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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16. 2021

[카카오Ep3] 새.옹.지.마

다이내믹한 Up and Down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만 걸려라.

15년 4월, 1년 만에 다니는 회사 위치가 판교로 옮겨졌다.

아직 페인트 냄새도 가시지 않았고,

널찍한 카페테리아,

곳곳에 세워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

옥상에 잘 꾸며진 화단,

등등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느낌이었다. 신선했다.

카카오 판교 사옥 모습

카카오는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신사업 영역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그리고 Daum과 카카오톡, 각 플랫폼으로 몰리는 트래픽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자 신규 광고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신규 광고 상품이 나오려면 거치는 과정이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라고 해서

일부 광고주들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과정 속에서 성공사례가 나와야 세일즈 하기에 수월하다.


신규 광고 상품이 나오면,

'신규'라고 해서 모든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신규'니까 당연히 정보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낯설다.

낯설다는 것은 광고 상품의 주요 포인트를 잡아내 광고주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CBT단계에서 좋은 사례를 만드는 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기회만 와라. 하나만 걸려라 제발'

나는 이런 타이밍 속에 들어가 뭔가 좋은 사례를 만들어

광고 상품마다의 감을 빠르게 찾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원했던 '광고'라는 세계에서 인정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회가 왔다.

팀장님께서,

"카카오스토리에 올라가는 카카오 모바일 광고가 신규로 출시가 되었데,

아직 성공사례가 좀 부족 상황이라 하니...

우리 팀이 주요 광고주들 몇 개씩 밀착 관리해서 만들어봅시다."


내가 담당하게 될 광고주는 여성의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분이셨다.

광고 니즈는 운영하는 카카오 채널에 친구 추가를 많이 늘리고 싶어 하셨다.


나는 그분이 운영하는 사이트, 카카오 채널 구성, 광고 문구, 광고 이미지, 광고 세팅 현황 등등

모든 접점을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 각 포인트마다

잘 된 케이스들을 찾아 제안과 광고 계정 운영을 도와드렸다.


그리고 광고 반응에 따라 늦은 저녁시간까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서포트해드렸다.

집이든, 버스를 타고 있든, 밖에서 미팅이 있든 뭐든 그 광고 계정 운영이 먼저였다.

그렇게 그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집중적으로 도와드렸다.


그 사이 교육팀에 요청을 받아,

난생처음으로 오프라인 광고주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뭔가 뿌듯했다.

운영을 서포트해드렸던 그 광고주님은 카카오 광고를 통한 매출도 많이 올라갔고, 광고비도 많이 증액하셨다.

성과가 좋아 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가져가고자 가끔 저녁때 팀장님과 같이 광고주님과 만나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겨울 어느 날, 교육팀에서 나에게 미팅 요청이 왔다.


"카카오 모바일 광고 성공사례로 저희 교육 홈페이지에 영상을 올리고자 하는데,

두연 님이 담당하는 그 광고주를 올리고자 해요. 혹여 커뮤니케이션 가능할까요?"

 "아 물론이죠. 도와드려야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뭔가 막힌 속이 뻥 뚫린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팀장님이 나에게

"광주 청년이 한 건 했네!" 라면서

칭찬을 건네었을 때

팀장님 마음속에 '후킹'사건은 이제 없어졌구나 싶었다.(2편 참고)

https://tv.kakao.com/channel/2653675/cliplink/73374439

2015년 선정된 카카오 모바일 광고 성공사례
위기가 오다.

카카오에서는 일명 '손들고 이동'이 있었다.

사내 부서이동을 할 때 종종 쓰는 말이었는데,

옮기고 싶은 사람은 인재를 찾고 있는 부서와 이야기를 해서

니즈가 서로 맞으면 옮길 수가 있다.

참신한 제도였다.

다만, 해당 제도가 급하게 인재를 구하는 부서에서는 좋은 측면이 있을지라도,

반대로 인재를 보내야 하는 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2015년 말 정도였을까...(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에듀, 나 옮긴다'

'에듀, 잘 있어'

(내 영어 이름은 에듀였다)


우리 팀 내부에서도 조금씩 인원이 빠져나가더니

어느 순간 우리 팀 인원이 4명만 남는 소수 정예가 되었다.

