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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라이프 Mar 05. 2021

[쿠팡Ep6] 박수칠 때 떠날 준비를 하다.

나의 주인은 누구인가?

- 제 커리어의 주요 순간을 담아 정성껏 쓰려합니다. (쿠팡, 카카오, 블랭크, 스타트업 창업 등)

- 제 글로써 여러분들이 즐겁거나 뭔가 얻어가시는 게 있다면 대환영입니다.

- 현재 진행형인 제 스타트업 이야기도 글을 통해 차근차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엉덩이가 무거우면 안 돼

팀장님께서 나를 회의실로 부르셨다.

"두연, 너 지금 문제가 뭔지 아나?"

"아뇨"

"너 인마, 런칭하면 그게 끝인 줄 알아!? 앉아 있으면 알아서 계약이 쏙쏙 들어오나?"

말인즉슨 3개월 동안 고생해서 광고 플랫폼 런칭한 건 런칭한거고,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플랫폼을 키워나갈 것인지 생각과 실행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두연, 너 앞으로 내 앞에서 의자에 엉덩이 붙어있으면 혼난다"


팀장님께서는 영업기획팀과 로컬 세일즈 쪽에서 영업 담당자분들이 무료쿠폰 광고 계약을 맺어오면

계약 맺어오는 광고금액만큼 인센티브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사항을 협의했다고 하셨다.


광고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영업단 전체가 움직이면서 광고 계약을 맺어와야 했다.

영업기획팀과 협의를 했다고 하셨고...

어떻게 해야 그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아! 성공 케이스가 있으면 되겠구나'


나는 로컬 세일즈 조직장님들을 찾아가

무료쿠폰 광고 성공사례를 알려드리겠으니 오전에 30분만 영업 담당자분들을 대회의실에 모아달라고 했다.

무료쿠폰 광고 계약을 맺어오면 인센티브에서 어떤 장점을 누릴 수 있는지도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회의실 자리는 다행히 만석이었다.


무료쿠폰 광고가 왜 쿠팡 고객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실제 사례는 어떠했는지,

광고주 만족도는 어떠했는지,

제일 중요한 여러분들이 이 무료쿠폰 광고를 세일즈 해오시면 어떻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지,

담백하게 정리해서 알려드렸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렇게 회의실을 빌려 내용들을 전달드렸다.


영업파트가 좀 더 수월하게 무료쿠폰 광고를 계약할 수 있도록 광고 소개서, 사례 등을 정리한 자료를 준비해서 전달해 주기도 했고 영업 담당자가 계약 때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가 같이 쇼핑몰 담당자 미팅을 갔다.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였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제휴사업팀 모두 바쁘게 움직였다.


빛을 보다

팀에서 런칭한 광고 플랫폼의 광고수익은

3월 3억

4월 4억

5월 5억

6월 6억

..

이렇게  늘어났다. 런칭한 그해 최종적으로 약 40억 정도의 광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숫자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자신감도 붙고 정말 일이라는 게 재밌었다.

그리고 12년 6월에는 쿠팡에서 첫 흑자가 났다는 기사까지 났다.

제휴사업팀도 거기에 한몫했겠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참고로 6월 즈음에는 그 많았던 350여 개의 소셜커머스가 단 5개 정도만 남고 사라졌을 때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소셜커머스 첫 흑자가 났다

언제부터인가 대표님이나 주요 조직장님들께서는 제휴사업팀을 가끔 찾아오셔서 격려를 하고 가셨다.

대표님이 내 이름을 정감 있게 불러주곤 했다.

더 이상의 "정두연 어딨어!?"는 없었다. (3편 참고)


'아웃사이더'라고 불리던 우리 팀은 회사 내에서 빛을 발했고 모든 인원이 나름대로 즐겁게 일을 해 나갔던 것 같다. 쿠팡에서 인정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었다.

워크숍을 가든 무엇을 하든 제대로 즐길 수가 있었다.


