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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오 May 02. 2023

봄에 자살률이 높은 이유

살아있음을 칭찬하자

햇살이 너무 좋잖아

"응?"

"아니, 햇살이 너무 좋아버리잖아"

"그게 이유라고?"


최근 유명 연예인들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됐다. 이후 연예인 동료와 피해자 유가족들과 관련한 기사가 잇따르면서 인터넷에 접속해 기사를 보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왜 봄이 되면 자살률이 높아질까?'라고 의아해하자 난 그렇게밖에 말을 할 수 없었다.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러니깐 햇살이 좋은데 왜?'라는 반문에는 명확한 설명을 해줄 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봄이 되면서 겨울과 일교차가 커지면서 몸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 할 때 스트레스를 받고 이에 따른 피로가 누적돼 더 무기력한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또 입사와 새 학기 등 '새로움', '시작', '변화'의 바람 속에서 사회적인 우울감이 더 높아져서 그렇다고도 말한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런데 확실한 건 너무 따뜻한 햇살때문에 눈물이 난다는 것이다. 사실 그 이유를 알면 그렇게 꽃다운 아이들이 그리도 처연하게 떠나지는 않았겠지. 


이 바닐라 라떼 글을 쓰기 시작한 때를 생각해 보니, 아스트로의 문빈이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생과 같이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동생과 가족들을 등지고 먼저 가버렸을까.....


그 주변의 아이돌 동료들도 모두 어리고 심지어 미성년자들도 있는데, 좀 걱정이 됐다. 키보드로 칼을 만드는 네티즌들이 '누구는 추모글을 안 올렸네', '누구는 장례식을 안 갔네' 등 역겨운 지적질을 해댈까 봐 걱정도 됐다(실제 일부 네티즌은 그런 짓을 했다). 문빈의 주변에서 혹은 그 팬들에게서 또 다른 죽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전 보지도 못한 이들의 죽음을 걱정하면서 정작 나는 또 나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나를 걱정하고 마음 쓰려고, 그걸 좀 티 내려고 글로 적기 시작했다. 


그래서 '힘내야 해', '더 열심히 해야 해'와 같은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적당히만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온 세상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데 나 혼자 2022년 겨울인 기분.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멈춰있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나는 기분일지라도. 


괜찮다


죽지않고 살려고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모두가 보는 인터넷이란 공간에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라는 일기를 적고 있지 않나.


5월이라고 뭐든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서 살아있는 나를 칭찬하고 어여뻐해 주기로 했다. 사실 정말 기특한 거다. 적당히라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또다시 햇살 좋은 봄이 왔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것.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있어 줘서 고마운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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