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및 음식점 편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랜만에 비자 없이 일본을 다녀올 수 있게 되고 엔화 환율이 많이 떨어진 것이 아마 그 이유일 것이다. 우리 부부도 이런 흐름에 휩쓸린 건지 모르겠으나 최근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다녀왔다. 함께 여행을 간 짝꿍이 일본 여행만 5번 다녀온 사람이라 나는 가고 싶은 곳만 말하고 남편이 스케줄을 짰다.
1. 숙소는 비싸지 않은 곳으로
평소 나는 잠자는 곳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다. 짝꿍도 이 점을 모르지 않는다. 내가 해외 파견이라도 가려하면 ‘자기는 호텔도 좋은 곳 밖에 안 다녀서 해외 파견 가면 힘들어할 거야’ 라며 팩트로 초를 치는 사람이었다. 그런 짝꿍이 1박에 6만 원 정도 하는 숙소를 잡았다는 것은 나에게 살짝 충격이었다. 여행 계획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나는 오사카 우메다역에서 내려 숙소를 향하며 숙소에 대해 처음 듣게 된 것이다. 1층 로비에서 키를 받으면서 속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나는 룸에 들어가서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룸은 굉장히 작았고 5성급 호텔에 비교할 시설은 아니었지만 찝찝함 없이 지낼 수 있는 청결함과 아늑함이 있었다. 호캉스를 즐기러 일본에 온 것이 아니고 관광을 하러 왔기에 오히려 합리적으로 일본을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여행 내내 료칸에서 지낸 하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6만 원 정도의 합리적인 숙소에서 밤마다 편의점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 음식점은 그때 그때 원하는 곳으로
계획형의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구글 맵으로 맛집을 찾아낸 후 그곳을 방문한다. 하지만 22살에 다녀온 유럽 여행에서 계획으로만 움직이는 여행이 얼마나 재미없는지 알게 된 이후로 숙소, 이동 수단, 꼭 가고 싶은 명소 정도만 정하고 그 외에는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맛집도 크게 찾아보고 가는 편이 아니다. 내 개똥철학으로는 엄청난 맛집이면 그 근처를 여행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미술을 전공한 나의 오감을 통해 맛집을 발견하거나 사람들이 묘하게 몰려있는 것을 보고 발견한다. 그리고 현지인 맛집과 관광객들 맛집은 또 다르다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나는 먼저 맛집을 찾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도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근을 지나가다가 즉흥적으로 방문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곳에 대해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_ 일본 가정식 음식점
먼저 우리 숙소에서 5분 거리 정도에 있던 신파치 식당이다. 우메다 말고 교토 여행 중에도 본 것으로 짐작해 보면 일본 내 여러 지점이 있는 식당인 듯하다. 2023년 1월 1일 일본에 도착해서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현지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여긴 실패하지 않겠다 싶어 들어갔다. 일본 가정식을 판매하는 곳인데 패드로 주문하는 방식이라 주문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매장에서 어떤 메뉴가 인기 메뉴인지 패드에 나와 있어 그대로 주문했다. 고등어정식과 사진에 보이지 않는 연어뱃살구이 정식을 먹었는데 고등어정식이 개인적으로 더 맛있었다. 맛은 무난하게 맛있다. 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아침 식사가 가격이 저렴하게 제공되어 아침 식사가 유명한 듯했다.
_야끼도리 식당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우메다역 인근 나니와노유 온천으로 가기 전에 들른 야키토리 식당이다. 야키토리란 ‘야키(焼き, 굽다) 토리(鳥, 닭)’ 말 그대로 “닭고기를 구웠다 “라는 의미로 닭, 소, 내장 등을 꽂은 꼬치 요리들을 말한다. 당시 우리가 일본에 도착한 날은 1월 1일로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손님이 많은 가게였는지는 모르나 현지인들이 꽤 많이 식당에 있어 무작정 들어갔다. 씩씩하게 주문을 하려고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아차 싶었다. 일어로만 이루어진 메뉴판을 보자마자 뭘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안절부절못하던 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으로 외국어 번역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파파고 앱을 깔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에 나온 외국어를 번역해 주는 기능을 발견했다. 해당 기능을 통해 먹고 싶은 야키토리들을 주문했다. 먹을만했고, 입 맛에 맞는 것들은 꽤 맛있게 먹었다. 후에 주먹밥과 타코고추냉이를 추가 주문해 후식처럼 먹었다. 후에 구글 지도 평점을 보면 맛이 요리해 주는 사람에 따라 많이 바뀐다는 평이 있었다.
