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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15. 2021

[카카오Ep2] 새로운 출발 또 출발

만우절 기사가 진짜가 되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2014년 4월 1일

나는 Daum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들뜬 마음으로 입사일 전까지 온라인 광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4월 1일 오후에 '어!?" 하는 기사를 봤다.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다는 기사였다.

몇몇 분들께서도 진짜냐고 전화를 나에게 걸어왔다.

나는 나중에서야 '아... 만우절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다.


기사의 댓글에도

"야~ 이건 정말 사실 같다."

"기자가 그래도 있을법한 걸 가지고 장난을 쳤네"

등등이 달렸었다.


지인 몇 분도 '그냥 카카오 가지 그랬냐?'라는 식으로

말을 해와서 재밌는 만우절이네 하고 생각했다.

카카오랑 하면 모바일 쪽도 확대되니까 좋았겠다는 식의

생각만 가볍게 했다.


2014년 만우절 / 카카오 다음 인수설 기사.

2014년 4월 1일에는 구글이 포켓몬 마스터 모집한다는 영상도 내보내기도 해서

'이제는 만우절이 점점 발전해간다'

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2014년 만우절 / 구글 포켓몬 기사
거짓말 같은 사실

Daum에 4월 말에 입사하고 나는 동료분들과 어울리면서 업무 익히는 데 바빴다.

광고 용어부터 시작해서 Daum 광고 시스템의 전반적인 이해, Daum 회사생활 루틴까지

빠른 시간 내에 습득을 해야 했다.


그러던 5월 26일 모든 이의 일을 순식간에 멈춘 사건이 발생한다.

Daum이 카카오를 인수 합병한다는 것.

이 소식은 '진짜'였다.


내가 Daum에 입사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순식간에 나의 메신저에는

"두연아! 너 알고 이직했지!?"

라는 식의 메시지들로 가득 찼었다.

주변에서는 "축하한다", "신기하다" 이런 반응들이었다.

'모바일 쪽에 제일 핫한 카카오랑 합병하니까, 모바일 광고 부분도 엄청 생기겠는데?'

라는 나 스스로도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공식 합병식은 10월 1일 날 한다고 했고,

그전에 미리 조직, 운영 등등 합칠 수 있는 부분은 진행하겠다고 한다.


정말 꿈인가 싶기도 했다.

아울러, 카카오와 Daum과 비교해서 연봉을 높여줘야 하는 사람들은 진행하겠다고 한다.

나도 해당되었다. 아울러 직원들을 위한 주식 부분도 이야기가 나왔다.

입사하고 Daum에 적응도 아직 하기 전인데 이래저래 좋은 일들이 가득했다.


※포켓몬 게임도 2015년 실제 런칭했다.

힘든 출발

합병은 합병 발표고 나는 일단 팀 내 적응을 빠르게 하느라 바빴다.

팀장님께서 나에게 첫 미션을 주셨다.

"두연 님, 저희 팀 제안 소개서를 한번 '후킹'하게 만들어볼 수 없을까요?"

"언제까지 만들면 될까요?"

"한.. 다다음주까지요?"


뭔가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킹'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좀 낯설었다.

그래서 후킹이라는 것에 검색도 해보고 한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우연히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캐시백 전단지를 발견했다.


'아. 이거다. 이게 후킹이다.'


바로 집에서 편의점 전단지를 착안해 팀 제안 소개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팀장님이 원하는 후킹인지는 다음 주 한번 여쭤보자라는 생각이었다.

 PPT에는 굵고 큰 사이즈(pt 100 이상..)의 글자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아울러 후킹 할만한 프로모션 내용도 써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해 해당 슬라이드도 만들어 넣었다.


다음 주.


PPT를 회의 전에 같은 팀의 과장님께 짧게 보여드렸었는데

'아... 음... 아... 1주 더 고민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라는 무언가 말을 잘 잇지 못하는

반응을 보이셔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그 후킹이라는 것을 알고 싶어 팀장님께

지금까지 만든 중간과정의 PPT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회의실을 잡았다.


팀장님은 나에 대한 기대가 있으셨는지 굉장히

좋은 분위기를 만드시고는 말씀을 주셨다.


"어우, 한번 봅시다. 두연 님."


