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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04. 2021

[쿠팡Ep5] 신사업. 주어진 시간은 단 100일.

광고의 '광'자도 모르는 두 사람.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온라인 광고??

2011년 12월 즈음 나에게 제안을 해주신 그 세일즈 지역단장님과 함께 제휴사업팀이라는 신생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또 신생팀이다.

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티몬, 위메프 등에서 자사 사이트에 병원 배너광고를(배너를 클릭하면 병원 사이트로 이동하는 방식)
붙이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쿠팡도 어떤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것이었다.


타사들은 발 빠르게 영업조직을 꾸려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현금성으로 광고비가 바로바로 들어오는 거니 재무적으로 힘든(?) 소셜커머스 업계가 병원 광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병원 광고 예시 (출처: 시사주간)

팀이 생겨나자마자 팀장님과 나는 가만히 있는데

자꾸 주변에서 얼른 해야지 않겠냐는 등의 재촉성의 말들이 들려왔다.

쿠팡 사이트에서 광고 배너는 별로일걸 이라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었다.


2012년 3월에는 무언가는 보여줘야 한다라는 팀미션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미션 달성 못하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딱 100일 남았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팀장님, 나 단 둘이서 A4 한 장과 볼펜 한 자루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연, 온라인 광고 좀 알고 있나? 나는 잘 모른다"

"아니요"

둘 다 정말 몰랐다. CPM, CPC, CTR, CPA 등등 광고 용어들은 너무 생소했다.

"그래. 오히려 잘됐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훨씬 낫지"

"일단은 현재 다른 데서 돌아가는 병원 광고 상품 정보하고,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는 광고들이 뭐가 있고

어떤 조건으로 얼마인지도 한번 주욱 정리해봐라"

"언제까지 하면 될까요?"

"음... 한 내일 오전까지?"

오늘까지 적어도 끝내 놔야겠다 싶었다.

저녁까지 끝내고 팀장님께 자료를 보내드리고 같이 퇴근했다. 다행히 00시는 넘기지 않았다.

팀장님과 나는 같이 살았기 때문에, 가는 길에 팀장님께서 집에서 한잔하시자고 한다.

온라인 광고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늦게까지 나눴다.  

잠들 때면 새벽 2시였다.

오전부터 잠들기 전까지 팀장님과 업무 이야기하다 보내는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나의 출근시간도 더 빨라졌다.

오전 7시에 출근한 적도 많이 있었다.

간단하다.

모르는 게 많았기 때문에.

모르면 처음에 몸이 고생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마케팅 팀이건, 법무팀이건 유관부서에 가서 여쭙고 그랬다.

그래서 음료수도 따로 준비해서 드리기도 했다. 사내 세일즈라고 해야 하나..
모르면 낯이라도 두꺼워서 잘 물어보러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100일 중 3분의 1이 그렇게 지나갔고, 12년 1월이 다가왔다.


병원 광고하지 말자

그간 익힌 광고업계의 지식 등을 바탕으로

쿠팡 사이트 내부에 병원 광고 배너를 붙일 수 있는 영역 및 형식 등을 다양하게 기획을 해봤고

내부 개발, 마케팅, 법무 등등을 통해 확인을 거쳤으나 돌아오는 건 "힘들다"였다.


병원 광고라는 게 심의필 번호가 필수인 데다가 광고 이미지로 쓸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그리고 광고를 통해서 만약 의료사건이라도 발생하면 굉장히 복잡하게 사항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쿠팡의 서비스를 경험하고자 들어오는 고객들이 광고 배너를 눌렀을 때 병원 사이트로 이동하게 만드는 건 굉장히 안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그 외 이유는 더 많았고 결과론적으론 쿠팡에서 병원 광고는 안된다 였다.


'이럴 거면 왜 병원 광고 때문에 팀을 만든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숨이 크게 나왔다.

그래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3월에는 뭔가 보여줘야 팀의 의미가 있는 거니까.

이제는 1월~2월 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두연, 오히려 잘 됐다. 병원 광고 하지 말지 뭐. 또 방법 찾아보자"

"니랑 내랑 끝은 봐야지 않겠나. 해보자 뭐"


그렇게 끝을 보자는 마음에 시간을 더 쏟기 시작했다.

