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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22. 2021

[셔틀타요Ep.1] 스타트업시작, 현실은 차갑다.

뭐든 쉬운 건 없다.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스타트업 시작, 현실은 차갑다.

2017년 5월,

그때는 내가 합류하려는 스타트업 회사의 큰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확대하려고 준비와 실행을 빠르게 하고 싶어 했고, 영업도 확대하려고 했다.

회사 공간도 원래 개포역 부근의 디캠프라는 스타트업 지원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자 했다.


나는 회사가 그런 상황에 있다면 빠르게 합류해야 한다고 생각해 카오를 퇴사하고 거의 쉴 틈 없이 바로 입사했다.

그렇게 나는 어린이 통학차량 공유 서비스 '셔틀타요'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셔틀타요' 서비스 모델은 학원들끼리 세림이 법에 따라 안전하게 운영되는 자사의 공유 통학차량을 학원들이 이용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면 되는 방식이었다.

(※세림이 법: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을 의무화)


합류하자마자 다 같이 해야 했던 것은,

새로운 사무실을 찾는 것.


투자사들과의 교류와 각 인원들의 출퇴근 부분에서도 편해야 한다라는 조건으로 일단 선택한 곳은 성수동이었다.


사무실로 적합한 곳을 찾으면서 내부 인테리어 논의도 했었는데,

당시 상상으로는

그간 거쳐왔던 쿠팡, 카카오 같은 회사 인테리어처럼

색깔들도 알록달록 하고 뭔가 심플하게 할 수 없을까라면서

적은 비용으로 나름 비슷하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 오판이었다.


IT 회사의 총무팀 쪽에 일하는 지인분들을 통해 회사의 인테리어 대략적인 비용을 물어봤고,

소개받은 인테리어 업체들에게도 견적을 받아봤다.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인테리어는 기본 몇천만 원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눈높이를 많이 낮출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찾을 수 있는 사무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찾더라도 평수가 작다던가 불편한 점은 하나씩 있었다.


그렇게 계속 찾다 보니 운 좋게 한 군데서 연락이 왔다.

가서 보니 나름 평수도 컸고 기존에 있었던 회사가 쓴 파티션도 그대로 있었다.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인테리어는 비용 때문에 생각할 수도 없었고,

좀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파티션 쪽과 벽 쪽에 페인트칠을 했다.


의자, 책상도 새로 구해야 했다.

사무실 전용 의자 및 책상이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메이커가 있는 의자는 하나에 20만 원이 넘어가는 게 기본이었다.


그래서 의자와 책상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성비 좋은 조립식 제품들로 각각 주문했다.


노트북, 모니터, 복사기 등등 기본 사무용품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성비가 좋은 것들로 골라 구매를 했다.

냉/난방기 역시 브랜드보다는 싸고 좋은 거가 최고였다.


예전 회사에서는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굉장히 귀한 것들이었구나라고 느끼던 순간이었다.


어느 것 하나 싼 게 없었고,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밖엔 안 들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나름 그럭저럭 회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새로운 사무실 앞에서 기념
마케팅+운영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잡았겠다,

이제는 회사 내부 운영 프로세스 등 실무적인 것을 알아봐야 했다.


기본적으로 나는 근로계약서, 세일즈 계약서 등 양식부터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영구조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매출이 발생하면 어떻게 정산이 되고 비용에는 어떤 항목들이 나가는지.


회사의 완전 처음부터 하셨던 세 분께서는 오로지 초기 가설 검증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다들 회사 경험이 많지가 않아서 그런지 운영적인 부분에 뭔가 부족했다.

그래도 계속 앞으로 나가고자 밀어붙여 온 모양이다.

이런 구조로 이렇게 온 것도 대단하다 싶었다.


기본적인 사항들을 체크하다 보니

회사의 운영 프로세스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 역시 내가 월급을 지금껏 받아오면서도

4대 보험은 그냥 나가나 보다 했었고,

어떤 구조로 나가는지 도통 몰랐었다.


회사 운영 관련해서 지식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챙기긴 해야 했다.

사막 한가운데 놓인 느낌이었다.


주변의 HR / 재무 / 총무 등등 관련 지인들에게 SOS를 치기 시작했고

가끔 특강(?) 비슷하게 받았다.

그리고 매일 짬을 내서 회사에 필요한 운영 지식들을 쌓아 가면서 동시에 실무를 봤다.

합류하기 전에는 마케팅을 더 하겠구나 싶었는데, 운영까지 하게 되었다.


모든 사항을 익혀가면서 실무를 동시에 봐야 했기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우리 서비스가 돌아가는 현장을 가보기도 해야 했다.

합류하기 전에 한번 가볍게 현장을 보긴 했지만,

현장이 오전부터 저녁까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했다.

아울러 인근 학원가에서는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는지 나름 세일즈를 해 볼 필요도 있었다.


위례신도시에 있는 학원가에 우리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어서 가보았다.

그리고 현장을 책임지는 담당자님, 그리고 기사님과 동승자님 몇 분을 뵈었다.

기사님과 동승자님은 연령대가 생각보다 높았다.

기사님들은 60대가 기본이셨고,

동승자님은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많았다.


회사에서 구매한 차량을 기사님들이 운전하는 방식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지입(자기차를 갖고 영업을 하는 분)은 아니었다.