내가 PPT를 틀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PPT를 큰 모니터에 틀고 한 장 한 장 설명했을 때

팀장님을 제외한 팀원들의 눈빛은 뭔가 흔들렸고

모두 다 팀장님을 향했다.


팀장님이 내 PPT 슬라이드에 후킹 되었다.


안 좋은 쪽으로.


팀장님은 엄청 당황스러운듯한 표정과,

꾹꾹 무언가 눌러 담는 노력이 느껴졌었다.

얼굴도 많이 빨개지셨었다.


"두연 님, 이거 팀 내에 누구한테 먼저 검사받고 저에게 보여준 건가요!?"

"다음 주까지 전부 다 다시 해올래요?"


그렇다.

팀장님이 원하는 '후킹'이라는 것은 글자 크기가 크고 색깔이 화려한 전단지 식이 아니라

정말 깔끔하게 잘 만든 PPT를 원했던 것이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갈 때

쿠팡에서 전체 메일을 보내 대표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게 오버랩되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 시작부터 또 힘들구나'


그래도 쿠팡에서 겪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우울함을 유지하기보다는 더 나은 결과로써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희망을 보다

나의 Role 중에는 해외 광고주 계정 운영이 있었다.

Daum광고 운영에 있어서 도움 줄 부분은 먼저 제시를 하고 결국에는 광고비 사용액을 증액을 시키는 역할이다.

광고주에는 익스피디아, 트리바고, 스카이스캐너 등등 굵직한 계정이 많았다.


2014년 7월 중순경 해외에서 메일 한통이 왔다.

익스피디아 APAC 마케팅 헤드가 8월 초 한국에 갈 일이 있는데,

그때 Daum에도 들러 계정 운영 등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큰일이다.

내가 전에 외국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영어회화를 좀 익힌 경험은 있어도,

정말 비즈니스 영어를 해본 경험은 거의 전무했던 터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새로 만들어야 해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촉박했었다.

더군다나 다른 일정들로 인해 계속 밀리고 밀려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집에 들어가면서 생각해보니

이사한 원룸에 책상을 내가 아직까지 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책상을 주문하면 늦는다라는 생각에 주변에 그래도 뭐가 없나라는 생각에

전봇대 옆에 버려진 벗겨지고 낡은 접이식 밥상이 보였다.

저거라도 이용해서 준비하자라고 마음먹고 집에 가져와 씻고, 바로 컴퓨터 작업을 시작했다.

 

접이식 밥상 예


8월 초 익스피디아 APAC 마케팅 헤드가 Daum에 왔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Daum 카페테리아에 같이 가서 차를 시키고 회의실로 안내를 했다.

회의에는 팀장님도 참여하셨다.


내가 만든 슬라이드에는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가끔 들어오는 질문들이 좀 무게감이 있었다.

'네이버가 트래픽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Daum에도 광고하는 게 좋은 이유'

'Daum광고 운영시스템에는 영문 지원이 없는 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나는 그분의 질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줬고,

Daum과 운영 담당자인 나 그리고 팀장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영어로 회의를 이끌어 갔고

팀장님과 그분 사이에서 통역도 했다.


그때 나의 기분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오리 같았다.

보이는 건 평온하게 둥둥 떠있는 것 같지만

발은 엄청 빠르게 젓는 것처럼.


1시간 정도 지나서 회의가 '잘' 끝났고, 배웅해주고 마무리되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가 되고,

팀장님께서는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두연, 오늘 좀 잘하더라!?"

그리고 팀에 돌아가셔서도 내 칭찬을 내부에 해주셨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 한번 더 다짐했다.


'더 잘하자'

또 출발을 하다

2014년 10월 1일. 다음카카오가 공식 출범하는 날이다.

더케이호텔이라는 곳에 모든 Daum, 카카오 인원들이 모여 출범 행사를 지켜봤다.


정말 기분이 묘했다.

Daum에 합류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모바일계에 가장 핫한 카카오와 합병 발표가 났고,

그 둘의 합병식에 내가 있다는 것.

살면서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행사장에서 김범수 의장님은 이제 막 모두가 탄 배가 출항했다며 잘해보자라고 하셨다.

같이 사진을 찍을 때도 너무 신기했다.


행사를 즐기면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분명히 신사업과 신규 광고들은 넘쳐날 것이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것을 잡자!'


3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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