나도 운이 좋게 2012년 4월, 6월 두 번이나 사내 최우수사원상을 받게 되었다.

11월 정도에는 영업본부장님께서 따로 회의실로 부르셨다.

내 직장생활 통틀어도 이런 경우는 별로 없는데.. 라면서 나의 연봉계약서를 보여주셨다.

평가기간 전인데 뭔 일이지 싶었다.

"정말 특이한 케이스야. 대단하다. 더 잘하고, 얼른 사인해라"

라고 해주셨다.

금액을 보니 기존 연봉에서 금액이 확 올라간 연봉계약서였다.


아버지께 전화드렸다.

"아버지, 약속드렸듯이 2년 걸렸어요! 나름 해냈습니다!"


쿠팡, 쇼핑에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다

제휴사업팀에서 1년 좀 넘게 지내고 있는 시점에, 팀장님께서 따로 연락을 주셨다.

"두연, 잠깐만 보자"

"쇼핑실에 실장님이 옆에서 데이터 분석이랑 이것저것 서포트해줄 수 있는 스탭을 찾는다고 해서 너를 추천했다"

"가서 또 한 번 해봐, 제휴사업팀은 걱정 말고"  

그렇게 쇼핑실에 자리를 옮겨서 실장님 스텝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새로 생겨난 Role에 또 내가 시작하게 되었다.


쇼핑에 대한 업무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

어떤 식으로 실장님 서포트를 해 드려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왔다.

그래도 또 어떻게든 해보자라는 생각에

'우선 쇼핑실에 소속되어 있는 주요 분들과 친해지자'

'도움될 수 있는 건 먼저 챙겨서 드리자'

이렇게 마음먹고 쇼핑에 관한 일들을 하나씩 익혀가면서 일을 했다.


쿠팡은 쇼핑을 또 한 번 대대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리고 2013년 5월 전지현, 송중기를 CF 모델로 발탁하고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

쇼핑의 매출은 계속 올라갔고 쿠팡의 인지도도 높아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도 "쿠팡 모델이 전지현 이더라!?"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2013년 5월 전지현 쿠팡 광고모델 등장.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8DA-sfmJ_hw)

쇼핑 외에도 에자일이라는 문화를 세일즈, 쇼핑 쪽에도 접목하자라는 대표님의 의지로 에자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대표님은 당시에 생소했던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물류서비스),

코스트코의 물건 진열 전략 등등 새로운 것을 많이 강조하셨다(=무조건 알아야 한다).


이제는 사소한 실수를 줄여 나가야 한다며,

'체크리스트'라는 책도 전사에 선물(?) 해 주시기도 했다(=읽어야 한다)

한번 읽어볼 만한 책

그리고 9800원 무료배송이라든지 당일배송이라든지 쇼핑과 관련한 테스트를 정말 많이 그리고 빠르게 진행했다. 이때 지금의 로켓 배송의 개념도 테스트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회사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쇼핑실이었기 때문에

쇼핑과 관련된 모든 분들은 매일매일 업무에 긴장하면서 집중해야 했고,

또 다들 그렇게 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느낌으로.

그래서 모두들 기본 퇴근시간은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약 1년간 다양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예상치 않은 고민

2013년 겨울이 다가오고 있던 어느 날,

실장님께서 좀 보자고 하시고는

"두연아, 스탭 말고 MD 해볼 생각은 없니? 스탭으로만 있기에는 너의 커리어가 좀 걱정이 된다"

이 말씀을 주셨다.

.

'걱.. 걱정이요?....'

.

난 이게 처음에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점차 그 뒤로 한동안 공허함과 함께 뭔지 모르는 고민에 휩싸였다.

나는 약 3년을 쉼 없이 달려왔고, 나름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주위분들에게 인정받을 때마다의 순간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NEXT였다.

NEXT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뭐가 문제지?


