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수돌 Feb 20. 2022

이보다 힙한 침대 브랜드가 있을까

내 통장을 열게 한 시몬스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

 요즘 '힙마비'(힙한 마케팅의 비밀)라는 커뮤니티에서 일상 속 힙한 마케팅의 사례를 기록하고 마케터로서 인사이트를 찾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슬랙으로(slack) 커뮤니티 회원분들과 제가 발견한 힙한 마케팅 사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는 데 브런치 구독자 분들과도 이를 나누고 싶어 오늘부터 매주 한 편씩 연재를 하려 합니다. '주니어 마케터의 시선' 매거진에서 앞으로 좋은 사례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2022년 2월 11일 오픈한 신상 스토어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여행, 모임 등이 단절되다 보니 새로운 것들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낯설고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길 좋아했던 터라 팬데믹 사태 이후로 무료한 일상 속에서 예전보다 더 바쁘게 재미거리를 찾아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만한 브랜드의 광고, 팝업 스토어, 이벤트도 일부러 찾아보고 방문하고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홍보 기사를 보자마자 오픈 첫날부터 가려고 마음먹었던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을 다녀온 이야기를 오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158길 14-1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출처: 직접 찍은 사진(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의 모습)

힙한 침대 브랜드 시몬스


 과연 시몬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침대에 관심이 없더라도 무심코 튼 텔레비전속에서 시몬스의 매트리스 광고는 한 번쯤 접해보면서 그 이름은 친숙할 것입니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카피로 유명한 광고죠. 시몬스가 요즘 우리에게 더 익숙해진 이유는 브랜드의 힙한 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2SQv10SBYIY]

출처: 시몬스 코리아(2017 TV CF '당신의 숙면이 흔들리지 않도록(남자 편)')

 시몬스는 1870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침대 제조 기업입니다. 1992년에 라이센스만 빌려와 한국 독자 법인을 설립한 한국 시몬스는 그동안 여러 가지 참신한 광고로 주목을 받아왔는데요. 최근에는 브라운관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M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듯한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죠.


[공식 홈페이지: https://www.simmons.co.kr/]


오프라인 스토어에 집중한 시몬스


 2020년 4월 1일에는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여 팝업 스토어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성수동에 오픈하였고 약 6만 명의 입장객을 불러들이며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침대 없는 침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라는 수식어답게 이곳에는 시몬스의 브랜드 스타일을 잘 녹여낸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판매했습니다. 

 

 이후 시몬스는 계속해서 팝업스토어를 확장하여 6월에는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에 패션제품까지 파는 하드웨어 스토어를 오픈하였고, 7월에는 경기도 이천에 시몬스 테라스를, 10월에는 발란사와 협업하여 부산 전포동에 또 하나의 매장을 열었죠. 그리고 이번에 청담동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부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기사: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0/10/31/S2YBNHI2KRFS5BJVF2BWPZUARA/]

  각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살려 성수동에서는 철물점이라는 콘셉에 맞게 문구류 제품을 팔았고 이천에는 지역 특산물인 쌀을 판매하거나 가족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 시몬스 브랜드의 역사관,  초창기 침대 모델, 브랜드 스토리와 관련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압구정이라는 특성답게 명품관 웨스트 하드웨어 스토어에서는 한정판 의류제품을 팔았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인스타그램에서 #시몬스테라스로 약 8만 3천 개의 게시물이 검색되는 데요. 이제 막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벌써 1만 2천 개의 게시물이 검색되는 등 오픈하자마자 힙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인스타그래머의 인스타그래머블한 플레이스로 빠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출처: 인스타그램에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검색했을 때의 인기 게시물

 이렇게 빠른 인기를 얻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의 '힙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고관여 제품인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새로운 시도는 결국 잠재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미래의 소비를 유도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힙 포인트 첫 번째: 좁은 공간의 미학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 가보시면 '이렇게 작은 공간에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한 소품샵부터 레스토랑이 다 있다고?'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실제로 매장의 크기는 지금까지 만나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중에서도 매우 작은 편에 속합니다. 

출처: 1층의 굿즈샵

 그럼에도 시몬스는 그 공간을 매우 알차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1층에는 '그로서리 스토어'의 컨셉을 살려 장바구니부터 쿠킹 타이머 같은 주방 소품부터 메모지, 펜, 휴대폰 케이스 등 각종 키치 한 문구, 리빙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테리어 컨셉을 정육점에서 빌려와 마치 브랜드 굿즈들이 정육점에 고기를 진열하듯 디스플레이되어 있어 이보다 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할 수 없죠. 