다른 방법은 있을 거다라는 생각으로. 

쿠팡 고객을 이해해보자

팀장님께서는 쿠팡에 자주 들어와서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층은 어떤지 한번 알아보자고 했다.

알아보자라는 수준이 단순히 '쿠팡의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 이런 것을 알아보는 게 아니었다.

그 층의 특색을 알아내는 수준까지 가는 거였다.

그래서 그간 여성들에게 파격적으로 인기 있었던 딜들을 댓글까지 다 확인해 봤다.

화장품을 500원에 파는 딜이라든가, 배송비만 받고 파는 딜이라든가 등등.

공통점은 아무리 싸게 샀어도 제품에 불만이 있으면 댓글로 불만을 토로한다.

그리고 환불 요청을 한다.

파격적인 것에 바로 반응하긴 하지만 실망하면 불만사항도 거침없이 쏟아냈었다.


팀장님과 나는 주 고객의 특성을 차근차근 정리를 했다.

주 고객층 여성

파격적인 혜택의 팬층

불만 시 가격과 상관없이 환불 요청

쿠팡에서 뷰티, 패션에 지출이 많음

온라인 쇼핑을 즐겨함

.

.

팀장님과 이야기를 이어가다 "이거다!"라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내부에서 우려하는 마케팅, 법무 등등의 이슈도 해결하면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형식.

이른바,

'쇼핑몰 0원 쿠폰 판매 광고 플랫폼'이었다.

여성들은 평소에 스타일 난다 같은 패션, 뷰티 분야의 온라인 쇼핑을 즐겨하니 그런 사이트에 쿠폰을 등록해서 특별한 혜택을 받게끔 하는 무료쿠폰을 판매하자가 골자였다.


쇼핑몰들은 20~30대 결제력 있는 여성고객 트래픽이 몰리는 쿠팡에 광고할 니즈는 분명히 있겠다 싶었고,
무료쿠폰을 판매하는 방식은 안 쓰면 그만이니 고객들의 환불 니즈와는 거리가 멀었다.

쿠팡은 인기 있는 쇼핑몰들의 무료쿠폰 딜을 쿠팡에 입점시켜서 고객들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쇼핑몰들에게 입점비 및 특정 위치 노출 조건의 추가 광고비를 받는 거다.


그렇게 1월 중순이 넘어가고 있었다.

런칭을 하다

우리 팀에 영업, 운영 담당하는 분들도 합류했다.

내가 쿠팡에 첫 입사했을 때 업무를 잘 알려주셨던 울산 출신의 분도 합류했다.

주위에서는 제휴사업팀이 어떤 일은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기에

우스갯소리로 '아웃사이더'들끼리 모인 팀 이라고도 했다.


이제 한 달 반 정도 남은 시점에

광고 플랫폼 런칭을 위해

개발 / 영업 / 운영 / 재무 / 법무 / 기획 / 고객지원 등등

유관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다.

거기다가 내부 운영까지 책임져야 했다.

 

팀장님께서는

"두연, 네가 총괄해서 다 한번 진행해봐. 어려운 건 내가 풀어줄 테니까"

나는 내부적으로는 각 사항별로 모두 관여하면서 어떻게 진행해야 좋고,

어떤 프로세스와 방법이 괜찮은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관부서와는 그간 자주 만나면서 어떤 분이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는지 알기에

이슈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논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을 팀원분들과 같이 어찌어찌해서 2월 말까지 끝냈다.

그리고는 팀이 생겨나고 100일이 되는 3월 초쯤

전 부서의 주요 분들이 모인 대회의실에서 팀장님이

'무료쿠폰 광고 플랫폼'에 대해 발표를 하셨다.

발표는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날 저녁 축하 겸 다른 부서 사람들과 맥주 한잔을 했는데.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급 밀려왔는지 금세 자리에서 잠들어 버렸다.

'쇼핑몰 이용권'이름으로 런칭 (출처: https://rkfka27.tistory.com/1458)

런칭을 하고 1주가 지났을까...

팀장님이 긴급하게 회의실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신다.

굉장히 짜증이 나신 상황이다.

내가 뭘 잘 못했나 싶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두연, 너 지금 뭐를 잘못하고 있는지 아나?"

.

'아... 또 뭐지?'


6편에서 계속...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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