팀장님, 차장님 2분 그리고 나...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사람도 부족한데 일이 몰려드니 미칠 지경이었다.


'아... 젠장...'

엑셀을 알다

'뭔가 그래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잘 됐다. 어차피 내가 막내니까 웬만한 거 다 하자. 스타트업처럼 하자.'라고 마음먹고

일하기로 했다.


리소스를 최대한 효율화시켜야 했다.

그래서 일단 잔머리를 많이 굴렸다.


루틴 하지만 리소스가 이 들어가는 업무들을 리스팅 했다.

매일 하는 팀 매출정리 엑셀 작업부터,

단순작업인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일들 등등.

그리고 개발 기획자나 개발자 분들께 어떤 단순 업무들은 

개발적으로 도와줄 수 없는지 여쭤보니,

현실적으로 우선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으니

'안된다고 보는 게 맞다'라는 피드백뿐이었다.


그래도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광고 세일즈 모든 부서의 공통점이 뭘까.

'엑셀 자료가 많다. 모두다 엑셀을 사용한다.'

'그래... 내가 엑셀로 자동화를 시도해 보자'


약 한 달간을 날도 새고 주말에 출근도 하면서

현재 작업하고 있는 엑셀 업무들을 최대한 간소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엑셀을 잘 모르던 때라 몸이 고생하는 건 당연했다.


나름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보통 30분~1시간 작업하는 업무들을

5분이면 가능하도록 만들어 냈고,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뭔가 이뤄내니 그 과정 중에 엑셀이 참 재밌다고 느꼈던 것 같다.


신규 멤버가 합류하다

2016년이 시작할 때쯤,

나 스스로 느꼈을 때 광고라는 영역에 이제는 감이 있었고,

엑셀 및 문서 다루는 거에도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팀장님께 회식자리에서

"다른 팀에서 손들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팀이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정말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팀장님께서는 상반기에 우리 팀에 1~3명 정도 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조금만 더 힘내보자라고 하셨다.

그렇게 버텨내다가 2016년 5월 우리 팀에 2명이 새로 합류했다.


한분은 원래 온라인 광고 쪽에서 광고주 관리 등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오셨고 센스까지 있으셔서 바로 의지가 되었다.


다른 한분은 재미교포 출신의 마케터였다.

이분이 합류 게 된 배경은

'해외 광고주 운영 및 신규 발굴' 목적이 컸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해외 광고주 분야의 매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고,

운영 효율화 및 신규 발굴을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의 영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유럽, 인도, 브라질, 아랍 등 비영어권의

광고주분들이 하는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았다.

전화통화 때 다시 말씀 주실 수 있냐고 하면서 쏘리만 5번 한 적도 있었다.


해외광고주 파이를 빠르게 키워야 했기에

내가 이 분야를 적극적으로 이끌기에는 힘들 것 같아 잘 알고 지내는 마케터 출신인 재미교포 지인을 추천해서 합류하게 되었다.


뭔가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고의 팀 분위기

팀에 인원이 채워지고 나서 내가 마음먹었던 것은


'팀 분위기를 다 같이 즐겁게 만들어 보자'


쿠팡에 있을 때 팀 분위기가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겪어봤기 때문이다.


새로 합류하신 분들이 조인할 때 즐겁게 느끼실 수 있도록

의자에 "잘생긴 00님 환영합니다" 이런 식으로 환영 메시지를 붙여놓기도 했고

합류한 지 1달째거나 100일째거나 어떤 이유를 만들어 팀원들 같이 회식을 하자고 했다.

회식도 나름 테마를 잡아서 루프탑만 찾아서 하는 '루프탑 회식' 이런 식으로 재밌게 즐겼다.