핸드폰으로 공유되는 일정에 따라 현장 담당자님은 기사들과 소통하며 운영을 책임지고 있었다.

짬이 나서 현장 담당자님과 대화를 나눴었는데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다 나이가 좀 있으셔서 착하시고 매너 있을 줄 아시죠?

기사 채용이나 동승자 채용하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느끼실 거예요.'

처음엔 무슨 소리 인가 하고 했다.


그렇게 한 두어 달 운영, 세일즈 쪽에 매달려서 하다 보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감이 왔다.

투자를 받다

2017년 7월,

그간 논의를 해오던 투자 딜이 마무리가 되었다.

억대 규모로 투자를 받아서 운영하는 데 한숨 놨다 싶었다.

그와 동시에 이 투자금을 가지고 확장을 해야 하는 데

구체적인 세일즈 전략이 필요했다.

내부에서는 주요 학원가 세일즈를 빠르게 이끌어 줄 책임자가 따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쿠팡 소셜커머스가 뜰 때 세일즈를 꽤나 잘 이끄셨던 분들이 계셨는데, 몇 분께 컨텍을 했다.


딱 한 분께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한번 해보자고 해서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회사의 비전과 목표, 조건 등등을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가 투자를 받아서 잘 쓰는 일이 남았는데, 그 중심에 세일즈가 있다고 했다.

그분께서 좋게 들어주셨는지 다행히 다음에 또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해보자고 하셨다.

그 뒤로 두어 번 만나 상세 조건들을 협의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그분께서는 흔쾌히 합류하겠다고 하셨다.


이런 채용 과정을 거치면서 HR 업무를 하시는 분들의 고충이 그대로 느껴졌다.

'세상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세일즈 헤드로 오신 규상(가명)님은 적응을 굉장히 빠르게 하시고는 현장에 가보자라고 했다.

나와 같이 버스, 지하철을 타면서 분당, 수지 등의 학원가를 돌아봤다.

직접 학원에 들어가서 세일즈도 해보고 학원가의 특성들을 알아봐야 했기에

인근 부동산에도 들어가서 정보를 얻어 보기도 했다.


둘 다 숨좀 돌릴 겸 커피숍에 들렀다.

발이 아플 정도로 돌아다닌 것 같다.

그리고 여름이라 너무 더웠었다.


규상님은

- 이동하는 데 있어 별도 법인차량이 필요

- 세일즈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세일즈 인원 채용 필요

- 우리 회사명의로 차량을 구매해 운영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지입(자기차를 갖고 영업을 하는 분)을 알아봐야 한다

이런 의견을 주셨다.

나도 동일한 의견이었다.


이후 회사 내부에 이야기를 하였고 대표도 오케이 했다.

곧 법인차량이 준비가 되었고, 세일즈 인원도 채용하기 시작했다.

뭔가 속도가 많이 붙은 느낌이었다.


세일즈 인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팀장급도 뽑고 사원급도 뽑았다.

팀장급들은 각자 맡은 지역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고 하고

지역마다 사무실을 셋업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일산, 수원 등 학원가가 몰려있는 4개 지역에 추가로 사무실을 셋업 했다.

투자를 받고 거의 3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정신없이 진행을 했던 것 같다.


채용한 인원이 총 40명가량 되었고,

계약한 학원은 170여 곳, 주요 학원가 20곳에 진출했다.

아울러 관리하는 운전기사는 120여 명,

동승자는 100명이었다.


나는 운영에 관련한 거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었기에

기사, 동승자, 직원 채용 및 급여 부분도 담당하고 있었다.


기사나 동승자를 채용할 때면 차를 가지고 현장에 갈 때가 많았다.

인천, 일산, 분당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하루에 7시간 동안 차로 이동하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면서 회사 업무도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


기사님들의 나이도 다양했다.

40대부터 80대까지도 만나봤다.


다만, 어떤 분들은 하기로 계약까지 다 해놓고는 당일에 못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고

업무를 보시다가 업무량이 예상한 것보다 많다며 항의를 하는 분도 있었다.

아울러, 일이 좀 없다 싶으면 집에서 쉬시는 분도 계셨다.


동승자님도 마찬가지였다.

애들을 좋아한다고 하시고 꼭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채용했는데 안내는 안 하고

차 안에서 핸드폰만 만지시는 분들도 있고,

일이 좀 없을 때면 집에 데려달라고 기사에게 요청했다가 서로 싸우신 분도 계시는 등 별별 일이 많았다.


초기부터 활동하신 현장 담당자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그런 일을 접할 때마다 떠올랐다.

'다 나이가 좀 있으셔서 착하시고 매너 있을 줄 아시죠?'


매너 혹은 인품 등은 나이와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채용이 필요한 분야는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고 했다.

문제가 생기면 또 그에 따라서 대응책을 마련했다.

집에 돌아가면 자정을 넘기는 건 기본이었다.


그래도 뭔가 계속 하나씩 해쳐나가고 있고 확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름의 안도가 되었다.


그해 9월 말,

나는 회사에서 각 지역마다의 매출 수치와 비용 등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향후 6개월 예상치를 내어 봤다.

약간의 식은땀이 좀 나기 시작했다.


'대표님, 이야기 좀 나누실까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https://brunch.co.kr/@ddulife/16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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