'나는 쿠팡이 내 회사처럼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정작 나의 커리어와 인생에 대해서 더 본질적으로 생각은 해봤을까?'

'회사가 원하는 대로 달려왔는 데 이 길이 정작 내가 원하는 길인가?'

.

.

너무 답답해서 지인들과 매일 술을 마셔댔다.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내 결정으로 지금껏 나를 움직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처음에는 소셜커머스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어 입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회사가 가야 하는 방향에만 맞춰 열심히 뛰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운 좋게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가끔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나 싶어 멀뚱멀뚱 하늘도 많이 바라봤다.


박수칠 때 떠날 준비를 하다

나는 쇼핑실의 실장님 스텝 역할을 정리하고

상품별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속성관리팀이라는 조직에 속하게 되었다.

그렇다. 또 새로운 팀이자 새로운 Role이었다.


고객들에게 추천 상품들을 깔끔한 로직으로 선보이기 위해 추천 로직 개발을 준비하고 있기도 했고,

내부 영업 데이터도 더 세부적으로 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등등

상품별 카테고리 정의가 필요한 시점에 태어난 팀이다.


역시나 또 모르는 영역에서의 출발이었기에,

카테고리라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열정이 불타오르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는 NEXT는 뭘까?'

이게 해결이 안 된 상태였으니 말이다.


언제 한번 진지하게 곰곰이 생각해 보다 답이 자연스레 나왔다.

'내가 진짜 재밌게 열정적으로 일했을 때가 언제일까?'

'내가 더 알고 싶은 사항은 뭘까?'

.....

'아... 맞아! 잊고 있었네. 제휴사업팀. 온라인 광고!'


2013년 말 정도에는 이제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즐겨 사용하고 있을 때였다.

애니팡 같은 앱 게임이 나오면 사람들은 앱 게임 자체가 신기했을 때니까

바로 이용해 보고 출시된 앱은 국민게임이 되는 그런 시기였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는

'사람들이 점점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네 - 그렇지 그러면 모바일 광고규모도 곧 커지겠네.'

'트렌드에 맞게 광고 상품을 만들고 론칭하는 곳은 어딜까? - 네이버, Daum같은 포털'

.

.

이렇게 혼자 질문과 답을 내놓으면서

다시 온라인 광고를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당시 쿠팡은 미친듯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큰 규모의 후속투자가 곧 이뤄질 기미가 보였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내 결정에 나를 맡겨보고자 했다.

'한번 이직 시도를 해보자'


가끔 '그때 좀만 더 있었으면 스톡옵션 같은 주식도 받았을 텐데 왜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긴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결정했을 것 같다.


※쿠팡의 투자유치(2014년~2015년)

2014년 5월 미국 세쿼이아캐피털 1억 달러

2014년 11월 미국 블랙록 3억 달러

2015년 5월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

1년여간 14억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출처: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3/2015060302714.html)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네이버 채용사이트를 접속해 봤다. 안 뽑는다.

그래, 그러면 Daum을 가보자.

'응? PA OLS?? 직접 광고주 관리??'

팀이름은 생소했지만 채용 사항의 Role을 보니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영역이었다.

거기다 해외 광고주 관리까지 있다니!

Daum은 마침 그 포지션을 채용 중에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바로 지원을 진행했다.


서류통과, 1차 면접 통과, 2차 최종 통과...

2014년 4월 말 입사하기로 인사팀과 최종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면접 이야기는 카카오 편에 다시 등장)


그간 쿠팡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아울러, 대표님께도 인사는 드리고 가야겠다 싶어서 비서분을 통해 미팅을 잡았다.

미팅 날 대표실 앞.

대표님은 웃으시면서 성큼성큼 다가오셨다.


"어 두연아!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무슨 일이야!?"


7편(쿠팡에피소드 마지막화)에서 계속....

좋아요 눌렀냐옹 (이미지 협찬: 이영남 &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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