출처: 시몬스 스토어(그래도 창문이 있어 좁아 보이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는 해리단길의 대표적인 로컬 맛집인 버거샵이 있습니다. 마치 미국 인 앤 아웃 버거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외국의 어느 햄버거 가게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특히 햄버거 특유의 식욕을 유발하는 냄새 때문에 방문객의 발걸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죠. 


 마지막으로 3층에는 디지털 아트 전시장이 있는데요. 곧이어 말씀드릴 힐링과 치유를 컨셉으로 한 '멍 때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브랜드 캠페인 영상 전시회를 하고 있어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좁은 공간이지만 청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시각, 미각, 청각, 후각을 모두 만족시킬만한 소재들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출처: 전시장으로 향하는 계단 벽면 하나도 놓치지 않은 시몬스 스토어

힙 포인트 두 번째: 힐링과 치유를 컨셉으로 한 '멍때리기' 캠페인


 코로나 시대에 일명 '멍 때리기'가 전 세계 소셜 트렌드가 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래서인지 최근까지도 불멍, 물멍 등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의 소재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게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여기에 ASMR을 곁들여 멍 때리면서 소리까지 마치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죠. 

 

출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의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캠페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역시 이러한 소셜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라는 일명 멍 때리기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만들어 총 8편의 디지털 아트를 이곳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시몬스의 디지털 아트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전원에서 들리는 자극적이지 않은 소리와 다양한 감각적인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영상을 보고 있자면 진짜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는데요. 3층에 이러한 공간을 전시하고 브랜드 캠페인 영상으로도 자극적인 광고가 아닌 사람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MZ세대들에게 다른 곳보다 더 '독특하고 특이한' 장소가 될 수 있었죠. 그래서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브랜드 캠페인 영상이라기보다는 진짜 현대 미디어 아트 전시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힙 포인트 세 번째: MZ세대를 공략한 다양한 브랜드 굿즈

 만약 시몬스 테라스와 성수, 압구정 등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서 시몬스 침대만을 팔았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 공간으로 이곳들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이 스토어에서 시몬스 침대를 팔았거나, 침대 홍보 영상을 틀어줬으면 오픈 첫날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가며 입장을 기다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출처: 시몬스 스토어(1층에서 파는 다양한 굿즈들)

 대신에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컨셉과 청담의 위치 특성에 맞게 주사위, 볼펜 등의 문구 제품이나 쿠킹 타이머 같은 주방 도구들 같이 일상 속에서 쉽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일반 제품과 비교했을 때는 가격이 높은 편에 속했으나 시몬스라는 침대 브랜드에서 파는 브랜드 굿즈 치고는 만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들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정도는 살 수 있지 않나' 생각에 고르고 나니 1,2만 원은 금세 넘게 만들더라고요. 

출처: 시몬스 스토어(재미있는 디자인의 소품도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재미있는 디자인 소품보다는 기존의 제품에 시몬스 브랜드 로고만 붙여 비싸게 파는 제품들이 더 많아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다이소에서 팔 것 같은 쓰레기통에 시몬스 브랜드 로고를 붙여 적어도 2~3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더 놀란 것은 해당 제품을 사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것 같은 네트망을 여름에 가방 대신 고르게 되더라고요. 

출처: 시몬스 스토어(결국 전혀 쓸모가 1도 없는 집게 모양 펜을 사 왔습니다)

 이처럼 힙한 브랜드 굿즈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시몬스 스토어는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제품을 통해 시몬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MZ세대들의 접근성을 높여 침대 브랜드 중에서 '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이만 마치며


 '고가의 제품인 침대를 파는 브랜드에서 왜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기존의 침대 브랜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힙한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잠재 고객인 MZ세대들이 시몬스 스토어의 경험을 통해 언젠가 침대를 구매할 때 다른 브랜드보다도 시몬스를 먼저 떠올리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표면적인 목표일 듯싶은데요. 현재로선 시몬스의 매출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도가 미래의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몬스 매출 관련 기사: https://www.ajunews.com/view/20210322084118557]


끝으로 한 가지 당부드리자면,  평일에도 줄을 서는 만큼 혹시라도 가시게 된다면 꼭 평일에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힙한 마케팅 사례로 찾아뵙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