그리고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를 많이 만드려고 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게 '같이'가 핵심이었다.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영업전략을 펼칠 때도 최대한 선 긋는 걸 없애고 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한 공유 오피스를 빌려서 카카오 광고에 관심 있는 분들을 초청해 핑거푸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카카오광고 Day 같은 것도 같이 기획해서 해보았다.


해외광고주 역시 에어비앤비,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등등 적극적으로 컨텍하기 시작했다.


광고 에이전시 관리라는 업무를 받았을 때도,

초반부터 업무강도가 있었지만 모두 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나름 성과가 많이 났었다.


2016년 말에 가서는 우리 팀이 담당했던 분야들에서

성과가 많이 올라왔다는 게 숫자로 명확히 보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 팀이 주목을 받는다는 게 자연스레 느껴졌었다.

나 스스로도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2016년 평가에 있어서는

믿거나 말거나 지만 광고파트 전체에 소수만 받는다는 'S'등급을 받았다.

덩달아 보너스도 받았다.


'뭔가 내가 그래도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

'평가 등급도 최상을 받았으니 이제 연봉도 많이 오르겠구나'

등등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기대가 커져만 갔다.


큰 고민이 시작되다

2017년 초.

연봉협상(?)의 날.

(보통 회사에서는 조정된 연봉 안을 보여주고 동의 or 거절이라고 묻는 경우다)


컴퓨터 화면을 손으로 가린 채로 조금씩 손을 내리면서 확인했다.

결과는 '응!?!?'이었다.


'S'등급이라 하여 기대가 컸었나 보다.

다른 등급에 비해 크게 차이가 있는 인상률은 아니었다.

한동안 고민에 휩싸였다.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쉼 없이 달려왔는데...'

'나름 퍼포먼스를 인정을 받아서 받은 등급인데...'


뭔가 아쉬움을 쉽사리 떨쳐내 버릴 수없었다.


2016년 말까지 카카오 회사 주가는 Daum과 합병 이후 인수한 회사들 및 신사업들의  연속된 실패와 우려 속에서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었다.

지금은 전혀 믿기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헤어 등등

운영에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정작 돈 벌지 못하는 서비스가 아니냐라는 챌린지가 있었다.

카카오는 합병 이후 2016년 말까지 주가는 내리막이었다.

그만큼 회사의 분위기는 썩 좋지가 않았다.

그래도 2016년에 나름 선전한 광고부서가 뭔가 인정을 받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2017년 초에는 광고부서가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매출 드라이브를 해야 한다고 위에서 미션이 내려왔다.


'왜 인정을 안 해주는 걸까...'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처럼 광고 분야에 개발이든 뭐든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지는 않는데 아무것도 없이 2016년 대비 매출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게 맞나 싶나'

라는 생각들이 지나갔다.


거기다가 정신적으로 크게 원투펀치를 맞은 일이 있었다.

위에서 2016년 광고 성과를 이야기할 때

우리 팀의 노력도 인정하긴 하지만,

우리 팀의 영향보다는 Daum 및 카카오 트래픽이 자연스레 광고 매출을 올려준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다.

어차피 자연스레 올라갈 수 밖에 없는 매출이었다는것.

정말 힘이 주욱 빠졌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었다.

내가 연봉조정에 이의 신청이 있다고 말씀을 드려놔서 마침내 담당자님과 미팅을 했다.


"제가 S 등급인데 B 등급 대비 인상률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 정도도 회사에서는 많이 신경 써준 거라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때만큼은 회사 입장에서의 의견을 더 확실히 듣고 싶었다.

"음...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는 인재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전부터 강조를 해왔었는데요,

S 등급 이상으로 어떤 것들을 더 해야 하는 것인가요?"

이 질문은 굉장히 공격적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


"음...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합니다만,

제가 '이렇게 해줄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해 주세요. 조정이 되더라도 거의 동일할 겁니다"

 

"... 네 알겠습니다. 제가 더 이의신청을 해도 변화는 거의 없을 거란 말씀이시죠?"


"안타깝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날 뒤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는 2016년 7월 그 날이 생각났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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