_ 유니버셜 스튜디오
이번 일본 여행으로 오사카를 선택한 이유는 해리포터 덕후로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다니며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먼저 총평을 하자면 맛있다고는 차마 말하진 못하겠고 그렇다고 아주 못 먹을 맛도 아닌 맛들이였다. 가장 먼저 설레는 맘으로 구매한 버터맥주는 나는 먹기가 힘들었다. 갈색의 음료가 묘한 계피 맛의 탄산음료이고 위에 거품이 버터 맛을 내는 달달한 크림이다. 이 둘을 함께 먹어야 버터 맥주라고 부를 수 있는 맛이 나는데, 나는 도저히 먹기 힘들어서 남편이 절반 이상을 먹었다. 먹는 내내 차라리 블랑제리뵈르 버터 맥주를 가져와 파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두 번째로 먹은 음식은 죠스 놀이기구를 타고 먹은 무난한 감자튀김과 치킨, 해산물 수프이다. 무난한 맛 들이긴 했는데 입에 잘 들어가진 않았다. 세 번째로 먹은 것은 슈퍼 닌텐도 월드 파는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빵이다. 빵은 호빵 같은 질감인데 안에 야끼소바처럼 내용물이 들어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먹은 것 중 제일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은 귀여운 미니언즈 모양의 빵이다. 안에 옥수수크림이 들어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_ 3년 연속 미슐랭 맛집, 교토 멘야 이노이치 하나레
짝꿍이 어디서 봤는지 가자고 추천한 미슐랭 원스타에 빛나는 라멘 집이다. 오픈 전부터 줄이 정말 길었다. 한국인부터 서양인, 현지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우리는 오픈런을 했기 때문에 30분 정도 줄을 서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소고기 라멘을 주문하고 짝꿍은 츠케멘이라는 다소 생소한 라멘을 주문했다. 그리고 구글 맵 리뷰에 나온 대로 교자도 추가로. 교자는 진짜 입안에서 사르륵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추가로 더 주문할까 살짝 고민도 했었다. 라멘은 둘 다 미슐랭 식당답게 개성이 있으면서도 맛있었다. 다만 내가 주문한 소고기 라멘이 내 입 맛에는 짰다. 그리고 짝꿍이 주문한 츠케맨이 진짜 너무 맛있었다. 면을 옆에 국에 담아서 먹는 방식인데 진짜 개성이 있었는데 한국인 입맛에 이질적이지도 않으면서 맛있었다. 면을 다 먹고 나면 국에 육수를 부어 수프처럼 떠먹으라고 하는데 이 것도 너무 맛있었다. 짝꿍의 츠케멘이 너무 맛있어서 야무지게 잘 뺏어 먹었다. 이럴 때 내 짝꿍은 너무 착하다. 맨날 좋은 걸 다 나한테 양보하고 뺏겨준다. 맨날 내가 이러다 나중에 불만이 쌓이는 거 아냐?라고 물어보면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 보는 게 더 즐겁다고 대답해 준다. 천사다.
_ 도쿄 분노스케차야
나는 무지외반증이 있어서 오래 걸으면 발가락이 너무 아파온다. 그래서 늘 이렇게 오래 걷는 중간중간에 카페에 앉아 발가락을 충분히 쉬게 하고 다시 걷고는 한다. 이 날도 숙소에서 청수사를 향해 가던 중 발이 너무 아파서 우연히 들린 장소였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곳으로 굉장히 아기자기했다. 우리는 당고와 따뜻한 말차를 시켜 먹었는데, 고사리모찌와 말차 그리고 빙수가 유명한 곳이었다. 고사리모찌라는 이름이 생소해 찾아보니 물방울떡처럼 말랑거리는 떡에 인절미 같은 가루를 묻혀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당고는 어린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보던 음식이라 항상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다. 당고자체가 내 입맛에 잘 맞지는 않았지만 나쁘지 않게 잘 먹었다. 떡이 식은 후에도 여전히 말랑거리는 게 신기했다.
_ 교토 모리타야 스키야끼
유튜브 조회수 16만에 달하는 ‘이상적인 스키야키’라는 동영상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처음 이 영상이 보면 말하고 싶은 내용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의미를 곱씹을수록 감탄사가 나오는 영상이다. 덕분에 스키야키라는 음식에 이상한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그런데 이 스키야키라는 음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꽤 가격이 나간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맛집이라고 올라온 곳 대부분의 스키야키가 10만 원 정도를 웃돌기 때문이다. 우리도 1인당 7만 원 정도 하는 금액을 들여 스키야키를 먹기로 했다. 7만 원 정도 하는 가격대라 그런지 프라이빗한 룸으로 안내해 주시고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후식까지 나오는 코스요리였다. 실내 정원도 있어 밥 먹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맛있었다. 특히 고기의 품질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에게는 간이 너무 센 게 조금 아쉬웠다. 후에 우리나라의 김밥 천국 같은 가게의 스키야끼도 먹어봤는데 확실히 맛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리뷰를 찾아보면 해당 가게의 스키야키를 인생 스키야키라고 손꼽는 사람의 글도 보았다.