보는 업무범위에 대해서 가이드를 제시해주기보다 '알아서 해봐'라고 늘 과제를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이게 맞는지, 나에 대해 실망을 하면 어쩌면 좋을지, 외로운 사투를 하던 그녀는 자기 자신의 업무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할 때쯤 그들의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모두가 퇴근한 공유 오피스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자연스럽게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다.


팀장, 이제는 대표인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나는 첫 회사로 대기업을 들어갔고, 각자의 일에만 바쁘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부딪혀봤다. 실패도 있었지만 이뤄낸 것이 많았다. 그 경험이 나를 빠르게 레벨업 시켜준 정말 값진 경험이었기에 너도 그런 레벨업을 할 수 있도록. 헤매는 걸 기다려주고, 스스로 답을 찾는 시간을 주는 게 대표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게 스타트업의 특혜라고 생각했다."

그는 늘 자신의 배움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해준 팀원에게 본인이 배운 '방법 자체'도 나누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거 꼰대예요. 진심으로 좋았기 때문에 같은 걸 해봤으면 하는 마음인건 알지만, 어떤 사람은 헤맨 끝에 답을 찾아내는 좋은 경험을 하고,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귀중한 가르침으로 답을 찾아내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자신의 터닝포인트와 동일하게 돌았을 때 똑같은 감정을 느낄 거라고 기대하면 안되죠. 도움을 요청했을 땐 더 해보라고 하지 말고 그냥 도와주세요”

그 둘의 틈을 메우기 위해 3자인 내가 대신 전할 수 있는 말이었다. 팀장님이 나중에 말해주기로 사실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아 집에 가자마자 와이프에게 팀원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 내가 꼰대가 되다니 하고 터놓았다고 했다.




전에는 세대 차이 나는 상사가  옛 방식을 강압적으로 따르게 하는 게 꼰대였다면 지금은 더 넓은 범위로 나의 감정이나 신념들을 다른 사람에게 대입하는 행동 자체가 꼰대라 일컬어진다. 나와 타인은 他(다른)人(사람)이다. 결코 같은 존재일 수가 없다. 어찌 같은 생각을 할 거라 기대할 수 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래? 진짜 납득이 안된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기쁘지 않나? 으, 나는 나이 들면 저런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나이가 들지 않았다고 해서 아직 꼰대가 아니라 안심할 수 없다. 나이와 상관없다. 상하관계에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대입시키려 한다면 그게 바로 꼰대다. 우린 아주 부단히 노력해서 요즘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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