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꾸던 곳을 가다
*이 글은 업무상 생태환경교육 연수 코스 답사를 위해 2016년 영국 종단 렌트카 여행 후기입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일까? 혹자는 가장 행복한 순간은 꿈을 이루기 직전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소개팅에 막상 나갔을 때 보다 나가기 전 기대에 부푼 그날들, 입사의 꿈을 이룬 날보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그날을 향해 가던 시절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꿈을 이루고 나면 혹시 허망하지 않을까? 영국을 다녀온 뒤로 나는 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게 되었다. 피그말리온 효과, RV=D 등의 거창한 전문용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그전까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냉담하게 대했던 말들이 왜 세상에 존재하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게 되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의 의미도 함께.
영국은 아마도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강대국, 셰익스피어, 산업혁명 등 누구나가 아는 내용으로 접했으나 그것들은 누구나가 그렇듯이 먼 나라 이야기로 잠재의식 속에 두고 지냈다. 그러다 21살 실연을 겪은 군인의 슬픈 눈으로 방에 쪼그려 앉아 작은 모니터로 처음 본 1999년 개봉작 노팅힐을 통해 본격적으로 나의 삶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그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보다 못해 나중에는 오디오만 추출해 듣고 다닐 정도였다. 물론 그 당시 그 열정으로 영어 공부를 하였더라면 지금쯤 노팅힐 서점에서 책을 팔 수 있을 만큼이었겠지만 나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집중했다. 물론 유부남인 지금은 상대에 대한 감정은 새까맣게 잊고 오로지 나의 성장통과 진통제에 대한 기억일 뿐이다. 진짜다.
제대 할 무렵이었던 2년 후, 아버지는 진돗개와 관련된 일로 영국을 다녀오셨다. 건축으로 자식을 셋이나 키우고 IMF 이후엔 전업 농부로 살아온 시골 아저씨에게 부업이라고 하기도 취미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분명한 정체성이 있었으니, 그것은 진돗개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애견 문화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으로 가신다니, 나는 그 뒤로 나도 언젠가 영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리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
꿈이 생겼다고 해서 가만히 기다린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제임스 후퍼는 그의 책 '원 마일 클로저'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꿈을 꾸고, 말하고, 실천하는 3단계 방법을 이야기했다. 대표님께서 영국 버드페어를 가자는 계획을 세우시고 사람들에게 말씀하신 후 단계적으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우린 영국에 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잠이 안 올 때면 대자연을 상상하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다 잠들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이 막연히 상상했던 풍경을 하일랜드에서 볼 수 있었다. 나의 이십대에 정서적으로 영향을 주었던 영화의 현장에도 가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